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수는 서사 텍스트의 수용 과정을 서사 공학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다매체 시대에 부합하는 통합적 서사 이론을 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인쇄 매체를 위주로 하는 소설 서사와 디지털 매체를 통한 게임 서사의 수용자가 ‘가능세계’를 구성함으로써 서사 텍스 ...
이 연수는 서사 텍스트의 수용 과정을 서사 공학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다매체 시대에 부합하는 통합적 서사 이론을 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인쇄 매체를 위주로 하는 소설 서사와 디지털 매체를 통한 게임 서사의 수용자가 ‘가능세계’를 구성함으로써 서사 텍스트를 수용하게 되는 원리를 비교함으로써 새롭고 폭넓은 서사 문학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근대 문학 장르인 소설의 서사 이론이 정립된 것도 사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소설의 형식에 대한 이론들이 보편적 서사 텍스트의 이론으로 방향을 잡아가게 된 것은 기존의 전통적 소설 형식뿐만 아니라, 영화와 같은 새로운 매체 서사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법론을 모색하게 되면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전자 매체를 통해 소통되는 서사 장르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방법론을 확장하여 적용하려는 시도가 근래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요즘 사회적, 산업적, 학술적 측면에서 두루 관심을 모으고 있는 디지털 게임을 넓은 의미의 서사 텍스트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그것의 서사적 특성을 밝혀내려는 연구는 21세기 디지털화된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연구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언제나, 기존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성의 측면과 새롭게 규명해야 할 특수성의 측면 양 측을 반드시 함께 살펴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디지털 게임이라는 영역도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특수성만을 강조하거나, 기존의 연구 방식을 답습해서는 곤란하다. 게임 서사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특수성, 즉 수용자에 의해 창조되고 완성되는 서사라는 특수성은 소설을 포함한 보편적 서사에서 일어나는 ‘가능세계’의 구성 과정을 주목할 때, 보다 일반화된 서사공학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연수자의 연구는 서사 텍스트가 수용되는 과정에서 수용자가 구성하게 되는 ‘가능 세계’ 개념을 바탕으로 진행될 것이다. 가능 세계(possible world)라는 개념은 애초에 양상 논리학과 텍스트 언어학을 통해 제기된 것이다. 가정법적 언어 상황에서 현재적 실재 현실과는 다른 ‘대체적 현실 alternative Wirklichkeit’이 존재하며 이것이 곧 상상을 통한 ‘가능 세계’다. 이것을 문학적으로 적용한 것은 마리-로 라이언의 연구가 선구적이었다. 문학에서 ‘가능 세계’는 저자에 의해 고정되고 확정적으로 제시되는 현실과는 달리, 독자의 독서에 의해 비로소 재구성되는 세계를 말한다. 요컨대 가능 세계 개념은 문학 텍스트의 소통에 있어서 독자 지향적이며 수용자 지향적인 관점에서 제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가능 세계 개념을 중요시하던 마리-로 라이언이 이후 연구의 방향을 컴퓨터를 이용한 텍스트나 디지털 서사 텍스트쪽으로 잡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었다. 디지털 서사는 그 어떤 서사 텍스트보다 ‘가능 세계’가 중요시되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소설과 같은 기존의 서사 텍스트는 독자가 구성하게 되는 ‘가능 세계’가 독자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 실체가 없는 것인 반면, 디지털 서사에서의 ‘가능 세계’는 수용자, 즉 게이머의 조작과 행위를 통해 실체적 시공간으로 재현된다는 점이다. 이 실체적 시공간을 ‘가상 세계virtual world’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리몬 케넌과 같은 소설 서사 이론가들은 언어의 수행적 기능을 주목한 바 있었다. 허구적 서사에서 언어는 단순한 현실의 재현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내고 그 안에서 사건과 행위 작용이 가능하게 하는 수행적 기능을 갖게 된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디지털 게임 서사는 소설과 같은 기존의 서사 형식들과는 달리, 작가에 의해 모든 사건들의 순서와 상황이 미리 확정되지 않고 게임 플레이어, 즉 게이머의 선택과 수행에 의해 비로소 서사적 사건과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제작자가 설정해놓은 기본적 시나리오 서사에 의존하되, 서사적 사건들은 게이머의 입력과 조작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서사의 시간과 공간도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요컨대 디지털 게임 서사의 ‘가능 세계’는 게이머의 조작과 수행에 따라 순간순간 ‘창조’된다고 말할 수 있다. 소설 서사와 디지털 게임 서사를 비교함에 있어서, 수용 과정에서 구성되는 ‘가능 세계’의 창조적이고 수행적인 가능성의 영역을 견주어 보는 것은, 두 서사 방식을 수용하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줌과 동시에, 새로운 서사적 소통 방식의 등장을 이론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으로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기대효과
본 연수를 통해 문학 분야를 중심으로 한 서사 이론 연구 분야는 물론, 뉴미디어 연구 분야와 디지털 게임 관련 산업과 교육 분야 등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소설 문학의 수용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의 제시 연수자는 기존에 수행해 ...
