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설이 『이념들』(Ideen I)을 출간한 것이 1913년이므로, 벌써 10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설의 현상학을 아직도 후설전집의 수준과 한계 내에서 토론한다는 것은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는 후설이 일구어 놓은 심오한 의식분석, 즉 지향성, 종 ...
후설이 『이념들』(Ideen I)을 출간한 것이 1913년이므로, 벌써 10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설의 현상학을 아직도 후설전집의 수준과 한계 내에서 토론한다는 것은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는 후설이 일구어 놓은 심오한 의식분석, 즉 지향성, 종합, 지평, 구성능력, 상호주관성, 시간성 등등의 결과를 현대인의 행복 즉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주제와 연관 지어 현대의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업데이트시킬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후설의 현상학은 더 이상 고전적인 학문론이 아니라, 현대인을 위한 행복론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후설의 현상학을 현대인을 위한 행복론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연구자는 후설의 현상학을 생존하는 긍정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의 연구와 결합시킬 것이다. 칙센트미하이는 자신도 토로하는 바, 후설,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등의 현상학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더군다나 칙센트미하이는 인간의 심리적인 의식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행복을 탐구하는 학자이다. 따라서 후설의 현상학과 칙센트미하이의 심리학을 비교, 대조하면서 결합시켜본다면, 더 특이하고 심오한 행복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 행복론은 이제 사회과학 부문에서 많이 응용되는 이론이 되었고, 이러한 심리학적인 개념들이 이제는 수치화되어 측정 가능한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가 기대하는 바, 후설의 현상학과 칙센트미하이의 긍정심리학과의 결합은 후설의 현상학적인 결과들을 변수화하고 결국 수치화하는데까지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우리는 인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얻은 통찰을 변수화, 수치화해서 과학적, 사회과학적으로 사용하는 셈이 된다. 물론 이러한 작업이 원숙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직도 요원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첫 단계는 러셀의 현사실적 행복론에 대한 서설이다. 그 다음으로 칙센트미하이의 긍정심리학적인 행복론에 대한 개진이 이루어지는데, 앞서 러셀이 말했던 행복의 원인들, 불행의 원인들이 이제는 더 심층적인 차원 즉 (긍정)심리학적인 차원에서 더 분명하게 해명된다. (긍정)심리학적인 차원에서 보면 그들이 왜 행복의 원인이고, 왜 불행의 원인인지가 더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도 일종의 연구결과라면 연구결과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렇게 칙센트미하이의 긍정심리학이 플로우로서 밝혀놓은 행복의 상태도 더 깊고 심층적인 차원 즉 후설의 초월론적-현상학적인 차원에서는 더욱 명백하게 해명되는데, 이 부분이 바로 우리의 연구가 겨냥하는 연구결과이며 성취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칙센트미하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칙센트미하이와 후설의 의식의 연구를 서로 비교하고 결합하면서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본격적으로 답하는 연구는 하나도 없다.
칙센트미하이가 말하는 플로우의 경험이란, 우리가 우리 본연의 모습인 초월론적-현상학적 의식에 들어간다면 당연히 경험하게 되는 우리의 의식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자기목적적인 태도 혹은 성격이란 다름 아닌 초월론적-현상학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초월론적-현상학적 태도를 취해 우리의 근원적인 의식의 모습을 바라볼 때, 마치 사르트르가 우리는 자유에로 저주받았다고 말하듯 필연적으로 행복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