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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의 사랑, 향유의 노래: 전봉건의 『춘향연가』 연구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우수논문지원사업
연구과제번호 2009-325-A00321
선정년도 2009 년
연구기간 1 년 (2009년 11월 01일 ~ 2010년 10월 31일)
연구책임자 박슬기
연구수행기관 서울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이 연구는 한국 현대시에 수용된 가장 중요한 고전 소설의 인물인 '춘향'의 형상이 전봉건의 장시 <춘향연가>에 어떻게 수용되고 변용되어 재창조되었는지를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이와 함께, 한국 현대시에서 매우 예외적인 형태인 장대한 스케일의 장시(1053행)인 <춘향연가>가 그간 거의 평가받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하고, 이에 대한 문학적 평가를 수행하여 문학사적 맥락에 작품을 정당하게 위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이 작품이 1960년대의 정신사적 맥락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그리하여 그 문학적 성취도와 문학사적 중요성에 비해 과소 평가되어 왔던 전봉건의 문학을 재평가하고, 그 문학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1960년대에 발표된 전봉건의 <춘향연가>는 문학적 맥락과 정신사적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이 의의는 무엇보다도 고전 <춘향전>의 창조적인 계승의 측면에서 발생된다. 먼저 문학적인 관점에서, 이 시는 한국 현대시에서 예외적인 장시의 형식으로 씌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유려한 운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970년대 민중시(서사화경향이 있는)이전의 시로서는 매우 예외적이며, 또한 쉽게 서사화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정적 장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춘향연가>가 이러한 특징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이 시가 판소리 사설의 장단을 차용하여 창조적으로 변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춘향'을 수용하여, 춘향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부분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춘향은 한국 현대시에 반복적으로 수용 변주되어 온 고전의 형상이며, 주로 정절과 사랑의 상징으로 수용되었다. 그러나 주로 고전 소설의 서사를 변용하여 춘향을 재해석했다기보다는, 이미 승인된 춘향의 형상을 시적 이미지로 변주한 경우가 많았다. 시적 성취의 수준을 논외로 한다면, 이는 춘향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사유를 계승하는 차원에 있다. 그러나 전봉건의 <춘향연가>의 춘향은 춘향전의 주인공으로서의 춘향이라는 고전 소설의 서사적 맥락을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그 서사를 완전히 해체하여 독자적인 '춘향'의 형상을 세웠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전통적 사유에서 '춘향'을 끌어내어 춘향-사랑의 담론을 1960년대의 현대적 맥락에서 전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고전의 현대화를 가장 엄밀하고 심층적인 의미에서 수행한 결과를 낳게 된다.

    <춘향연가>가 전개하는 사랑 담론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도령-변학도를 동일한 위치에 놓음으로써, 이도령-춘향 사이(사랑의 방해자 변학도에 의해 촉진되는) 의 낭만적 사랑의 관계를 대타자와 그에 응답하는 여성 주체의 관계로 바꾸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낭만적 사랑이라는 근대적 이데올로기가 지니고 있는 억압적 차원을 그 심층에서부터 드러낸다. 그러므로 <춘향연가>는 단순히 사랑에 빠진 여성의 고백이 아니라, 1960년대의 근대적 사회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이러한 <춘향연가>의 사랑 담론의 특이성에 주목했다. 그리하여, 단순한 고전의 차용으로 보이는 이 시가 춘향이라는 여성 화자의 고백을 통해서 실질적으로는 근대적 사회 질서에 대한 심층적 문제제기에까지 나아간다는 점을 밝힐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사랑 담론을 <춘향연가>의 형식적 구조에 근거하여 추출함으로써, 담론-형식의 변주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1960년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춘향연가>는 매우 선구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이 연구는 <춘향연가>가 문학적 차원, 즉 장시의 형식화라는 점에서, 또 정신사적 차원, 즉 사랑 담론의 전개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학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자 했다.
  • 기대효과
  • 이 연구는 <춘향연가>를 두 가지 차원에서 평가하고자 했다. 하나는 문학적 차원이며, 이는 한국시에서의 장시의 가능성이라는 한국 현대시의 과제와 연결되어 있다. 또 하나는 정신사적 차원으로, 한국 현대시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이자 문학의 테마인 '사랑'의 담론을 1960년대적 의미에서 한 것이다. 이는 현대시의 주된 테마였으나, 현대시 연구에서는 거의 배제되어 왔던 '사랑'의 테마를 본격적 연구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를 형식적 차원에서 세밀하게 다룸으로써, 문학의 텍스트에 집중하고 있는 연구가 다만 텍스트 해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그 문학에 본래적이고도 엄밀한 의미에서 '사회성'을 부여하는 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그 문학적 성취도와 문학사적 중요성에 비해 과소 평가되어 왔던 전봉건의 문학을 재평가하고, 그 문학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이로서 소수의 시인들에게 집중되어 왔던 한국 현대시연구가 다양화되기를 기대한다.