본 연수를 통해 문학 분야를 중심으로 한 서사 이론 연구 분야는 물론, 뉴미디어 연구 분야와 디지털 게임 관련 산업과 교육 분야 등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소설 문학의 수용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의 제시 연수자는 기존에 수행해온 서사 이론 연구를 ‘수용 과정’과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가능 세계’ 구성에 주목함으로써, 보다 진일보한 독자 지향적 소설 이론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2) 디지털 게임 서사 텍스트의 수용 행위에 대한 유형화와 이론화 디지털 게임 서사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게이머의 수행적 행위와 창조적 행위가 어떠한 서사적 창조 과정으로 연결되는지를 주목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본 연수자는 특히 PC 게임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온 그동안의 게임 연구들과는 달리 콘솔 게임과 휴대용 게임 등 다양한 매체 기기를 활용한 게임 텍스트들을 균형있게 다룰 계획이며, 국내에서는 연구도 소홀하며 게임 유저도 많지 않은 대체현실게임과 같은 게임 유형들도 두루 살펴볼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게임의 매체와 게임 서사 내용이 게이머의 수용 태도와 행위 방식, 그리고 ‘가능 세계’과 ‘가상 세계’를 구현 하는 방식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유형화하고, 동시에 이론으로서의 입론을 제시할 계획이다. (3) 디지털 게임을 포함한 통합적 뉴미디어 서사 이론 정립에 기여 소설과의 비교 과정을 통해 디지털 게임의 서사 텍스트로서의 지위를 명확히 하고, 디지털 게임 서사를 포함한 다양한 뉴미디어에 통합적이고 보편적으로 제시 가능한 서사 이론을 정립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낼 것이다. (4) 새로운 게임 서사의 개발과 제작에 기여 소설과 디지털 게임의 수용 과정을 비교하는 것은 소설 텍스트를 디지털 게임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텍스트로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까지 우리 게임 산업에서 소설을 게임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이른바 OSMU(one source multi use) 시도가 빈번하였지만, 정작 소설의 독자들을 게임의 유저로서도 만족시키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그것은 두 서사 텍스트의 수용 태도와 방식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서사적 구조를 유지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매체 특성에 대한 고려보다 우선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디지털 게임은 하드웨어의 속성에 따라 전혀 다른 유희적 성격을 가지며, 게이머들의 수행 과정과 시공간적 체험 역시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소니와 닌텐도의 사례는 게이머들의 수용 방식을 주목하고 배려하는 것이 게임 산업의 발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창조적이고 인터렉티브한 ‘가상 세계’의 창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게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 방향까지 유추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5) 게임 콘텐츠 교육 기관의 커리큘럼에 활용 디지털 게임이 각광을 받으면서, 게임 콘텐츠 실무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크게 늘어났다. 본 연수에서 규명될 소설과 디지털 게임의 수용 방식에 대한 분석은 제작자의 입장에서 스토리와 캐릭터 개발에 치중해온 게임 콘텐츠 교육 분야에서 ‘수용자’와 ‘게이머’의 태도를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유형화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요약
서사 텍스트의 수용 과정과 가능 세계 구성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본 연수의 연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 전통적 소설 서사 텍스트의 수용과 가능 세계 구성 방식 : 기존의 서사 이론 재검토 (2) 디지털 게임 서사의 수용과 가능 세계 구성 방식 : ...
