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차 교육과정기(1955)~7차 교육과정기(1997)를 ‘국정 교과서기’로 명명하고, 이 시기에 이루어진 중ㆍ고등학교의 현대시 교육을 통시적으로 점검한 뒤 시교육의 개선에 관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하여 각 교육과정기의 교육과정 및 ...
본 연구는 1차 교육과정기(1955)~7차 교육과정기(1997)를 ‘국정 교과서기’로 명명하고, 이 시기에 이루어진 중ㆍ고등학교의 현대시 교육을 통시적으로 점검한 뒤 시교육의 개선에 관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하여 각 교육과정기의 교육과정 및 교과서와 교수·학습 및 평가 자료를 분석하여, 그로부터 시교육의 철학, 시교육의 목적과 목표, 시교육의 내용과 자료 특성, 시교육의 방법론, 시교육에 대한 문학계와 교육계의 인식 등을 추출해 낼 것이다. 각 교육과정기의 시교육에 대한 논의들을 관통하는 시교육의 메타담론을 구성해 냄으로써 연구의 일차 과제가 완결된다.
논의 대상을 중ㆍ고등학교로 한정하는 이유는 초등 시교육과 중등 시교육의 성격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김창원(2003)에서는 그 이유를 인지ㆍ정서ㆍ사회성의 발달, 언어 환경과 문화의 차이, 국어 및 문학교육의 초점 이동 등으로 설명하고,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1학년을 그 점이지대로 파악했다. 사실 초등학교 시교육에서는 작품의 작가나 창작 맥락 등을 거의 다루지 않으며, 학습 활동도 대부분 내용 파악과 시의 언어 표현(특히 리듬)이 주는 재미를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다. 말하자면 초등학교 시교육은 ‘시라는 장르’에 대한 의식이 약하고 대신 ‘시라는 언어 양태’ 쪽에 초점이 가 있는 것이다. 청소년 문학이 명확하게 정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아동문학과 ‘일반’문학으로 나뉜다는 점도 중ㆍ고등학교의 시교육에 논의를 한정하는 이유가 된다.
사실 교양 수준에서 최고급 단계의 문학교육은 고등학교 선택교육과정의 <문학> 과목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선택과목으로서의 <문학>은 제4차 교육과정에서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으로 비로소 처음 정착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검인정 교과서를 활용해 왔다. 국가는 교육과정과 검정을 통해 교과서에 간여할 수 있지만, 최종 선택은 결국 각 교과서의 집필자의 몫이었고, 그런 점에서 국정 교과서가 지니는 ‘국가’의 이미지는 약할 수밖에 없다. 국정 교과서기의 시교육을 살펴보는 자리에서 고등학교 <문학> 과목을 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학교육을 포함한 국어과 교육과정은 그 철학적 기반과 교수·학습에의 접근법에 따라 크게 진보주의와 경험주의 시기(1차~2차 교육과정), 학문 중심 교육과정기(3차~4차 교육과정), 활동 중심 교육과정기(5차 교육과정 이후)로 나뉜다. 이는 당대의 교육 사조와 국어 및 문학을 둘러싼 학술 담론의 흐름, 교육과정 담당자의 철학 등에 영향을 받는데, 시교육 역시 이와 흐름을 같이 한다. 곧, 시교육의 제1기는 식민지 시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시교육의 정전을 확정해 가는 시기이고, 제2기는 전통적인 시교육 방법에 형식주의 시론을 접합하면서 시교육의 이론적 발전을 기하는 시기이며, 제3기는 역사주의적ㆍ분석적 시교육을 활동 중심ㆍ독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기이다. 이렇게 ‘텍스트→이론→활동과 문화’로 무게중심이 조금씩 옮겨 가는 양상에서 시교육의 발전적 지향을 살필 수 있다.
본 연구는 국어교육과 문학교육의 큰 흐름을 참조하여 국정 교과서기의 시교육을 세 시기로 나누고, 각 시기에 대하여 제도적ㆍ실천적 측면에서 시교육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본 자료는 시기마다 공식적으로 고시된 교육과정과 교육과정 해설서, 그에 따라 간행된 중학교~고등학교의 <국어>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 각 시기 문학교육 평가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학입학전국시험 문제들이다. 이를 통하여 시교육의 실체로서 교육과정과 교과서, 평가의 양상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교수·학습에 대해서도 살필 필요가 있는데, 이는 교과서에 수록된 ‘학습 활동’과 전문가와의 면담을 통하여 재구성할 것이다. 아울러, 각 시기의 시교육 실태를 관류하는 통시적 조망을 얻기 위하여 문학교육 관련 전문가와의 협의를 거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현대시 교육을 지탱해 온 시관과 시교육관, 시교육 이론을 추출하고 그로부터 시교육 개선의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 본 연구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