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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말기 조선의 담론 지형과 근대 비판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학문후속세대양성_학술연구교수& #40;인문사회& #41;
연구과제번호 2009-353-A00049
선정년도 2009 년
연구기간 1 년 8 개월 (2009년 07월 01일 ~ 2011년 02월 28일)
연구책임자 고봉준
연구수행기관 경희대학교& #40;국제캠퍼스& #41;
과제진행현황 중단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본 연구는 일제말기 조선에서의 담론 지형과 그 성격을 근대 비판과 탈근대론의 맥락에서 검토함으로써, ‘제국주의/식민’ 담론에 내재된 이율배반성과 분열의 계기를 파악하고, ‘탈근대/탈식민’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탈근대론이란 근대적 담론 지반을 비판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론적 논의를 지칭한다. 만주사변-중일전쟁-태평양전쟁으로 점철된 이 시기는 전쟁을 통해 근대(제국주의)의 내적 모순이 분명하게 드러난 시기이다. 따라서 근대 제국주의와 파시즘 체제의 폭압성을 뚜렷하게 증명할지언정 탈근대의 가능성을 확인하기에는 일견 부적절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1930년대 전반기부터 일본과 조선 모두에서 근대 비판 담론이 대두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파시즘 체제 확립의 직접적 계기가 된 중일전쟁 이후로 서구 비판과 더불어 근대 비판의 담론은 동양 혹은 아시아 논의와 결합하여 그 존재를 드러내곤 했다. 비록 관련 담론의 일차적 발신지는 제국주의 일본이었지만, 식민지 조선의 담론장에서도 근대 극복에 대한 나름의 담론 지형이 형성되었다. 이 시기 근대 비판 담론은 다양한 맥락에서 근대 극복의 과제를 설정했다. 서구의 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근대의 핵심으로 보면서 이를 넘어서야 한다는 경우도 있었고, 과학주의와 휴머니즘이 서구적 근대의 본질로 지목되기도 하였다. 또, 근대의 역사주의적 시간 개념을 비판하고 ‘전통’의 의미를 새롭게 부각시키기도 했고, ‘우리 안의 서양’에 대한 극복을 주창하기도 했다. 이런 담론들은 오늘날의 탈근대론들과 부분적인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담론이 구성한 근대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로서의 ‘근대’인지, 그리고 그 ‘근대’가 이들의 담론 속에서 극복될 수 있는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탈근대론은 일차적으로 근대적 사고의 자기중심성, 타자를 동일화하는 사유를 비판하고 있는데 반해, 이 시기의 근대 비판 담론을 보면 이와 관련해서 비판할 대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적 통합과 전체주의적 태도, 연대와 협동에 어긋나는 동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자기중심성, 주변 민족들에 대한 계몽과 동일화, 통합의 절대 중심으로서의 천황과 일군만민사상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서구와 근대를 극복하기 위해 ‘아시아’(혹은 동양)를 외쳤지만 거기에는 ‘아시아’가 없었고, 근대를 극복하려 했지만, 그 방식이 철저하게 ‘근대적’이었다는 비판이 가능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1930~40년대에 걸쳐 일본의 위치에서 구성․전개된 근대 비판의 담론은 ‘자기모순’과 ‘이율배반’을 특징으로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내적 모순과 이율배반은 당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다는 엄연한 조건을 담론 바깥으로 배제해 버린 데서 연유한다. 식민지의 존재를 불가시(맹목)의 영역으로 만들고, 늘 일본이라는 단일한 국가만을 담론의 주체로 인정하였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율배반적 담론 구조는 특히 담론의 장 내부에서 배제된 주체인 식민지를 향해 이 담론이 전파될 때 전형적으로 드러난다. 다시 말해, 담론의 발신지인 일본이 아니라, 그것을 수용하면서 구성된 식민지 조선의 담론장을 통해 가장 극명하게 노출된다. 따라서 자기 입으로 말하지만 정작 자기 것이 될 수 없었던 조선의 담론장을 통해 포착되는 자기모순과 이율배반을 재구성한 다음, 이를 다시 제국주의 일본의 담론장 내부로 밀어 넣음으로써 일본 담론장의 제국주의/식민주의를 해체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담론의 발신자인 일본이 아니라 식민지 조선을 출발점으로 근대 비판과 탈근대의 담론 지형을 그려보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연구요약