서사 텍스트의 수용 과정과 가능 세계 구성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본 연수의 연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 전통적 소설 서사 텍스트의 수용과 가능 세계 구성 방식 : 기존의 서사 이론 재검토 (2) 디지털 게임 서사의 수용과 가능 세계 구성 방식 : 뉴미디어 게임 서사 이론 정립 (3) 통합적 서사 텍스트 수용 이론의 모색 첫째로 언급한 전통적 소설 서사 텍스트의 수용과 가능 세계 구성 방식을 연구하는 것은 이미 진행되어 온 서구적 서사 연구를 재검토하면서, 수용자의 창조성과 수행성에 더욱 주목하고 한국 소설 문학에서의 구체적 예증을 통해 입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게 될 것이다. 소설 문학의 경우, 기존의 서사학자들에 의해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다. 초기 서사학 연구들은 소설의 요소들을 물리적인 방식으로 분석하거나, 일정한 창작 문법을 발견하려는 데에서 출발했다. 가령 시간의 문제에서 사건의 순서가 어떻게 뒤바뀌어 배치되는가를 주목한다든지, 공간의 문제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을 어떤 방식으로 언어적으로 묘사하였는지를 주목한다든지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소설 텍스트의 구성과 소통의 상황, 특히 독자의 독서 행위가 갖는 의미를 강조하는 후기구조주의와 구성주의적 시각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가능 세계’라는 개념이 서사 문학 논의에서 중요하게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전환에 힘입은 것이다. 독자는 작가가 써놓은 텍스트를 수동적으로 읽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의식과 경험, 지적 능력 등을 동원하여 쓰여진 텍스트를 자신의 독창적 ‘가능 세계’ 안에서 재현하는 방식으로 독서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구성주의적 서사 이론은 막연한 선언 수준에 그치고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그것은 독자의 층위에서 구성되는 서사의 양상은 독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고, 그렇게 구성된 서사 양상을 추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게임 서사에서의 수용 상황과 가능 세계의 문제는 전혀 다르다. 바로 위에서 두 번째로 적은 항목이 이 부분을 연구하려고 하는 것이다. 디지털 게임 서사의 수용자는 리시버(receiver)라기보다는 유저(user)라는 말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게이머는 주어진 게임 서사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고 ‘수행(performance)’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게임의 게이머에게는 게임 속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시공간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게임을 하고 있는 실제 현실 속의 시공간도 중요하다. 이 두 가지 현실이 게임 조작과 수행의 과정에서 게이머의 ‘가능 세계’를 ‘가상 세계’로 재현되게 된다. 이렇게 재현된 가상 세계는 모니터나 액정 화면을 통해 시청각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실체가 된다. 가령 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 Massive Mu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의 게이머는 게임 속에 제작자가 구현해 놓은 시공간적 현실에 하나의 캐릭터를 선택하여 참여하게 되는데, 그 안에서는 실제 현실에서의 동일한 시간에 접속한 게이머들의 캐릭터들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만난 게이머들과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들 사이에 커뮤니티나 길드를 형성할 수 있게 되며, 이것은 게임의 배경이나 실제 현실과도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된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소설에서의 ‘가능 세계’는 실체를 발견하기 어렵지만, 디지털 서사의 경우 ‘가능 세계’는 실체적으로 구성되고 재현된다는 점에서, 디지털 서사의 ‘가능 세계’ 연구는 서사 수용자가 어떻게 ‘가능 세계’를 활용하여 서사 텍스트를 받아들이게 되는가를 분석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이 될 것이다. 본 연수의 궁극적 방향은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통합적 뉴미디어 서사 이론을 새롭게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 디지털 게임 서사의 시간은 본질적으로는 소설 서사와 마찬가지로 선조적인 시나리오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게임 수행자의 조작 행위가 없으면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요컨대 게임 서사 텍스트는 게이머의 수행을 통해서만 창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디지털 게임 서사의 특성, 특히 수행적이고 창조적인 속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디지털 게임 서사의 작동원리를 밝혀내고, 더 나아가 통합적인 서사 텍스트 원리를 도출해내는 것에까지 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