인간과 공간의 상관관계는 공간이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과 얼마나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가에 따라서 다양하며, 공간 자체도 개개인마다 그때그때의 공간에 대한 파악과 분위기에 따라 변한다. 뒤르끄하임도 “구체적인 공간도 그것이 누구의 공간인가라는 본질에 따라, ...
인간과 공간의 상관관계는 공간이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과 얼마나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가에 따라서 다양하며, 공간 자체도 개개인마다 그때그때의 공간에 대한 파악과 분위기에 따라 변한다. 뒤르끄하임도 “구체적인 공간도 그것이 누구의 공간인가라는 본질에 따라, 그 공간 안에서 실현되는 삶에 따라 다른 공간이 된다. 공간은 그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함께 변하며, 많든 적든 간에 총체적인 자아를 지배하는 일정한 설정과 방향지워짐의 실재와 함께 변한다(Duerkheim 1932: 390)”고 보았다. 공간의 성격과 인간의 성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제 하에서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룰 것이다.
우선, 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이중적인 규정의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고찰하고, 인간 현존재의 본질규정으로서 공간성을 제시하고 그 내용을 분석할 것이다. 공간은 인간이 인식하고 느끼는 것으로서 인간에게 영향을 주면서 동시에 공간은 인간에 의해 규정된다. 공간이 인간과 필연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공간에 대한 가치판단의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있어야 할 것들이 제대로 제 위치에 놓여 있는 공간, 인간과 다른 모든 존재들이 공존하고 지속될 수 있는 공간, 인간과 사회의 기대에 부합할 수 있는 공간 등과 같은 공간에 대한 가치적인 요소들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둘째, 거리(距離)와 사이(間)의 의미로서의 공간의 의미를 찾아보고,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공간 예를 들면 신성한 공간, 행위공간, 놀이공간, 소통의 공간, 예술공간 등을 통해 공간의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규명하고자 한다.
셋째, 집의 철학적 의미와 인간학적 기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집은 인간의 본질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중심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집은 “세계 안에 있는 우리의 구석이며 우리들의 최초의 세계(바슐라르)”이다. 집이 없는 인간은 갈 곳이 없다. 그래서 볼노프도 집이 외부로부터의 보호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집은 인간에 속하는 것이고 마치 인간의 육체처럼 인간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집의 의미를 쌩떽쥐뻬리(Saint-Exupery), 하이데거, 바슐라르, 볼노프 등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넷째, 집의 구성요소인 문, 창문, 방, 거실, 부엌의 의미를 밝혀내고자 한다. 집이 인간에게 감옥처럼 느껴지지 않기 위해서는 집은 세계로의 개방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집의 내부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외부세계와 연결되어야 한다. 문과 창문은 인간 현존재의 중심인 집이 외부세계와의 교류를 위한 가능성을 상징한다. 집안의 세계와 집 밖의 세계는 개방성과 폐쇄성이라는 모순되지만 상호 대립적으로 필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집의 문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은 통과시키지만, 낯선 사람은 문을 통해 그 세계로의 진입이 막혀진다. 창문은 집의 눈을 의미한다. 창문을 통해서 내부의 세계에서 외부의 세계를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집의 구성요소들이 가진 이러한 의미들이 검토될 것이다.
끝으로,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얻은 의미해석에 의거하여 현대주거공간의 철학적∙ 윤리적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자는 자신의 존재에 상응하는 고유한 공간을 가진다. 공간과 존재자는 서로 필연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공간의 의미는 존재자의 존재의미와 직결되며, 결국 공간의 위기는 존재자의 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좋은 공간이란 인간적인 공간임을 전제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공간성과 인간성이 현대 주거 공간에서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