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인문학은 소수 연구자들의 그간의 고투로 인해 관심 주제 및 영역의 다양성을 상당 부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는 여전히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탈식민주의 연구”를 둘러싼 지역적 편향성을 살펴보 ...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인문학은 소수 연구자들의 그간의 고투로 인해 관심 주제 및 영역의 다양성을 상당 부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는 여전히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탈식민주의 연구”를 둘러싼 지역적 편향성을 살펴보면 이를 쉽게 수긍할 수 있다.
“탈식민주의 연구”의 본령이 과거 제국의 식민지에 목적의식적으로 부여된 다종다기한 제국의 이데올로기들을 식민지인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재영토화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탈식민주의 연구”는 제국의 시각으로 본 탈식민주의 혹은 제국 안에 포섭되어 있는 식민지인의 시선으로 본 탈식민주의 연구의 경계를 훌쩍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프리카의 탈식민 문학(사) 연구>는 구미 중심의 학문적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인문학의 지적 편협성과 지역적 다양성의 부재를 극복하는데 일말의 공헌을 할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 문학을 중심부의 시각이 아닌 (반)주변부의 시각으로 새롭게 읽어냄으로써 세계문학사를 새롭게 구성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 3차년도 연구결과의 활용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영어권 문학연구에서 소위 부피가 가장 큰 아프리카 지역의 문학, 그중에서도 구술문학을 포괄함으로써 한국 영미문학의 지역적 편협성은 물론이고 문자중심주의를 부분적으로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이는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하는 일로 한국의 학문후속세대에게 나름의 자극을 줄 것이다.
셋째, 척박한 제 3세계 연구를 영미문학을 중심으로 한 제 1세계 연구자들과 공유함으로써 지적 균형을 확보함은 물론 새로운 연구와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경우 그 역사가 워낙 장구하고 복잡다단한 관계로 가령 한 나라 혹은 한 지역의 문학(사)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층적인 연구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가령, 동시대의 이집트를 비롯한 북아프리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이전의 고대 이집트와 메로에와의 관계 나아가 누비아와의 관계를 알아야 하고, 이슬람의 출현 이후에는 이슬람 전파사를 알아야 하며, 비잔틴 제국과의 관계, 베르베르인들의 활약상, 오토만 제국의 남하 외 이런 역사적인 정황들을 통해 이집트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와 맺은 영향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남아공의 원주민이 쓴 현대문학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구석기 시대부터 이 지역에 살고 있었고 지금도 살고 있는 ‘코이산’의 문화를 비롯해, 반투 인들의 이주사, 철기시대의 문화, 1652년 화란 계 백인들의 출현, 희망봉과 인도양 무역사, 보어전쟁, 보어인들의 ‘대약진’, 국민당 정권의 종교적 배경, 아파르트헤이트 등을 모두 검토해야만 한다.
서아프리카의 카메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식민지 시기 이후만 검토하더라도 비스마르크의 식민정책, 그 이후 제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패배, 불란서 군정의 등장을 입체적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본 연구자는 따라서 본 과제가 국내외적인 차원에서 학문적, 사회적으로 일말의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 기대효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국내적으로는 한국처럼 구미를 중심으로 한 제 1세계 학문에 깊숙하게 침윤되어 있어 주변부 지역에 대한 연구에 인색한 나라의 경우, 그런 불균형한 학문적 풍토를 개선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특히 아프리카를 비롯한 주변부 지역의 문학 등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어 왔던 지역 연구에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 믿는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주변부 지역 연구는 전 세계가 장차 거대한 하나의 지구촌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한국처럼 제 1세계적인 경험과 3세계적인 경험이 공존하고 있는 국가의 역할을 극대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알게 모르게 구미중심주의적 사관에 빠져 있는 한국인들의 지적 편식을 교정하는 데에도 일조를 할 것이다.
국외적으로도 지금까지 아프리카의 탈식민 문학(사)을(를) 한국인, 나아가 동아시아인의 관점으로 다시 쓴 일이 없는 만큼 나름 국제적 공헌을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