  • 본 연구의 연구 내용은 시간․공간․주체라는 세 가지 상위 범주를 다시 각각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모두 9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시간 범주는 역사․전통․비상시의 3가지 주제로 구분되고, 공간 범주는 권역․풍토․이동의 3가지 주제로, 또 주체 범주는 인간․국가․국민의 3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이렇게 3가지 상위 범주에 속하는 9가지 연구 내용은 모두 식민지 담론 지형 속에서 근대 비판 담론의 내적 모순과 이율배반성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연구 내용은 <시간범주>이다. ① 역사: 일본은 역사적 시간의 구현이라는 맥락에서 ‘세계의 시간’을 문제삼았다. 서구의 세계사는 비서구의 역사를 포함한 보편사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비서구까지도 포함한 진정한 보편사=세계사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역사인식과 역사철학이 등장하지만, 그 이론적 이념적 기초는 여전히 서구의 ‘역사적 시간’이었다. ② 전통: ‘역사적 시간’ 자체를 근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문제 영역이다. 역사를 ‘진보’라고 이해하는 것을 비판하고 과거의 현재성이라는 차원에서 전통을 발견한다. 서구를 상대화하고 일본과 동양의 특수성을 옹호하나, 동양=비서구의 전통 내부에서는 일본의 전통만을 제시하는 이율배반의 구조를 보인다. ③ 비상시: 전쟁의 상황과 관련하여, 현재의 시간을 새로운 시대를 향해 가는 과도기로 규정하는 방식이다. ‘비상시’나 ‘전시’는 정상적인 시간에서 일탈한 예외적 시간이자 위기의 시간이다. ‘비상시’라고 하는 예외 상황은, 그러나 해당 시기의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시간이었다. 장기화된 예외상황 안에서 비정상적 예외성과 정상적 일상성 사이에 모순이 발생한다.
    2년차의 연구 내용은 <공간> 범주이다. ④ 권역 : 근대 민족국가의 경계를 돌파하는 방식으로 근대 극복을 시도하는 경우이다. 이는 ‘서양’에 맞설 새로운 주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유럽에 대응할 만한 지역을 발굴하고, 그 지역의 독자적 주체성을 형성해야 한다는 인식과 관련된다. 그러나 실제적인 사건의 추이는 정반대였다. 아시아 지역을 향해 협동과 연대를 내세웠으나, 결국 일본의 확대로 귀결되는 이율배반의 구조가 드러났다. ⑤ 풍토 : 몇몇 서구 국가에서 역사에 대한 비판의식은 공간과 장소의 철학적 형태를 취했다. 독일․이탈리아 등지의 파시즘에서는 ‘피’와 ‘흙’을 강조했으며, 20세기 내내 일본에서는 일원론적 시간의식에 반발하여 일본 및 아시아 특유의 공간적 지리적 특성에 주목할 것을 촉구하는 논의가 발달한 바 있다. 그러나 식민지 담론지형에서는 풍토론이 식민지적 고유성=역사적 후진성을 입증하는 효과로 귀결된다. ⑥ 이동 : 이동이란 여행․개척․이민의 경험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이주를 통해 타자를 발견하는 대신 주체의 확대만을 기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던 탓에, 일본인들은 흔히 조선이나 만주를 여행하면서 어떤 동등한 ‘타자’도 발견하지 못했다. 일본의 확대라는 맥락에서 식민지 조선은 새로운 타자와 공간의 발견 경험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
    3년차의 연구 내용은 <주체>이다. ⑦ 인간 : 서구적 가치에 대한 비판은 보편적 주체의 붕괴로 이해되었다. 이때 보편적 주체란 무엇보다 르네상스 이후 발명된 서구의 ‘인간’으로서, 1930~40년대에는 유럽에서부터 재래의 인간관을 재조정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등장했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제출되었다. 새로운 주체로서의 인간론은 기본적으로 서구의 보편적 추상에 맞서 구체적 시공간의 신체성을 창출하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구체성은 일본의 역사적 시공간에서만 검출되었을 뿐이었다. ⑧ 국가 : 근대적 인간형 비판은 한편으로 개체와 전체의 상호 관련성을 문제 삼게 된다. 자유주의와 전체주의를 모두 비판하면서, 국가를 근대적 개인(개인주의)과 민족(민족주의)의 관계를 지양하고 극복하기 위한 절대적 매개로서 ‘국가’의 의의가 부각된 것이다. 현실과 이상의 실천적 통일로서 국가가 자리매김되지만, 동시에 그 국가란 천황과 일군만민의 체계로 존재한다는 논리를 낳는다. ⑨ 국민 : 서구적 근대 비판의 귀결처로 국가라는 주체가 제기되면 국민화의 과정이 부각된다. ‘국민은 인간을 이긴다’는 명제처럼, 이 시기의 '국민'은 근대 서구의 휴머니즘을 비판하면서 성립한 ‘국민’ 개념이다.그러나 ‘연성’과 훈육이라는 개념으로 대표되는 이 시기 국민은 식민지의 비국민을 국민으로 동원하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했다.
