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8세기 중반 현재의 中華人民共和國 雲南省 지역을 중심으로 雲貴高原의 패권을 장악하여 10세기 초 역성혁명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존속하였던 왕조국가 南詔의 영역과 경계를 복원하고, 그 특성을 고찰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아울러 그 대외관계에 대하여 살펴볼 것인데, ...
이 연구는 8세기 중반 현재의 中華人民共和國 雲南省 지역을 중심으로 雲貴高原의 패권을 장악하여 10세기 초 역성혁명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존속하였던 왕조국가 南詔의 영역과 경계를 복원하고, 그 특성을 고찰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아울러 그 대외관계에 대하여 살펴볼 것인데, 唐이나 吐蕃, 驃 등 비교적 큰 국가들 뿐 아니라, 변경 지역에 존재했던 소규모 정치체와의 관계 및 그 관계의 성격에 대하여도 주목할 것이다. 이를테면 唐宋과 같은 中國國家와의 경계 문제에서도 중국국가와 南詔 大理 사이에 개재한 羈縻府州들의 실체와 성격 규명도 그 연구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이는 서남변과 동남변의 동남아시아 제국과의 경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國’들의 존재와 이들 사이의 질서 양태, 경계의 중첩, 지배의 중첩 등 복잡한 사태에 직면하리라 예상된다. 특히 운남 지역은 다양한 인간 집단과 문화가 서로 만나 겹쳐지는 곳이었다. 당시 불교문화만 보더라도 티벳불교와 한역불교 그리고 남방의 소승불교가 만나는 곳이었다. 또 인간집단의 측면에서 보면, 현재도 공식적으로 28개 종류의 언어를 사용하는 25개의 ‘소수민족’이 섞여 사는 곳이고, 이는 전통시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이 모두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를 통해 우선은 당시 이 지역 정치체들의 정치적 존재 형태에 관한 구체적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대하는 바가 둘 있는데, 하나는 전통시대 특히 고중세시기 동아시아 세계를 구성하였던 ‘國’들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질서가 가지는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세계와 힌두화된 동남아시아세계 등 다소 이질적인 세계의 접점에서 만들어내는 남조의 영역과 경계가 지니는 특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기대효과
한국에서 외국사 연구의 유용성은 순수한 학문적 필요를 제외한다면, 아마도 한국사에 대한 보다 객관적 이해를 위한 비교의 근거를 제공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대상은 8세기부터 10세기까지 지금의 雲南 지역에 존속하였던 남조국과 그 주변에 ...
한국에서 외국사 연구의 유용성은 순수한 학문적 필요를 제외한다면, 아마도 한국사에 대한 보다 객관적 이해를 위한 비교의 근거를 제공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대상은 8세기부터 10세기까지 지금의 雲南 지역에 존속하였던 남조국과 그 주변에 존재했던 정치체들이다. 물론 이들과 한국사의 국가들과의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맺어지거나 교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 또한 당시 동아시아 국제질서에 참여하여 동아시아세계를 구성한 성분 중의 하나였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연구는 당시 한반도와 그 주변에 존재했던 국가 혹은 정치체들이 어떻게 동아시아 세계에 접속하였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비교사적 도움을 줄 것이다. 南詔國에 관한 연구는 ‘국사(National history)'의 관점에서도 비교의 사례를 제공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중국사‘ 체계 내에서 남조국의 역사는 ’통일적 다민족국가‘의 일개 지방정권에 해당하지만, 한동안 태국사 체계에서는 고대사의 일부를 구성하였다. 남조국이 타이족의 선민이 세운 국가이며, 13세기 쿠빌라이 몽골 쿠빌라이의 공격으로 남조국의 후신인 대리국이 멸망하자, 이들 타이족의 선민이 동남아시아 각국으로 이동하여 섬라국 건설의 주체가 되었다는 매력적인 논설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이 주장은 영국인 외교관이자 학자였던 E. H. Parker가 1893년에 처음 발표되었는데, 20세기 중반까지 유행하였으며, 중국 학자들의 남조국 왕족의 족원에 관한 논쟁을 촉발하였다. 이러한 南詔國을 바라보는 근대국가들의 상이한 시점은 한국고대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반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남조국에 대한 합리적 이해와 접근은 한국고대사 인식에 비교사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연구요약
‘영역’과 ‘경계’라고 하면, 단순하고 고루한 주제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주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주제에 접근하는 방법의 문제이다. 전통시대 특히 고대 시기 한 국가의 영역과 경계를 정확하게 표출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선 그 개념을 규정하는 것부터 ...
