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 연구를 통하여, 학문 간의 소통, 특히 막 시작된 인문학과 과학 사이의 논의가 지속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은 인류의 물질적, 정신적인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지만, 그만한 역사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 ...
1. 본 연구를 통하여, 학문 간의 소통, 특히 막 시작된 인문학과 과학 사이의 논의가 지속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은 인류의 물질적, 정신적인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지만, 그만한 역사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인문학적 정신의 개입은 예언 정도에 그쳤다. 우리는 헉슬리 A. Huxley의 <멋진 신세계>(1932)나 오웰 G. Orwell의 <1984년>(1949)에서 미래의 과학세계를 상상한 적이 있다. 그 소설들에서 묘사된 과학기술은 가상현실을 통해서 실제를 대체하거나, 정부가 24시간 내내 텔레스크린을 통하여 인간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상황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당시에 기계가 인간을 감시하는 상황이나 시험관에서 잉태되는 아기의 모습을 그린 그 작품들은 허구적인 과학소설 science fiction 장르에 속할 뿐, 리얼리티 범주에 들지 못했다. 인류에게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해준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하여 인문학적 정신은 실재성을 부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학기술이 국가적인 차원은 물론 모든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발전되고 있다. 예를 들면 계산기로 시작된 컴퓨터는 수많은 버전 업을 거쳐서, 지금은 경이로운 경험을 전달하는 주체가 되었다. 그 근본은 물론 과학기술적인 발전에서 기인한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은 2년마다 배가되고 있으며, 기억용량은 3년마다 네 배가 된다. 1980년에 프로세서는 자판기를 두드리는 동안 39,000개의 지시를 실행했는데, 1990년에는 1,250,000개를 실행하게 된다. 이미 PC는 가장 작은 척추동물의 신경시스템과 비슷할 정도로 발전되어 있으며, 앞으로 30년 후면 인간의 그것과 비슷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다. 따라서 신기에 가까운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윤리적, 도덕적, 가치적 판단은 물론 기존의 리얼리티를 수정, 확대하는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이에 본 연구도 작은 일조를 할 것으로 여겨진다.
2. 인문학자의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다. 철학자 화이트헤드 A. Whitehead는 “수학적 지식이 인류의 삶과 일상적 직업, 사회 조직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력”을 말하였다. 또 수학자 호그벤 L. Hogben은 “크기와 순서의 원리인 수학적 지식이 없다면, 모두가 여유롭고 누구도 궁핍하지 않은 합리적인 사회를 구상할 수 없다”고 말하며 계몽된 세계를 위해서 과학기술의 필요성을 강변한다.
특히 현대의 과학기술은 근대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열어가면서, 공상과학문화를 인류가 인정해야 할 사실에 편입시키고 있다. 과거에 가상은 물리적인 구현이 아닌 관념이나 비유로 이해되었다면, 지금의 가상현실은 현실에 편재해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 신기(神奇)는 ‘특이점’이나 ‘포스트휴먼 시대’ 등과 같은 신조어를 파생시키고 있다. "특이점 singularity"은 21세기 GRIN기술(유전(생명)공학, 로봇공학, 정보(전자)공학, 나노공학 총칭)의 영향력을 인간이 예견할 수 없는 지점을 가리키며, ‘포스트휴먼 posthuman’은 휴머니즘 세계 이후의 인간을 지칭한다. 이런 변화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인문학적 성찰이 요구되며, 그 전제 아래에서 본 연구가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