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설화의 영역본들의 서지사항을 액세스(MS Office Access)에 정리하고, 설화의 한국어채록본과 달리 영역본만이 가지는 특징을 찾아보았다.
먼저 수집된 한국설화 영역본들 중에서 그림동화책들을 제외하고, 32종을 선정했다. 이들 중 연구대상으로 영어원 ...
본 연구는 한국설화의 영역본들의 서지사항을 액세스(MS Office Access)에 정리하고, 설화의 한국어채록본과 달리 영역본만이 가지는 특징을 찾아보았다.
먼저 수집된 한국설화 영역본들 중에서 그림동화책들을 제외하고, 32종을 선정했다. 이들 중 연구대상으로 영어원어민 독자들의 접근성이 높은 국외출판된 영역본들을 선정했다. Korean Tales(H. N. Allen, 1889), The unmannerly tiger and other Korean tales(William Elliot Griffis, 1911), Omjee The Wizard-Korean Folk Stories(Homer B. Hulbert, 1925), Tales told in Korea(Berta Metzger, 1932), Tales of a Korean Grandmother(Frances Carpenter, 1947), Folk Tales from Korea 우리고담(In-Sŏb Zŏng, 1952), The Story of bag: a collection of Korean folktales(So-un Kim compiled./Setsu Higashi, trans., 1955), Korean Folk-tales(James Riordan, 1994) 등 8종의 영역본은 교육 또는 연구의 가치가 있는 자료들이다. 여기에 실린 총 264편의 한국설화영역본의 서지사항을 액세스 프로그램으로 정리하고, 이를 분석했다.
가장 많이 실린 작품으로는 신화 중에는 <단군신화>(5편), 전설에서는 <견우와 직녀>(3편), <해와 달이 된 오누이>(3편), 민담으로는 <견묘쟁주설화>(7편)였다. 이를 토대로 가장 많은 영역본이 남아 있는 <견묘쟁주설화>를 대표설화로 선정했고 이의 분석을 통해 영역양상을 고찰했다.
<견묘쟁주설화>의 영역본 7편을 영역본이 나오기 전에 채록된 한국어 채록본들과도 비교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개와 고양이에 대한 한국인 시각의 반영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고양이보다는 개를 선호하는 편이다. 개는 충직한 동물로 여겨왔고, 사람과 함께 집에서 살았다. 고양이를 요물로 여겨 꺼리는 우리의 풍속이 서구인들의 시각에서는 색다르게 보였을 것이다. 구슬을 되찾는데 쥐의 도움을 받는 아이디어를 내거나, 다시 잃어버린 구슬을 강 밑바닥에서 찾을 수 없자 낚시나 그물에 걸리기를 기다린다는 영리하고 충직한 개를 그린다. 반면 한국의 역자들은 고양이가 방에 살고, 개가 마당에서 사는 것에 주목해서 고양이가 영리해서 방에서 살게 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한국풍속의 부각이다. 영역본들의 경우 한국의 풍속을 드러내면서 번역하려는 역자들의 노력이 보인다. 이는 한국이라는 생소한 나라와 이국적인 이야기를 소개하려는 것이 목적인만큼 당연하다. 그들의 눈에는 상투도 인상적이고, 온돌위에 장판을 깐 초가집과 흙담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당도 특이하게 비췄던 것이 여러 예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셋째, 기독교적 시각의 개입이다. 한국어본들과 정인섭, 김소운의 것은 동물의 보은 또는 나쁜 동물을 죽이는 과정에서 구슬을 얻게 된다. 동물보은설화가 한국 뿐 아니라 서구에서도 많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당대 그리고 후대에 걸쳐 모든 한국의 <견묘쟁주설화>에서 없었던 나그네화소가 영역본에는 들어있다. 이는 종교적인 영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성경』에는 나그네를 잘 대접하라는 구절들이 자주 나온다. 알다시피 초기 영역본들은 대부분 선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졌고, 한국을 방문해서 견문기를 남긴 이들도 대부분 선교사들이었다. 이들의 번역에는 종교적 시각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넷째, 회상식 서사 구성방법이다. 구성의 측면에서 보면, 영역본들은 회상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노인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서술해 나가다가, 그가 어떻게 이러한 삶을 누리게 되었는지 과거의 사건을 이야기해 준다. 이러한 역전구성은 설화에서 거의 쓰지 않는 방식이다. 기억이 쉬워야 하는 설화구연의 특성상 시간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구성은 문헌으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편찬하는 이의 가필이 들어간 결과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 살펴본 결과 영역본 계열과 한국어본 계열은 같은 서사구조와 화소를 가지고 있지만,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였다. 영역본 계열의 고유의 특징들은 역자의 시각으로 각색된 부분들로 보인다. 초기 영역자들이 주로 선교사들이었고, 당시 국외에 생소한 나라였던 한국의 문물을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가 영역에 개입된 결과다. 이러한 영역본 계열의 특징들은 영역본 간에 전승이 이루어져서, 비교적 최근 출판된 수잔, 리오단의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역자들이 영역의 과정에서 참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자료는 앞서 출간된 설화 영역본이였을 것이며, 설화 영역본 간에 영향관계가 있음은 '감사의 글'들을 통해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설화의 영역작업이 기존의 영역본을 참조하는 수준을 넘어서 원전을 잘 살려 번역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