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지각에서 사건이란 특정 장소에서 벌어지는 시작과 끝이 있는 시간의 분절이다. 예를 들어,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야구경기 그 자체는 시간의 끊임이 없이 연속해서 벌어지지만, 사람들은 야구경기를 이닝 별로, 혹은 아웃, 안타, 홈런 같은 순간들을 기준으로 전체 ...
시각 지각에서 사건이란 특정 장소에서 벌어지는 시작과 끝이 있는 시간의 분절이다. 예를 들어,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야구경기 그 자체는 시간의 끊임이 없이 연속해서 벌어지지만, 사람들은 야구경기를 이닝 별로, 혹은 아웃, 안타, 홈런 같은 순간들을 기준으로 전체 게임을 의미 있게 조직화하여 흥분하거나, 탄식하곤 한다. 이러한 시간 분절은 관찰자로 하여금, 엄청나게 유입되는 지각정보의 양을 줄여 이해를 쉽게 하고, 기억에 오래 남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건 지각 연구자들은 사람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사건을 나누는지에 관심이 많았는데, 주로 사람들은 대상의 물리적, 지각적 속성의 변화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연구 되어 왔다.
물리적, 지각적 속성의 변화는 사건을 구성하는 대상들의 시-공간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공 A가 굴러와 가만히 있던 공 B를 치어 움직이게 했을 때, 사람들은 공 A가 공 B의 움직임을 일으킨 원인으로 본다. 하지만, 두 공이 충돌 한 후 몇 초 뒤에 공 B가 움직이면, 공 B의 움직임의 원인으로 공 A가 지목 될 가능성은 적어지고, 대신 두 공의 움직임이 하나가 아닌 별개의 사건으로 나누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의 이러한 사건지각은 대체로 자동적이고 즉각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심지어, 사건을 무의미한 삼각형, 원, 사각형 같은 도형으로 만들어 보여줘도, 사람들은 무생물의 움직임을 통해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인과성이나 물체들의 물리적, 심미적 성질들의 지각한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은 이런 지각현상들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 지각에 공통적으로 개입되는 쉽게 바뀌지 않는 어떤 견고한 마음의 도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데, 이 도식은 비교적 시-공간이 짧은 거리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지각처리에 강하게 개입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전 연구들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대상간의 시-공간적 관계의 강조는 한편 그 설명의 한계를 내포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시-공간적 근접성을 수반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건의 인과추론은 사건이 비교적 느리게, 그리고 원인을 일으키는 대상과 직접 접촉이 분명하지 않는 경우에도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환절기에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감기증상은 누구에게 옮았는지도 모르게 느리게 나타나곤 하는데, 사람들은 옮긴 사람이 누구일 것이라 뒤늦게 추정하곤 한다. 또는 사람들은 하늘의 벼락을 본 몇 초 후 일어난 텔레비전의 갑작스런 화질 변화 사이를 인과관계로 지각하기도 한다. 이렇게, 비록 시-공간적 근접성이 적은 사건들의 대상들을 사람들은 연결하여 지각하기도 하는데, 이런 사건은 이전의 시-공간의 근접성을 기반으로 한 사건 연구에서 볼 수 있는 대상의 물리적, 지각적 성질의 일시적 변화를 갖는 사건들과 대비된다.
과연, 이러한 비교적 긴 시간과 공간에 걸쳐 일어나는 사건들은 이전의 활발히 연구된 짧은 시-공간에 걸쳐 일어나는 사건들과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구별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모든 사건들이 길다란 하나의 연속된 시-공간의 막대 위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혹은, 모든 종류의 사건 사건의 시-공간성을 초월한 어떤 공통 지각 체계에 의해 처리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체계에 의해 설명되는 것일까? 본 연구의 목표는 이런 문제들에 답하는 것이다.
이 목적으로 본 연구에서 선정한 모델 사건은 아직까지 연구가 거의 되지 않은 전염사건을 탐구하고자 한다. 전염은 흔히 병리학이나 생물학에서 특정한 병원균이 다른 생물개체에 전달되어 병이 퍼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전염사건과 이전의 사건지각에서 쓰인 사건들은 시공간의 근접성이 중요하지만, 전염사건은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염사건은 기억과 추론 같은 인지작용의 역할을 드러내기 쉽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종합하면, 이전의 시각적 사건지각이 구성요소들의 물리적, 지각적 속성의 일시적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본 연구는 좀 더 시-공간적으로 넓은 사건들을 지각할 때의 사람들의 마음을 시지각 사건 자극들을 중심으로 탐구 하고자 한다. 이런 노력은 이전 연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사건지각 처리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를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