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몽골 구비문학의 대표적 갈래인 몽골 영웅서사시를 통해 몽골인의 역사․문화적 특수성을 이해하고, 문학적 상상력과 신화적 관념으로 표현된 그들의 세계관 및 정서적 특질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의 첫 번째 주제는 “몽골 서사시의 특성과 사 ...
본 연구는 몽골 구비문학의 대표적 갈래인 몽골 영웅서사시를 통해 몽골인의 역사․문화적 특수성을 이해하고, 문학적 상상력과 신화적 관념으로 표현된 그들의 세계관 및 정서적 특질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의 첫 번째 주제는 “몽골 서사시의 특성과 사회적 기능”으로 몽골 오이라드 영웅서사시 전통과 연행의 특성과 오이라드 서사시창자의 전통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서사시는 몽골의 서부 오이라드 지역에서 주로 발달한 갈래로 삼림민들의 수렵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불려왔다. 오이라드인들에게 영웅서사시는 제의적 성격을 띠고 향유되었으며, 영웅서사시의 주인공은 조상신의 성격을 띠고 살아있는 존재로 여기면서 다양한 금기와 규율이 생겨났다. 서사시는 무속과도 일정한 관련이 있다고 보며, 풍부한 사냥감을 구할 때, 구복(求福), 치병(治病), 벽사(辟邪), 장수(長壽) 등을 희구하는 의례 등에서 불려졌다. 오이라드 영웅서사시는 조상제적 특성과 함께 산림민의 수렵생활, 산신신앙, 생활신앙, 예술적 영감 등이 결합되어 몽골인의 정신문화의 요체를 이루어왔다.
서사시창자는 알타이 산신을 위무함으로써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의 대리자요, 지역민의 대표자의 역할을 했다. 또한 예지적 존재요, 점술가로 지역민의 다양한 삶의 문제에 관여했으며, 예능인으로 민족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두 번째 주제는 “몽골 영웅서사시의 서사구조와 주인공들의 대결양상”이며, 이에 대한 연구로 <한 하랑고이>의 서사구조와 주인공들의 대결양상과 부랴트 아바이 게세르에 나타난 영혼의 대결양상 및 세계인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몽골 영웅서사시의 서사양식으로는 ‘설화적 서사시’, ‘선집형 서사시’, ‘서사적 서사시’가 있다. ‘설화적 서사시’는 혼인을 주제로 하며 서사시의 보편적 형태를 띤다 이 형태의 대표적인 서사시인 <한 하랑고이>는 ‘서사시의 왕’으로 불리며, 다른 서사시에는 나타나지 않는 창세 신화적 화소가 나타난다. 서사시에서 혼사는 주인공 영웅이 온전한 성인이 되어, 공동체를 수호할 있는 이상적인 통치자가 되는 중요한 관문이자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한 하랑고이>의 서사 및 서사구조의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인공 한 하랑고이는 천손 혹은 신이 비호하는 인물이 아니며, 천신, 수신(지신)과 겨루며 태어난 존재로, 한 하랑고이의 신체적 힘 즉, 인간적 힘이 강조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둘째, 조력자와 함께 3인의 협력으로 모든 길에 직면하는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를 얻는데, 3수는 완전한 승리 혹은 상대편의 완전한 패배를 상징한다. 셋째, 서사는 <출발>-<입문>-<귀환>의 순환적 구조로 이루어지나, 위기는 앞으로 진행될수록 심화되고 빈도수가 높아지는 경향을 띤다. 이러한 위기의 심화는 영웅과 조력자들의 협력을 강화시키는데, 집단의 행복과 안녕은 강도 높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더 공고해지고 확대되는 특성을 띤다. 넷째, 영웅이 주인공 한 사람에게 고정되지 않고, 자식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구조를 이룬다.
주인공들의 대결양상은 ‘천신과 지신과의 대결’, ‘천계와의 대결’, ‘사방의 적들과의 대결’로 나타나며, 이것은 자연적 대결과 사회적 대결의 양상으로 전개된다. 영웅은 자신의 타고난 능력으로만이 아니라 조력자들의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이상적인 공동체를 이루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몽골 영웅서사시에 나타난 영혼의 대결양상과 세계인식-부랴트 <아바이 게세르>를 중심으로」에서는 부랴트 <아바이 게세르> 서사시에 나타난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의 영혼의 대결양상과 세계인식을 살펴보았다. 본 서사시에서 중심을 이루는 서쪽 진영 하늘의 백천신과 동쪽 진영의 흑천신의 대결은 우주 만물의 운동성을 신의 대립 혹은 색의 대립으로 관념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대결은 선과 악의 대결을 의미하기보다 양과 음,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의 대결 내지 순환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한 히르마스 텡그리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아타이 울란 텡그리의 베어진 몸들이 지상으로 떨어져 사악한 마법사, 정령, 만가트하이(괴물)로 변한다. 이들은 본래 신성이기 때문에 몸을 죽여도 죽지 않으며, 이들을 죽이기 위한 방법은 영혼을 찾아 죽이는 길뿐이다. 그래서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의 싸움은 ‘영혼 죽이기’가 목적이며, 서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영혼 숨기기’가 매우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영혼에는 몸 깊은 곳에 숨기는 내재적 영혼, 몸 자체를 바꾸는 변신 영혼, 몸 밖에 두는 외재적 영혼이 있으며, 영혼을 단수 혹은 복수로 두어 은닉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반동인물들은 영혼이 살해되면 죽임을 당하지만, 그 영혼이 가족들에게도 연결되어 있어 그 존재를 완전히 소멸시키지는 못한다. 어떤 경우에든 반동인물 만가트하이는 이 세상에서 종식되지 않는데, 그것은 불사의 존재이자 자연의 영원한 순환적 힘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주제는 “몽골 영웅서사시 속의 여성 형상화의 제양상과 사회・문화사적 의미 고찰”이며, 부랴트 영웅서사시 <아바이 게세르>에 나타난 여성 캐릭터의 유형과 특성, <장가르>에 나타난 여성의 신화적 형상과 의미(이 논문은 학술지 심사가 완료되어 발표될 논문임)를 고찰했다.
