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청이 중국을 지배해 가는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던 필첩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소수의 이민족 왕조인 청이 다수의 한인 농경민족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중원에서 축적한 고도의 통치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이외에 언어·문자의 장벽을 효과적으로 해 ...

본고에서는 청이 중국을 지배해 가는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던 필첩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소수의 이민족 왕조인 청이 다수의 한인 농경민족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중원에서 축적한 고도의 통치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이외에 언어·문자의 장벽을 효과적으로 해결해야 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하급 관료가 만한 두 언어와 문자에 밝았던 필첩식이었다. 만주문자와 한문에 통달한 인재로서 청조의 중원 지배와 더불어 중앙에서 말단 지방 행정단위까지 배치되었던 필첩식의 등장, 분포, 의미, 쇠퇴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정복왕조의 중국 내지 지배 과정을 이해하고자 한다. 특히 만주족의 관료가 되는 루트로써 기능했던 필첩식이 시대의 흐름에 따른 제도의 문란, 만주족의 한화에 따른 필요성의 감소, 근대 관제의 도입에 따른 폐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소수민족인 만주족의 중국 통치 과정에서 언어의 장벽을 어떻게 극복하고 초기 행정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었는가를 이해함으로써 중국 역사상 마지막 정복왕조 청조의 중국 지배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2.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만주족의 한화 과정 ...

1. 소수민족인 만주족의 중국 통치 과정에서 언어의 장벽을 어떻게 극복하고 초기 행정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었는가를 이해함으로써 중국 역사상 마지막 정복왕조 청조의 중국 지배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2.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만주족의 한화 과정이 심화되고 만한번역으로 만주인의 출세 통로였던 필첩식이라는 관직 역시 쇠퇴해 가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정복왕조의 한화과정에 대한 이해를 분명히 할 수 있다.
3.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는 오늘날 외국어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모국어를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음으로써 비로소 소통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됨으로써 언어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4.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형세 변화와 함께 부침했던 필첩식의 운명을 통해 시대 조류의 변화가 더욱 빨라진 현대사회에서 정보의 획득과 함께 외국어를 비롯한 개인의 능력 개발의 중요성을 일깨울 수 있다.

초보적인 사무원 수준의 번역, 문서 업무를 맡았던 필첩식은 금·원·여직의 領史譯史 및 몽고의 筆且齋의 예에 보이듯 정복왕조가 높은 문화를 향유하던 농경지역을 통치하면서 운용했던 언어·문자의 소통을 맡았던 초급 관원이었다. 이들은 유목문화와 농경문화를 언어·문자의 번 ...

초보적인 사무원 수준의 번역, 문서 업무를 맡았던 필첩식은 금·원·여직의 領史譯史 및 몽고의 筆且齋의 예에 보이듯 정복왕조가 높은 문화를 향유하던 농경지역을 통치하면서 운용했던 언어·문자의 소통을 맡았던 초급 관원이었다. 이들은 유목문화와 농경문화를 언어·문자의 번역을 통해 그 교류를 최선단에서 담당한 문화교류의 첨병이었으며 청대에 특히 광범위하게 설치 운용하면서 그 역할도 매우 중요하였다.
필첩식의 등장은 만주문자의 창제를 전제로 한 것이었고 나아가 만주문자의 일정한 확산과 보급의 결과였다. 입관 후의 청조는 여전히 만주족 고유의 풍습과 언어를 유지하려고 하였고 여기서 발생한 것이 행정 문서의 만한 이중 작성 문제였다. 특히 입관 초기에 중원 사정에 밝지 못하고 언어도 능하지 못했던 청 지배층과 고관들로서는 만한 문자에 능한 하급 문신 필첩식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였다. 팔기 집단을 기반으로 중국을 지배한 청조는 각 기 출신의 문인을 출사시키기 위한 방편으로도 필첩식을 활용하였다. 광범위하게 설치·활용된 필첩식은 그들이 맡은 업무의 성격상 승진도 빨랐으며 중앙 부원의 고위직에 오른 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청의 중국 지배가 차츰 안정되고 만주족이 고유의 문화를 상실해가는 추세 속에서 언어 문자 생활은 만한 병용에서 한문 단용으로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필첩식은 입지를 상실하고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