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기 이후 숨 가쁘게 전개된 당대 중국의 문학적 흐름은 시대사적 맥락을 함께하는 한편으로, 작가 개인의 창작 환경과 의식의 변모 등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혁 이후의 문학적 흐름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性과 관련된 다양한 문학적 묘사이다. 단순히 문혁 ...
신시기 이후 숨 가쁘게 전개된 당대 중국의 문학적 흐름은 시대사적 맥락을 함께하는 한편으로, 작가 개인의 창작 환경과 의식의 변모 등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혁 이후의 문학적 흐름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性과 관련된 다양한 문학적 묘사이다. 단순히 문혁에 대한 비판 형식으로서의 性 묘사나, 개인의 정신적․육체적 해방 차원에만 한정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것이다. 張賢亮과 劉恒, 王朔, 王小波, 九丹, 衛慧 등의 작품에서 性은 감각적 차원을 넘어선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물론 개별 작품에서 보이는 性 묘사의 차이는 분명하다. 張賢亮과 劉恒의 작품에 드러난 性의 모티프가 애정의 차원을 넘는 일종의 정치적 상징의 의미를 지닌다면(이욱연, 〈소설 속의 문화대혁명〉, 《중국현대문학》제20호,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 2001, 서울, p.290, 연구과제번호 1999-041-A00171), 王小波의 작품에서 애정과 性의 모티프는 매조키스트광과 새디스트광의 화해로운 유희나 게임의 의미를 갖는다.(이욱연, 위의 글, p.299) 이에 비해 九丹과 衛慧의 작품에서 性은 현실질서로부터의 탈주이자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몰입(노정은, 〈《상하이 베이비》와 ‘신인류’의 문화적 징후〉, 《중국현대문학》제45호,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 2008, 서울, p.280)의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이처럼 신시기 이후의 문학작품에서 性은 다양한 양상으로 현실과 시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色情文學’․‘性愛描寫’․‘身體寫作’과 같은 비평 용어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이와 더불어 문학작품에 나타난 성 담론을 통해 중국인의 관념과 심미의식의 변화를 탐구하려는 경향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의 연구는 대부분 개별 작가와 작품에 한정하여 문학작품 내부에서의 性愛描寫를 논하고 있을 뿐, 性이 그 자체로 끊임없이 재론되고 작품의 모티프가 될 수밖에 없는 원인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그로 인해 性은 항상 무언가와 연계되어 논의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문혁이라는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으로서의 性,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도입과 함께 가속화된 개인화의 상징으로서의 性, 남성중심사회의 권력으로서의 性, 소비문화와 연계된 性 등이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은 연구방법론은 性을 사회변화의 동인 가운데 하나로 언급할 뿐, 性과 욕망의 인류학적 의의에 대한 적극적인 규명을 놓치고 있다.
본 연구는 신시기 이후의 문학작품 가운데 性을 모티프로 하는 작품을 중심으로 性이 끊임없이 재구되고, 시대 상황에 따라 형상적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탐구함으로써 20세기 중국문학을 에로티즘(Erotism)을 통해 조망할 수 있는 방법론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는 性이나 욕망을 끊임없이 무언가와 연계하여 탐구하는 연구방법론에서 벗어나 性과 욕망을 그것 자체로 고찰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다.
에로티즘을 통해 신시기 이후의 중국문학을 조명할 수 있는 근거는 性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인간과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형상을 조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시기 이후의 중국문학에 나타난 性은 억압 기제에 대한 반발이자 동시에 그것 자체로 인간 본연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性충동은 노동 혹은 이성과 대비되는 무질서에의 몰입이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시시한 만족으로 일단락되지 않는다. 종종 파괴와 배반을 수반하기도 하며, 파괴와 배반을 반복하면서도 더한 무질서, 더한 성적 충동을 찾기도 한다. 파괴와 멀지 않은 성적 충동의 절정에 이르러서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이 죽음은 경계 허물기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경계를 허물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죽음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에로티즘이다. 張賢亮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衛慧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당대문학은 성적 충동의 심화를 반영하고 있으며, 충동의 심화는 곧 사회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를 확장하면 중국의 당대문학은 거대한 금기로서의 문화대혁명과 이에 대한 위반의 과정 가운데 형성되었다는 가설의 성립도 가능하다.
이의 연장선에서 20세기 중국의 문학은 크게 봉건이라는 억압기제 혹은 금기에 대한 위반과 문혁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봉건에 대한 위반의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20세기 중국문학은 금기의 두 축인 봉건과 문혁에 대한 위반의 과정 가운데 형성되었다는 가설이 성립 가능하다. 위반의 주요한 수단은 性이며, 性을 통해 중국의 문학은 동력을 확보하였다. 파괴적인 性 충동을 통해 중국문학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으며, 변모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性은 항상 논의의 중심에 있지 못했으며, 다만 부수적인 차원에서 논의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