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의 목적
이 연구의 목적은 근대이후 세 번의 ‘세기전환기’ 독일문학에 등장하여 시대의 아이콘이 된 남성상, 즉 ‘우는 남성’(1800), ‘아픈 남성’(1900), ‘이상한 남성’(2000)을 젠더 연구적 관점에서 면밀히 분석하는데 있다. 이를 통해서 이 연구는 문학 연구와 ...
1. 연구의 목적
이 연구의 목적은 근대이후 세 번의 ‘세기전환기’ 독일문학에 등장하여 시대의 아이콘이 된 남성상, 즉 ‘우는 남성’(1800), ‘아픈 남성’(1900), ‘이상한 남성’(2000)을 젠더 연구적 관점에서 면밀히 분석하는데 있다. 이를 통해서 이 연구는 문학 연구와 젠더 연구의 체계적인 결합을 모색하고, 여성성 연구에 치중되어 있는 국내 독일문학 및 젠더학의 연구지평을 확장하고자 한다.
2. 연구의 내용
◆ 1800년의 ‘우는 남성’, 1900년의 ‘아픈 남성’, 2000년의 ‘이상한 남성’
1800년, 1900년, 2000년을 전후로 독일문학에는 남성스테레오타입과 뚜렷이 구별되는 ‘또 다른 남성’들이 나타났고 당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18세기, 시민계급의 문학장르였던 시민비극과 소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눈물을 흘리는 남성’들을 탄생시켰다. 베르터로 대표될 수 있는 이 남성들은 왠일인지 1800년의 문턱에서 독일문학에서 사라진다. 이들이 퇴장한 후 독일문학에는 더 이상 눈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남성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눈물 흘리는 남성이 사라진 것은 시민사회의 유능한 구성원이자 모범적 가장으로서 남성 스테레오타입이 구축된 과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1796년 실러가 시 <여성의 이상>에서 “가장 여성스러운 여성”과 “가장 남자다운 남성”을 대비시킨 것은 근대적 남성스테레오타입이 이미 확립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세기말”이라고 불리는 19세기 말, 20세기 초는 근대에 축적된 모순들이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과정과 맞물리면서 유약하고 병적인 남성들이 등장하는 한편, 힘과 땀으로 상징되는 강인한 남성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문학은 대립적인 두 남성상의 ‘간극’을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사춘기 소년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재현했다. 과민하고 종종 ‘신경질적’이기도 한 이들 소년들은 특이하게도 대개 성년의례를 통과하지 못하고 죽음으로써, 정체불명의 혼돈 속을 헤매는 영원한 사춘기를 처음으로 독일문학의 주제로 부각시켰다. 한노, 모리츠, 한스, 파울, 펠릭스 등 당시 독일문학속 섬약한 청소년들은 모두 죽거나 죽음으로의 퇴행중에 있다. 슈니츨러의 젊은 주인공들은 비록 성년에 도달하지만 살아가는 재주도 의욕도 없이 사춘기적 혼돈의 미명 속에 머문다는 점에서, 저 퇴행의 대열에 합류시킬 수 있다. 190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을 출판, 남성이 자신의 주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가장 똑똑하지만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는 모르는 오이디푸스를 남성의 또 다른 이름으로 차용한 데는 세기말 위기에 처한 남성성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의도가 깔려있기도 했다.
세기말의 우울하고 신경쇠약적인 남성은 20세기의 끝자락에 다양한 형태의 ‘도착자(倒錯者)’로 변화하는 듯하다. 예컨데 1980년대 옐리넥의 남성인물들은 변태적 권위자로서 근대적 남성성을 과잉 만족시키며 성욕, 권력욕, 폭력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들의 사디즘적 도착이 근대적 남성성의 한 극단을 보여준다면, 과잉분출된 남성성에 대한 여성의 복수 판타지도 만만치 않다. 울라 한의 『집안의 남자』에서 남성의 신체는 여성에 의해 모욕당하고 사랑의 이름으로 고문당한다. 나아가 한 세기가 끝나는 1999년 카렌 두베의 소설 『폭우』는 근대적 남성성에 종말을 고한다. 끝없이 내리는 비는 남성의 ‘갑옷’인 집을 무너뜨리고 남성은 그가 발명한 문명의 이기들과 함께 늪속으로 침몰한다. 한편, 남성작가들이 형상화하는 도착은 동성애, 트랜스젠더, 성도착, 성불능 등 ‘이상(異狀)적이거나 이상(異常)한’ 남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특히 페미니즘적 가치관과 젠더 개념이 낯설지 않은 젊은 작가들은 상당히 의식적으로 남성적 정체성을 문학의 주제로 삼는다. 뢸레, 크라흐트, 레버트의 조숙하고, 냉소적이며, ‘쿨 cool’한 젊은 주인공들은 남성적 ‘포즈’를 취하고 남성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다. 바야흐로 현재 독일문학, 특히 팝-문학에서는 ‘남성성 수행프로젝트 (Performing Gender)’가 ‘진행중’이다.
3. 연구결과
1) 팝모던 댄디의 스타일링 – 크라흐트의 소설 『파저란트』를 중심으로 본 팝문학에 나타난 자아정체성 문제, 실린 곳: <독일문학> 2010
2) 크리스티안 크라흐트의 탈역사 문학 - 소설 『나 여기 햇빛 속과 그늘 아래 있으리라』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소멸의 판타지 (논문언어: 독일어), 실린 곳: <독일문학> 2011
3) 오이디푸스의 모더니즘적 재발견 – 세기전환기 남성성의 위기와 빈 모더니즘의 오이디푸스 담론 연구, 실린 곳: <독일어문학> 2011
4) 몰락의 서사 – 카렌 두베의 『폭우』에 나타난 근대적 남성성의 해체, 실린 곳: <독일어문학>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