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수의 주제인 플라톤의 정치철학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비판은 『정치학』 2권에 집중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비판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고찰할 수 있는데, 『국가』의 정치적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ch.1-6, 1260b27-1264b41), 『법률』(ch.6, 1265a1-1266a ...
본 연수의 주제인 플라톤의 정치철학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비판은 『정치학』 2권에 집중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비판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고찰할 수 있는데, 『국가』의 정치적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ch.1-6, 1260b27-1264b41), 『법률』(ch.6, 1265a1-1266a30)에 전개된 정치사상에 비판이 그것이다. 하지만 주된 비판의 대상은 『국가』이며, 중심내용은 처자공유와 재산의 공동소유에 대한 것이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철학을 다른 철학자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한다. 특히 그가 플라톤의 정치철학에 대하여 비판한 내용은 Trevor Saunders가 잘 지적한 것처럼 철학적으로 가장 풍부하며 복잡한 부분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선행연구는 국내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빈약한 편이다. 따라서 본 연수의 목적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저작 『정치학』에서 행하고 있는 플라톤의 정치철학에 대한 비판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 연수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플라톤의 정치철학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비판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철학을 철학 전 분야에 걸쳐서 비판하고 있다. 이런 비판은 이후 전개된 철학사에서 플라톤주의와 아리스토텔레스주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특히 정치철학 분야에서 플라톤의 『국가』,『법률』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비판은 서구정치 사상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런 이유로 그의 비판의 근거를 확인하고, 검토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이며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둘째, 아리스토텔레스의 비판은 플라톤의 『국가』, 『법률』편에서 전개된 논변을 고려할 때, 일관되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라톤에 대한 비판은 자주 정당하지 않으며 편파적이라고 언급되어 왔다. 『국가』에 대한 이해도 일면적이며 특히 5권에 집중된 관심을 드러내고 있으며, 『법률』에 대해 비판에서 예시된 언급들도 아주 지엽적이며 단편적인 사례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었다. Susemihl, Oncken, Bornemann, Vegetti(넓게 보면) 등이 이런 입장에 있다. 반면에 비판의 이런 일면성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국가』,『법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곧바로 함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G. Morrow, Stalley, R. Bodéüs, M. Canto-Sperber 등이 이들이다. 본 연수자는 후자 입장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비판은 구체적인 항목과 사실에 기초한 비판으로서 플라톤이 제시하는 정체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비판이며, 또한 이런 비판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이 인간의 이기심과 가족제도에서 비롯되는 자연적인 친족관계를 평가절하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라고 판단된다. 더 나아가, 폴리스의 여러 사회적 문제는 폴리스의 법적 제도나 폴리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본성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진단한다. 셋째,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라톤에 대한 이런 비판이 그의 정치철학 전체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며, 어떤 철학적 지위를 갖는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비판이 전체 『정치학』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검토하려는 작업은 정치학의 구성뿐만이 아니라 이 저작의 근본적 의도와 연관된다. 이런 해명을 통해서 『정치학』2권의 지위뿐만 아니라, 이런 비판이 아리스토텔레스 정치사상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행해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라톤 비판은 ‘가장 훌륭한 정체’를 발견하기 위하여 이전에 철학자들이 제기한 주요한 모델들을 검토하고, 그 다음 훌륭하다고 언급되는 현존하는 모델들을 검토하는 작업 속에서 제시된 것이다. 그렇다면 플라톤에 대한 비판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정체가 가장 좋은지를 논의하기 위한 예비적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치학』의 구성과 관련하여 2권 다음에 7권과 8권을 뒤따르는 부분으로 간주하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요컨대, 첫째와 두 번째 주제는 해당 원전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두 정치철학 간의 비교 및 대조를 필요로 하는 연구라면, 세 번째는 종합적 고찰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