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의 필요성: 현대사회는 지구화 또는 세계화(Globalisierung)를 통한 문화적, 정치신학적 재편 과정에서 분쟁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폭력(Gewalt)과 테러리즘(Terrorismus)은 정치신학(politische Theologie)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은 저마다의 독특한 종 ...
(1) 연구의 필요성: 현대사회는 지구화 또는 세계화(Globalisierung)를 통한 문화적, 정치신학적 재편 과정에서 분쟁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폭력(Gewalt)과 테러리즘(Terrorismus)은 정치신학(politische Theologie)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은 저마다의 독특한 종교문화적 전통, 특히 신화에 대한 상호주관적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신화학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물론이고 신화와 정치신학의 연관성이나 폭력의 정치신학적 구조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 정치신학적 갈등의 극단적 표출은 바로 ‘아우슈비츠 사건’이었으며, 이는 낭만주의의 신화 해석을 계승한 독일의 제3제국이 반유대적 인종정책을 자행함으로써 빚어진 현상이었다. 그것은 독일민족과 유대민족 사이의 갈등을 넘어서서 기독교와 유대교의 정치신학, 특히 기독교에 기반을 둔 독일민족의 유토피아적 지향성과 유대민족의 메시아적 시온주의(messianischer Zionismus)의 갈등에 근거한다. 이 사건은 칸트(Kant)가 ‘하느님 나라’와 ‘세계정부’라는 정치적 최고선을 요청함으로써 발단되었으며, 노발리스(Novalis)와 횔덜린(Hölderlin)과 셸링(Schelling) 등 독일의 낭만주의 사상가들이 그 원초적 이상성을 고대 그리스의 신화정신에서 발굴하면서 새로운 문화적 세계정부를 요청하였을 때 보다 더 선명하게 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신화해석학 또는 신화학의 철학이 정치적으로 변형되는 과정에서 교조화되는 이른바 정치신학과 그것이 빚어내는 폭력과 테러리즘의 관계 문제를 중점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이 문제는 본래 기독교신학의 신정론에서 출발하며,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에서의 선과 악, 그리고 신국과 지상 정부의 문제 인식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의 ‘선한 신’이 블로흐(Ernst Bloch)에서는 ‘악한 신’으로 규정됨으로써, 선악의 해석학적 규정은 단일 종교 내부에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상호주관적이고도 의사소통적 구조를 가지고 있음이 명백하게 되었다.
따라서 현대사회는 폭력과 테러리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자신의 종교적 교의체계나 자국의 정치논리에 입각하여 제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신화학의 철학이 정치신학을 규정하고, 정치신학이 다시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연구주제의 독창성: 본 연구는 신화해석학, 신화학의 철학, 정치신학, 국가 폭력의 유기적인 관계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의사소통의 철학과 담론윤리학(Habermas, Apel), 세계윤리(Hans Küng), 해방신학(Gutierrez, Boff), 해방철학(Dussel)의 맥락에서 찾아보려는 데 있다. 이는 전통적인 신화학 연구성과로부터 출발하지만, 민족(종교) 또는 국가 단위의 신화 해석이 정치신학으로 고착화되어 도덕과 규범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가치규정의 척도 등으로 작용하는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동함으로써 다른 민족(종교) 또는 국가의 규범적 가치와 대립하는 현상으로서 폭력과 테러리즘이 정당화되는 구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 있다.
(3) 선행연구와의 비교: 본 연구는 신화학, 정치신학, 이데올로기, 세계악, 폭력 등의 철학적 담론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인간 및 인류사회의 본성에 대한 구조적 특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기존의 연구틀 속에서는 신화, 신화학에 대한 해석 방법론의 문제, 특히 신화와 연관된 학문영역들, 특히 신화학, 종교철학, 문화인류학, 신학, 정치학 등에서 지엽적인 연구들이 수행되었다. 본 연구는 프로이트(Freud)의 정신분석학이나 마르크스(Marx)의 이데올로기 비판, 그리고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회비판과 비슷한 궤적에서 진행되지만, 보다 유사한 틀은 프로이트 좌파의 핵심인물로 주목받고 있는 라이히(Wilhelm Reich)의 파시즘 비판일 것이다. 본 연구는 신화해석학과 신화의 철학이 이룩한 연구성과들이 ‘국가의 신화’, 즉 정치신학으로 변질되는 과정에서 악과 폭력을 생산하고 있는 현실로부터 폭력의 정치신학적 구조를 규명함으로써, 의사소통공동체의 철학(신학)이나 해방철학(신학)에서 전지구적으로 타당한 보편적인 규범윤리학의 정초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들이 폭력 문제의 해소 방안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