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수의 연구목표는 ‘더미의 역설’(sorites paradox)과 관련된 의미론적, 논리적 쟁점들을 분석하고, 그에 기초해서 ‘더미의 역설’의 가장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초평가주의(supervaluationism)임을 보이는 것이다. 한 개의 모래알이 ‘더미’와 ‘더미 아님’을 구분하는 ...
본 연수의 연구목표는 ‘더미의 역설’(sorites paradox)과 관련된 의미론적, 논리적 쟁점들을 분석하고, 그에 기초해서 ‘더미의 역설’의 가장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초평가주의(supervaluationism)임을 보이는 것이다. 한 개의 모래알이 ‘더미’와 ‘더미 아님’을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직관에 기초하는 ‘더미의 역설’의 해결 전략은 다음 두 부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더미’와 ‘더미 아님’을 구분하는 경계점이 존재함을 인정하면서 역설이 발생하는 현상적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계점이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 역설을 해결하는 것이다. 첫 번째 전략은 윌리엄슨(1990, 1994, 1996), 소렌센(1988, 1998) 등의 인식론적 설명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두 번째 전략에는 버지스(1990), 타이(1990, 2000), 아카이바(2000, 2004) 등의 존재론적 전략과 파인(1975), 캄프(1975), 키프(2000), 바르찌(2001, 2007) 등의 ‘초평가주의’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더미의 역설’과 관련된 논쟁은 주로 ‘더미의 역설’의 원인인 ‘모호성’의 성격 규정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인식론적 전략은 더미의 역설을 ‘구분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한 무지’에 기인하는 인식적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모호성’을 무지의 문제로 전환한다. 이에 반해 존재론적 전략은 ‘모호성’을 존재론적 문제로, 다시 말해 대상의 문제로 전환한다. 그리고 초평가주의는 참과 거짓 사이의 틈(gap)을 인정하는 새로운 의미론을 통해 ‘더미의 역설’을 해결한다. 그런데 이 새로운 의미론이란, 진술 A를 그것에 대한 ‘허용가능한’ 명료화된 해석 I1(A), I2(A), , , , ,In(A)에 의해 평가하는 것으로, 이러한 의미론에 따를 경우 해석에 따라 다른 진리값을 갖는 모호한 진술은 참도 거짓도 아닌 ‘미결정’이다. 이처럼 ‘더미의 역설’에 대한 해결 방법들은 ‘모호성’의 성격 규정에 의존한다. 그래서 논자는 지금까지 제시된 ‘더미의 역설’의 해결 방법들을 비교, 분석하고 초평가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모호성’과 관련된 다음의 두 논제를 먼저 정당화할 것이다. 논제 1)모호성은 광범위한 사례를 갖는 의미론적 현상이다. 논제 2)모호성은 정의에 의해 제거될 수 없다. 다시 말해, ‘크다’와 같은 모호한 단어를 정의하는 메타-언어 역시 모호할 뿐 아니라, ‘모호함’은 모호하다. 또한 ‘더미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고전논리학과는 다른 새로운 논리학을 제시했을 경우, 새롭게 제시된 논리학이 충분한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논자는 다음의 논제 역시 제시하고자 한다. 논제 3)더미의 역설에 대한 어떤 해결 방식도, ‘참’, ‘타당성’과 같은 관련된 논리학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논제 1)은 간단하지만 매우 강력한 주장이다. 논제 1)이 성립한다면, 인식적 전략뿐 아니라 존재론적 전략 역시 거부되기 때문이다. “ ‘모호함’은 모호하다”라는 명제로 대표되는 고차모호성과 관련된 논제 2)는 본 연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논제이다. 이 논제에 대한 정당화 과정에서 우리는 모호성이 제거불가능함을 입증할 뿐 아니라, 더미의 역설의 해결 전략들의 장, 단점을 비교, 분석할 수 있다. 특히 논자는 ‘고차모호성’과 ‘초평가주의’가 양립가능함을 보임으로써, 모호성에 대한 초평가주의적 이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논자는 이 두 논제의 정당화에 근거해서 초평가주의를 옹호할 것이다. 더해서, 논자는 위에서 언급한 ‘더미의 역설’에 대한 해결 방안들 이외에도 문맥주의(contextualism), 다평가주의(plurivaluationism), 하평가주의(subvaluationism) 등도 분석하려 한다. 특히 초평가주의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다평가주의나 하평가주의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논자는 초평가주의의 의미론적 모형을 더욱 정교화함은 물론, 초평가주의의 확장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