  • 한글키워드
  • 역사,전통,담론,동아,아시아,이율배반,탈근대,국민,국가,인간,이동,주체,동원,계몽,식민지,제국,역사철학,근대 초극,동양,탈식민,시간,공간,풍토,권역,비상시
  • 영문키워드
  • travel,nation peoples,mobilization,enlightment,colony,empire,overcome of Modern Ages,dong-a,asia,antinomy,post-modern,emergency,regions,clamate,the Orient,postcolonial,discoure,tradition,history,subject,space,time,philosophy of history,nation,human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중일전쟁에서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일제 후반기에 일본과 조선에서는 근대비판 담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물론, 극복의 대상으로 지목된 근대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합의되지 않았지만, 대다수의 사상가들은 근대를 초극해야 한다는 공통된 주장을 펼쳤다. 서구의 자연주의와 자본주의를 근대의 핵심으로 보면서 이를 초극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과학주의와 휴머니즘이 서구적 근대의 본질로 지목되기도 했으며, 근대의 역사주의적 시간 개념을 비판하고 ‘전통’의 의미를 새롭게 부각시키기도 했고, ‘우리 안의 서양’에 대한 극복이 주창되기도 했다. 본 연구는 이 근대초극론(the theory of overcoming modern)의 시간성을 세계사, 전통, 비상시라는 세 개의 개념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그것들의 고유한 이율배반을 살펴보려 한다.
    첫 번째는 ‘세계사’이다. 교토학파를 포함한 근대초극론자들은 서구 근대 역사학을 이끌어온 진보의 이념을 폐기하고 세계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이것은 19세기 독일 실증사학의 대표 랑케의 학설을 제국주의적인 방식으로 전유한 결과였지만, 여전히 ‘역사’라는 근대적 시간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율배반을 포함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전통’이다. ‘세계사’라는 문제의식이 시간의 구현이라는 맥락에서 ‘세계의 시간’을 문제삼는 것이라면, ‘전통’은 ‘역사적 시간’ 자체를 근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문제영역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역사를 ‘진보’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을 비판하고, 현재하는 과거 혹은 영원한 현재로서의 전통을 발견하려는 시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때의 ‘전통’이란 고대부터 이어져오는 것이 아니라 근대 이후에 발명된 것이라는 이율배반을 포함하고 있었다.
    세 번째는 ‘비상시’이다. ‘비상시’는 전쟁 상황과 관련하여, 현재의 시간을 새로운 시대를 향해 가는 과도기로 규정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근대초극론자들은 ‘비상시’를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난 특수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비상시’가 예외이되, 규칙화된 예외상태, 즉 예외가 규칙이 된 시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지만, ‘비상시’라는 단어는 비정상성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이율배반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영문
  • In the late Japanese colonial period, from the Sino-Japanese War until the Pacific War, critical discourses on the modern were prevalent in Japan and the Joseon. Despite the absence of a consensus about the specific definition of the modern, most thinkers agreed that the modern was something to be overcome. While some regarded naturalism and capitalism of the West as the essence of the modern, some others named scientism and humanism as the nature of the western modernity.
