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표는 중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부탄과 국경을 맞대는 인도 동북지방 소수부족의 19-20세기의 궤적을 추적하여 ‘아시아의 잠재적 발칸’으로 여겨질 만큼 많은 분쟁이 지속되는 이 지역에서 ‘다수파-소수파 신드롬’의 근원과 현상을 규명하고 그 해결방안, ...
이 연구의 목표는 중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부탄과 국경을 맞대는 인도 동북지방 소수부족의 19-20세기의 궤적을 추적하여 ‘아시아의 잠재적 발칸’으로 여겨질 만큼 많은 분쟁이 지속되는 이 지역에서 ‘다수파-소수파 신드롬’의 근원과 현상을 규명하고 그 해결방안, 곧 다원적인 인도의 통합성과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인도에서 소수부족의 문제는 논쟁적이다. 인도 헌법은 인도의 다원적 특성을 고려하여 소수부족의 권리를 인정하고 그 타자성을 인정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대우하고 그 정치적 힘을 고양하기 위한 소수파 정책은 동북지방에서 문제점을 야기한다.
영토의 4분의 3이 산악지대인 동북지방에는 소수부족민이 많다. 부족민과 비(非)부족민의 구분은 인도 주류 문화의 수용여부로 판단한다. 1990년대 ‘인도인 프로젝트’는 인도에 635개 부족집단이 있고 그 중 213개 부족집단이 동북지방에 살고 있음을 알려준다. 2001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부족민의 50%가 이 지방에 거주하고 있다.
동북지방에는 연방정부의 특별한 혜택을 받는 지정부족(ST)도 많다. 영국에서 독립한 뒤 인도 정부는 사회적으로 낙후한 집단의 증진을 위해 교육기관의 입학과 관직의 선발에 일정한 비율을 지정카스트(SC)와 지정부족에게 할당하는 지정제도를 도입했는데, 2001년 인구센서스는 인도 인구의 약 8%가 지정부족이고 그 중 약 30%가 동북지방에 있다고 밝혔다.
동북지방은 지난 60여 년간 각 부족의 고유성과 아이덴티티를 내세운 분리주의운동이 지속되었다. 그 결과 1947년 아삼 주 1개이던 동북지방은 6개 주가 분리되어 7개 주가 되었다. 주 경계 안에서도 부족 간의 갈등은 지속된다. 1992-2001년에 정치적 분쟁으로 사망한 주민은 12,181명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이 연구는 이 질문의 답을 따라간다.
오늘날 인도 동북지방은 Arunachal Pradesh, Assam, Meghalaya, Manipur, Nagaland, Tripura, Mizoram의 7개 주를 지칭한다. 주경계의 98%가 중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부탄과 국경을 이루는 총 면적 255,088평방킬로미터(인도 영토의 7.7%)에는 38,495,089명이 거주하여 인도 총인구의 3.74%를 차지한다. 그러나 인구나 영토의 크기로 지역연구의 필요성을 판단할 순 없다.
영국이 19세기에 자의적으로 ‘구성한’ 인도의 동북지방은 오늘날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변방이지만 인도-아시아와 몽골-아시아라는 두 개의 대(大)전통이 만나는 중간지대로서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다. 특히 연전에 중국-버마-인도를 연결하는 도로의 복구사업이 시작되어 이 지역이 중국-인도 간, 주변국과 동남아 간의 교역과 교류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종의 도가니인 동북지방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존과 상생의 가능성을 테스트할 시금석과 같은 공간이다. 동북지방의 주민들은 인도 대륙의 인도-아리안계와 드라비다어를 쓰는 인도인과는 달라서 버마인/티베트인/중국인이나 타이와 비슷하다. 언어도 티베트-버마, 몽골-크메르계에 속한다. 정치적-행정적으로는 인도인이나 인종적-문화적으로는 몽골계인 이들에 관한 연구는 탈경계의 시대에 필요하다.
영국의 식민정부와 독립한 뒤 인도 정부는 정치적, 군사적으로 민감한 변방의 특성을 고려하여 고립과 배제의 이념에 근거한 정책을 동북지방에 시행하였으나 부족민을 사회적 주변인으로 만들면서 적대감과 상호파괴를 야기하였다. 곧 부족민은 ‘그들과 다른 우리’를 강조하며 분리주의운동을 벌이며 부족문화의 생존이 포용정책에 근거해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동안 관련분야에서 변방 연구는 드물었다. 19-20세기 동북지방 부족민의 정치적 역정을 추적하며 국가의 통합이 변방과 소수파의 정체성을 인정하는데 달렸음을 증명할 본 연구는 이 지역이 주변국가와 동아시아를 연계하는 교역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대두된 즈음에 부족민이 국가의 경계를 초월한 지역개발의 동력이 될 가능성을 타진하여 미답인 지역연구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