    장시의 가능성은 현대 서정시의 '운율'의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왜냐하면, 1053행의 장시를 '시'로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문과는 변별되는 형식적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시에서 '운율'의 문제는 지금까지 명확하게 해명된 바가 없다. 또한 이 '한국적 운율'을 지속적으로 시의 형식으로 견지하면서, 방대한 분량의 시를 쓴 예도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춘향연가>의 의의는 서사성을 완전히 탈피하면서 장시를 창작할 수 있느냐에 대한 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의 장시의 개념은 서사시의 개념과 혼종되어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서사시'의 계보로 분류되는 시들, 김동환의 <국경의 밤>, 김지하의 <오적>, 신동엽의 <금강>과 같은 작품들은 그것이 '서사성'을 핵심 구조로 한다는 점에서 전봉건의 <춘향연가>와는 다르다. 굳이 찾자면, <춘향연가>는 박두진의 <해>와 같이 율조를 기반으로 한 장시의 계보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두진의 <해>의 경우도, 그 율조를 매우 긴 호흡으로 끌고 가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춘향연가>는 이 점에서 매우 독보적이다.

    그리하여, 앞으로 이 <춘향연가>에 대한 연구는 이 율조에 기반한 장시라는 한국시의 형태적 연구를 촉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한국 현대시의 불문명한 장르 개념을 정리하고, 시의 장르를 다양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잘 완성된 짧은 서정시에 집중되어 있는 현대시 연구의 분야 역시 다양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춘향연가의 독특한 사랑 담론은 낭만적 사랑에 관한 것이 아니라, 실은 근대 사회의 질서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근대적 담론을 비판했던 한국 모더니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모더니즘이라는 '주의'가 선언되는 순간 선언으로 그치고 피상적인 경우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현대 사회의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춘향연가>는 선언하지 않으면서, 그 본질을 파고 들어가고 있다. 춘향연가가 고전을 차용하고, 그 고전의 전통성을 완전히 해체하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담론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한국 현대 문학 연구에 배제되었던 '사랑'이라는 테마를 본격적 연구의 장으로 끌어들인 연구들을 계승하며, 이 '사랑'의 테마를 통해 문학과 사회의 관계를 좀더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미지와 형상을 피상적으로 연구할 때, 그것은 텍스트를 다만 문학적 '현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이미지와 형상이 나올 수 있는 구조를 연구하면, 그것은 텍스트를 사회적 맥락에 위치시키고 그 문학에 당대적, 그리고 현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연구요약
  • 이 글은 『춘향연가』의 사랑의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 씌었다. 기존의 연구에서 『춘향연가』는 『춘향전』의 주인공이기도 한 춘향의 사랑 고백으로 이해해 왔고, 춘향의 형상은 에로스적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평가해왔다. 그런 연구의 바탕 위에서 이 글은 아주 소박한 의심에서 출발했다. 고전 『춘향전』과의 연결점을 삭제해 버린다면, 『춘향연가』 속에는 어떤 것이 남을지를 찾아보려 했을 뿐이다. 『춘향연가』의 사랑의 고백은 낭만적 사랑의 고백이 아니라, 변학도라는 대타자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출현한다. 그러므로 이는 사후적인 것이며, 사랑하는 주체로서의 춘향은 이러한 사랑의 고백을 통해서 상징계의 질서 속에 위치한다.

    사랑의 대상으로서의 이도령은 분석을 통해 변학도라는 존재와 동일하다는 것이 증명된다. 그러므로 사랑의 대상 이도령, 사랑의 방해자 변학도, 그리고 사랑의 주체 춘향이라는 이 오래된 삼각구도는 이도령과 변학도의 동일성이 증명되면서 깨진다. 남은 것은 춘향을 남성의 환상으로서의 ‘여자’로 호명하는 대타자와 이에 응답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은 춘향뿐이다. 이 불가능한 타자의 요구에 직면한 춘향은, 스스로 그 요구를 거부하고 상징적 질서에서 빠져나간다. 타자에 의존하지 않는 주체, 이 상징계의 호명이 실패하는 지점에서 등장하는 춘향은 오직 “피에 젖어 뒤틀리는 속살”의 형식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향유의 주체이다. 그러므로 『춘향연가』는 사랑을 고백하는 춘향이 대타자의 요구에 응답하는 욕망의 주체에서 대타자의 호명을 거부하고 상징계적 질서를 찢어버리는 향유의 주체로 거듭나는 주체의 서사라고 할 수 있다.
  • 한글키워드
  • 춘향연가,욕망의 주체,향유의 주체,욕망,춘향전,전봉건,사랑
  • 영문키워드
  • Chunhyang yeonga,Chunhyang jeon,Jeon Bonggeon,Desire,the Subject of Jouissance,the Subject of Desire,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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