    Additionally, some criticized the temporal concept of historicism and brought new meanings of 'tradition' into relief, and some others advocated overcoming 'the West inherent in us'. This study is to consider the temporality of the theory of overcoming the modern focusing on the following three notions-world history, tradition, and emergency-, and examines the antinomy of them.
    The first notion to consider is ‘world history’. The theorists of overcoming the modern, including the Kyoto school, discarded the progressive ideology that had led the Western modern history, and instead introduced ‘world history’ as a new notion.
    Although this resulted from the imperialistic embracement of the theories of Ranke, a major positivist historian from Germany, it contained antinomy of remaining in ‘history’ which was the modern temporal view.
    The second notion is ‘tradition’. While the critical mind of ‘world history’ brought ‘time of world’ into question in the context of temporal realization, the notion of ‘tradition’ was to understand ‘time of history’ itself as the modern and overcome it. The critical mind of the notion involves the attempts to criticize regarding history as a ‘progressive’ process and to discover tradition as ‘the present past’ or ‘the eternal present’. However, it also contained antinomy; the ‘tradition’ here was a notion that was created in the modern times, not passed down from ancient times.
    The third notion to consider is ‘emergency’, which was a method to define the present time as a transition period toward a new era, relating to states of war. However, the theorists of overcoming the modern did not regard ‘emergency’ as a particular time that strayed from normal states, instead they thought is as ‘a regularized exceptional state’, namely ‘a state in which exceptions have become regulations’. However, the notion also contained antinomy since the word ‘emergency’ connotes abnormality.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본 연구의 연구 내용은 시간, 공간, 주체라는 세 가지 상위범주를 다시 각각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모두 9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시간 범주는 역사, 전토으 비상시의 3가지 주제로 구분되고, 공간 범주는 권역, 풍토, 이동의 3가지로 주제로, 또 주체 범주는 인간, 국가, 국민의 3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이랗게 3가지 상위 범주에 속하는 9가지 연구 내용은 모두 식민지 담론 지형 속에서 근대 비판 담론의 내적 모순과 이율배반성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연구 내용은 <시간범주>이다. 1. 역사: 이 시기 일본은 역사적 시간의 구현이라는 맥락에서 '세계의 시간'을 문제삼았다. 서구의 세계사는 비서구의 역사를 포함한 보편사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비서구까지도 포함한 진정한 보편사=세계사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역사인식과 역사철학이 등장하지만, 그 이론적 기초는 여전히 서구의 '역사적 시간'이었다. 2. 전통: '역사적 시간' 자체를 근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문제영역이다. 역사를 '진보'라고 이해하는 것을 비판하고 과거의 현재성이라는 차원에서 전통을 발견한다. 서구를 상대화하고 일본과 동양의 특수성을 옹호하나, 동양=비서구의 전통 내부에서는 일본의 전통만을 제시하는 이율배반의 구조를 보인다. 3. 비상시: 전쟁의 상황과 관련하여, 현재의 시간을 새로운 시대를 향해 가는 과도기로 규정하는 방식이다. '비상시'나 '전시'는 정상적인 시간에서 일탈한 예외적 시간이었다. 장기화된 예욋ㅇ황 안에서 비정상적 예외성과 정상적 일상성 사이에 모순이 발생한다.