전자의 논문에서는 칼 융의 제자인 토니 볼프의 ‘어머니의 정신적 형태’, ‘헤타이라’, ‘아마존’, ‘메디알레’의 4가지 여성성의 구조적 형태를 중심으로 <아바이 게세르> 서사시 속의 네 명의 주요 여성 인물들의 유형과 특성을 살펴보았다. 모신(母神)이자 어머니(Maternal) 형태인 만잔 구르메 할멈은 가장 자연적인 형태를 띠며, 어머니의 긍정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그녀는 서사시 안에서 가장 현명하고, 가장 지혜로운 존재의 표상으로 형상화되며, 은하수를 만든 창조신이자 출산과 양육, 죽음과 환생, 치유를 관장하는 신으로 서사시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의 해결사이자 게세르를 인간 세상에 보내 지상의 평화를 회복시키는 근원적 의미의 주동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영원한 어머니로 세계 평화를 이룩하는 절대적 공신이요, 조화된 세계 그 자체에 대한 화신이라 할 수 있다.
헤타이라(Hetaira)를 대표하는 게세르의 두 번째 부인 우르마이 고오혼은 세상에서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유혹자로서 주동인물과 반동인물 간의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 게세르가 없는 사이 적의 침입을 받았을 때 남자 못지않은 대담함과 용력, 신통술로 적과 대적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본능적 성향에 쫓아 결국 적대적 세력인 만가트하이(괴물)를 반려로 선택하는 자유로운 입체적 성격을 보여준다.
게세르의 세 번째 부인 알마 메르겐은 아마존(Amazone) 유형의 독립자족적인 존재로, 모신 만잔 구르메 할멈과 함께 긍정적 인물의 전형으로 나타난다. 그녀는 남성적인 특성이 뚜렷하면서도 모성적인 측면을 함께 내포하며, 게세르의 세 아내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배우자로 형상화된다.
게세르의 첫 번째 부인 야르갈란은 메디알레(Mediale) 유형의 문제적 인물로 주체적으로 세계와 대결하지 못하고 스스로 피해자가 되는데, 한편 개인적인 것과 전체적인 것의 구분을 하지 못하는 이성적 사고의 결핍으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한편 자아의 감정을 중시하는 측면에서 우르마이 고오혼과 더불어 근대적 서사문학의 캐릭터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몽골 영웅서사시 <장가르>에 나타난 여성의 신화적 형상과 의미」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여성 형상에 주목하여, 전통적인 여신의 특성이 서사시 안에 어떻게 전승되고 있는지를 밝혔다. <장가르> 서사시 안에 여성 주인공들은 전통적인 모신의 특성과 함께 고대 자연신앙을 계승한 여신적 존재들이다. 영웅서사시는 표면적으로 남성 중심의 서사와 불교를 중심 종교로 하지만 이면적으로 여성 주인공들을 통해 고대 여신신앙과 무속적 세계관의 전통을 계승시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여성은 영웅의 반려자로 그들을 조력하는 역할을 하지만, 실제적으로 남성을 진정한 영웅으로 만드는 존재이며, 죽음이나 위기에 직면한 용사들을 구해 민중들이 염원하는 평화로운 유토피아를 이루는 데 절대적 공훈을 세우는 서사시 속의 또 하나의 영웅이라 할 수 있다.
<장가르> 서사시에 등장하는 부정적인 여성 캐릭터들 역시 고대 모신(母神)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신이한 존재들로 이들은 구체적 형상이라기보다 추상적인 의미를 띤다고 하겠다. 이들은 용사들의 가는 길에 유혹자 내지 장애물로 등장하지만 실제적 적이라기보다 남성 주인공이 소기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가는 길에 극복해야 할 위험이나 유혹의 상관물이라 할 수 있다.
그밖에 몽골 영웅서사시 <장가르>의 기원 문제에 대한 논의를 개진했다. 장가르는 <게세르>, <마나스>와 함께 중앙아시아 3대 서사시로 불리며, 서부 두르붕 오이라드 지역에서 생성되었다고 보지만 그 생성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다. 본 논문에서는 토르고드 족이 알타이의 서부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 알타이 분지에서 살던 시기부터 작은 규모의 <장가르> 서사시가 불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았으며, 시기는 대체로 토르고드 종족이 역사에 등장하게 된 15세기 초 혹은 그에 앞선 14세기 말엽 즈음에 태동한 것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