‘영역’과 ‘경계’라고 하면, 단순하고 고루한 주제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주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주제에 접근하는 방법의 문제이다. 전통시대 특히 고대 시기 한 국가의 영역과 경계를 정확하게 표출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선 그 개념을 규정하는 것부터가 명현하지 않다. 전통시대 국가들 사이의 ‘경계’와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영역’에 관하여는 이미 많은 문제제기가 있어 왔다. 근대국가의 국경과 전통시대 국가의 국경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어쩌면 이미 상식에 속한다. 어느 정도의 지배가 이루어지는 지점까지를 경계와 영역으로 할 것인가? 근대국민국가의 눈으로만 보면, 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근대 시기 국가의 영역과 경계는 표시할 수 없다거나 혹은 알 수 없다고 선언해버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전근대 시기에도 국가들 혹은 정치권력 사이에도 경계가 분명 존재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존재 형태가 지금과 달랐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우선은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첫걸음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계와 영역의 다층성과 중첩을 목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양한 층위의 ‘국’들의 사례와 관계의 중첩들을 시시콜콜이 늘어놓은 다음, 다시 이들을 합리적으로 이해할 분류의 기준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결국 전통시대 어느 시기 어느 국가 혹은 정치체의 영역과 경계를 드러내는 일은 당시 세계의 구조와 질서를 드러내는 일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앞서 잠깐 언급하였지만, 운남이라는 지역이 가지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하여 南詔國은 복수의 이질적인 세계 혹은 문화권이 겹쳐지는 지점에 존속하였다. 이는 남조왕국의 세력권이 중국적 세계질서, 동남아대륙부의 전통적 통치질서인 무앙(Mueang;國)-무반(Muban; 村) 체제(石井米雄‧ 桜井由躬雄, 東南アジア世界の形成, 講談社, 1985 1쇄, 1991 6쇄.pp.43~44), 힌두화된 세계질서, 토번의 영향권 등으로 분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보면, 이러한 이질적인 질서들이 南詔王國에 의해 통합되고 융합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남조국과 그 강역에 대한 연구는 이질적인 세계가 그 접점에서 어떻게 융합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하고자 한다. 우선 남조의 정치사적 전개 과정을 고찰하면서 왕경을 중심으로 한 지방통치의 범위와 층위를 파악하고자한다. 남조왕조의 강역이라 믿어지는 지역 모두가 동일한 방식과 균일한 강도로 지배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한 분석은 남조국의 영역과 경계를 다시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 될 것이다. 아울러 남조의 대외관계를 정리하고자 하는데, 이는 각 변경지역에 미칠 복수의 힘들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것이 제1부의 내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기준으로 각 방면의 변경 지역에 대하여 고찰할 것인데, 이것이 제2부의 내용이다. 제2부의 서술에서는 역사지리학적 접근이 특히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우선 지명과 그 위치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관련 사료들을 모으고 분석해간다면, 이들 변경 지역에 대한 정보가 보다 체계적으로 생생하게 정리되리라 믿는다. 특히 사천성 남부, 귀주성, 광서성과 베트남 북부 지역에 산재하였던 기미주들에 대한 세밀한 고찰은 남조사는 물론 唐代의 중국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제2부에서는 남조 경계 내외의 교통로에 대하여도 살피고자하는데, 이것이 경계의 획정이나 경계 인식의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통로상의 관문(경계초소)는 경계구분과 인식에 있어서 명현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따라서 교통로와 교통로상의 양측 관문(경계초소)의 위치에 대한 파악은 당시인들의 경계의 구분과 인식을 추정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제 2부에서 고증된 지명과 교통로 등은 지도로 제작하고자 한다.
서론 제1부. 南詔王國의 정치체제와 지방 통치 Ⅰ. 南詔의 남중 지역 통일 Ⅱ. 南詔의 중앙 통치체제와 군주권력 Ⅲ. 南詔의 지방 통치체제와 그 층위 Ⅳ. 南詔의 대외관계 추이 제2부. 南詔王國의 변경과 그 주변 Ⅰ. 南朝의 동북변 경계 : 中國과의 경계 Ⅱ. 南詔의 동남변 경계 : 安南과의 경계 Ⅲ. 南詔의 서북변 경계 : 吐蕃과의 경계 Ⅳ. 南詔의 서남변 경계 : 驃國 및 동남아 대륙부 지역과의 경계 Ⅴ. 南詔의 교통로와 경계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