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하곡 정제두의 사상과 실학에서 나타난 ‘實’ 개념을 고찰하여 양자의 사상적 연속과 단절의 문제를 파악, 이를 기반으로 하여 현 시대가 추구하는 실용노선이 나아가는 방향을 정립하는 데 하나의 제언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다음과 같은 내 ...
본 연구의 목적은 하곡 정제두의 사상과 실학에서 나타난 ‘實’ 개념을 고찰하여 양자의 사상적 연속과 단절의 문제를 파악, 이를 기반으로 하여 현 시대가 추구하는 실용노선이 나아가는 방향을 정립하는 데 하나의 제언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다음과 같은 내용을 연구할 것이다.
먼저 서구 사유에서의 ‘실’ 개념과 유가에서의 ‘실’ 개념을 분석할 것이다.우리의 전통에서 말하는 ‘실’ 개념, 서구에서의 ‘실’ 개념, 나아가 현대에서의 ‘실’ 개념들을 고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 개념은 서구 지성사에서 중요하다. 리얼리티(〔영〕 reality 〔독〕 Realität/〔프〕 réalité)는 實在/참됨/현실로 번역되면서, 일상적으로는 현실, 객관적이고 확인할 수 있는 존재 양식을 가진 모든 사물의 집합을 말하지만, 철학에서는 실재로 번역되어 외관과 대립되는 사물의 진정한 존재, 참된 존재, 참됨을 말한다. 그래서 맥락에 따라 실재로도 , 현실로도 번역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리얼리티라고도 번역한다. 플라톤으로부터 이어지는 서구 정신 속에서 ‘리얼리티’는 진실과 현실을 가로지르면서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다. 동양의 전통 사유에서 ‘실’ 개념도 다의성을 가진다. ‘실’은 ‘虛’에 대한 반기이다. 이 ‘허’를 무엇으로 상정하는가에 따라 ‘실’은 달라진다. 유가는 도가`불가에 비해 현실 세계, 사회, 규범을 긍정하면서 그 속에서 진리를 실현하는 삶을 제시한다. 그래서 도가`불가는 ‘허’로서 이단이었다. 조선 초기에 주자학이 도입되면서 고려를 지배했던 불교가 ‘허’가 되었다. 불교의 이론은 거짓된 것이고, 그것이 지향하는 세계는 환상이었다. 이에 비해 주자학은 참이자, 현실 세계는 진실로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실’이었다. 이황과 이이도 ‘실’을 중시하고, 이이의 경우 實理, 實心 등을 부각시키면서 그 실학성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조선 양명학, 실학은 주자학을 ‘허’로 비판한다. 이처럼 ‘실’ 개념은 시간을 쫓으면서 그 의미를 다변화함으로 면밀하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하곡 사유에 나타난 ‘실’ 개념을 분석할 것이다. 하곡 사유에 ‘실’ 개념은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는 ‘誠’과도 연결되면서 존재와 당위, 자연과 인간, 사회`정치`경제가 지향해야 할 모습을 형상화하고, 그 방향을 제시한다. 따라서 하곡 사유에 ‘실’ 개념과 그 상당 개념을 살펴보고, 그것이 세계와 인간 각 부분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서 기능하는가를 세밀하게 고찰할 것이다.
세 번째로 실학에서의 ‘실’ 개념을 정리하고 분석할 것이다. 실학은 성리학, 주자학을 ‘허’로 비판하면서 새로운 사유를 제시한다. 하지만 정말로 성리학을 ‘허’로 삼았는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학의 경우, 진리로서의 ‘실’은 성리학에, 현실로서의 ‘실’은 쓰임새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홍대용의 경우, 실학의 體와 用을 나누고, 體는 實心으로 正心, 聖意를, 用은 實事로 윤리와 사물 영역에서의 쓰임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는 서구의 실용주의가 실용과 진리를 일치시키는 것과는 다르다. 실학의 ‘실’과 ‘허’를 구분해야 한다. 이는 실학의 ‘실’이 주로 경세론의 측면에서 말해지지만, 존재론과 인간론에서도 ‘실’ 개념이 어떻게 인식되고 이해되는가를 고찰함으로써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표적 실학자로 알려진 이익, 홍대용, 정약용, 최한기를 중심으로 하여 실학자의 ‘실’ 개념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하곡의 ‘실’ 개념과 실학의 ‘실’ 개념을 비교하여 양 사상의 단절과 연속성 여부를 밝혀볼 것이다. 기존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존재론, 인간론, 수양론, 경세론 등에서 ‘실’ 개념이 어떤 유사성을 띠고 차이성을 노정하는지를 비교할 것이다. 기존 연구처럼 실학자들이 양명학, 한국 양명학을 수용했는가의 여부에 따라 양 사상의 관련성을 판단내리기보다는 개념상에서의 유사상과 차별성을 고찰하고, 사상 내재적 측면에서의 관련여부를 살펴서 그 絶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