    2년차의 연구내용은 <공간범주>이다. 4. 권역: 근대 국민국가의 경계를 돌파하는 방식으로 근대극복을 시도하는 경우이다. 이는 '서양'에 맞설 새로운 주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유럽에 대응할 만한 지역을 발굴하고, 그 지역의 독자적 주체성을 형성해야 한다는 인식과 관련된다. 그러나 실제적인 사건의 추이는 정반대였다. 아시아 지역을 향해 협동과 연대를 내세웠으나, 결국 일본의 확대로 귀결되는 이율배반의 구조가 드러났다. 5. 풍토: 몇몇 서구 국가에서 역사에 대한 비판의식은 공간과 장소의 철학적 형태를 취했다. 독일, 이탈리아 등지의 파시즘에서는 '피'와 '흙'을 강조했으며, 20세기 내내 일본에서는 일원론적 시간의식에 반발하여 일본 및 아시아 특유의 공간적 지리적 특성에 주목할 것을 촉구하는 논의가 발달한 바 있다. 그러나 식민지 담론지형에서는 풍토론이 식민지적 고유성=역사적 후진성을 입증하는 효과로 귀결된다. 6. 이동: 이동이란 여행, 개척, 이민의 경험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이주를 통해 타자를 발견하는 대신 주체의 확대만을 기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던 탓에 일본인들은 흔히 조선이나 만주를 여행하면서 어떤 동등한 '타자'도 발견하지 못했다. 일본의 확대라는 맥락에서 식민지 조선은 새로운 타자와 공간의 발견 경험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
    3년차의 연구 내용은 <주체 범주>이다. 7. 인간: 서구적 가치에 대한 비판은 보편적 주체의 붕괴로 이해되었다. 이때 보편적 주체란 무엇보다 르네상스 이후 발명된 서구의 '인간'으로서, 1930~40년대에는 유럽에서부터 재래의 인간관을 재종정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등장했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제출되었다. 새로운 주체로서의 인간론은 기본적으로 서구의 보편적 추상에 맞서 구체적 시공간의 신체성을 창출하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구체성은 일본의 역사적 시공간에서만 검출되었을 뿐이었다. 8. 국가: 근대적 인간형 비판은 한편으로 개체와 전체의 상호 관련성을 문제삼게 된다. 자유주의와 전체주의를 모두 비판하면서, 국가를 근대적 개인(개인주의)와 민족(민족주의)의 관계를 지양하고 극복하기 위한 절대적 매개로서 '국가'의 의의가 부각된 것이다. 현실과 이상의 실천적 통일로서 국가가 자리매김되었지만, 동시에 그 국가란 천황과 일군만민의 체계로 존재한다는 논리를 낳는다. 9.국민: 서구적 근대 비판의 귀결처로서 국가라는 주체가 제기되면 국민화의 과정이 부각된다. '국민은 인간을 이긴다'는 명제처럼, 이 시기의 '국민'은 근대 서구의 휴머니즘을 비판하면서 성립한 '국민' 개념이다. 그러나 '연성'과 훈육이라는 개념으로 대표되는 이 시기 국민은 식민지의 비국민을 국민으로 동원하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했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1930년대 후반의 문학(비평)을 ‘친일문학’이라는 틀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해당 시기의 문학이 일본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경향이 분명히 존재하고, 또 일제의 파시즘적 지배가 조선 민족을 물리적으로 억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결국 친일문학자이라고 지목되는 문인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민족을 배반했거나, 일본의 강압에 못 이겨 지조를 상실했다는 예정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친일문인이라고 비판받는 문인들이 실제로 당시에 어떠한 사상의 논리를 갖고 있었으며, ‘근대’ 자체를 문제 삼은 그들의 진리는 고스란히 사장되고 만다.
    최근 친일문학에 대한 새로운 연구들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포스트콜로니얼이라는 새로운 시각의 등장에서 고무 받은 것처럼 보인다. 포스트콜로니얼의 이론들이 말해주듯이, 식민지 시기의 문학은 협력이냐 저항이냐는 이분법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본 연구자는 이 연수를 통해 소위 친일문학의 한 극점이라는 명명되는 30년대 후반에서 40년대 초반의 문학을 ‘근대 비판’이라는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논리가 조선에 유입되면서 어떠한 이율배반을 낳게 되었는가를, 그리고 그런 이율배반을 깨닫지 못한 조선의 문인들이 어떤 사상적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는가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색인어
  • 시간, 공간, 주체, 역사, 전통, 비상시, 권역, 풍토, 이동, 인간, 국민, 국가, 탈근대, 이율배반, 아시아, 동아, 담론, 탈식민, 동양, 근대초극. 제국, 식민지, 계몽, 동원, 역사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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