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다음의 목표를 가진다. 첫째, 성별화된 이주를 규범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은 성별화된 이주를 글로벌 현상으로 보고 현상분석을 통해서 그것의 흐름을 추적하거나 국가 간 비교분석을 통해서 이를 유형화하려는 지금까지의 연구와 ...
본 연구는 다음의 목표를 가진다. 첫째, 성별화된 이주를 규범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은 성별화된 이주를 글로벌 현상으로 보고 현상분석을 통해서 그것의 흐름을 추적하거나 국가 간 비교분석을 통해서 이를 유형화하려는 지금까지의 연구와는 진일보한 측면을 내포한다. 대신에 성별화된 이주를 규범적인 관점에서 분석한다는 것은, 어떠한 원인과 과정을 거쳐 송출국의 여성이 이주라고 하는 집단적인 선택을 하고, 그리고 그러한 선택의 결과 이들이 유입국에서 어떠한 취약한 지위를 점유하고 있는지에 관해 평가할 수 있는 규범적인 잣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성별화된 이주가 어떤 점에서 잘못되고 부정의한지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는 철학적,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성별화된 이주를 이론화 하고자 하는 본 연구는 글로벌 정의에 관한 기초 문헌을 탐독함으로써, 글로벌 제도와 구조의 부정의를 지적할 수 있는 이론과 논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정의의 관점에서 이주와 이민를 논하는 카렌스(Carens 1987), 웰맨(Wellman 2008)의 연구뿐 만 아니라 전지구적 사회동포주의를 주장하는 네이글(Nagel 2005), 롤스의 글로벌 정의론(Rawls 1999) 등을 탐독한다. 특히 글로벌 구조와 체제에 비판적인 논의를 담고 있는 포기(Pogge 2002)와 영(Young 2007)의 연구는 유의미한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둘째, 성별화된 이주를 규범적으로 이론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정의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젠더적 관점에서 성별화된 이주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성별화된 이주를 야기하고 성불평등을 생산, 재생산하는 성별분업의 글로벌 체제를 젠더적 관점에서 탐구하는 목적을 갖는다. 이를 위해서 성별분업에 관련하는 페미니즘 이론을 탐독하게 될 것이다. 이 연구는 성별분업에 기인한 성별화된 글로벌 체제와 구조에 관심 갖으며, 이러한 체제와 구조가 어떠한 동학을 통해 체계적인 성불평등을 생산, 재생산하는지에 주목한다. 팔레나스(Parrenas 2001), 혼다뉴-소텔로(Hondagneu-Sotelo 2007), 이렌리치와 호치스차이드(Ehrenreich and Hochschild, 2002)의 연구는 이 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 연구는 글로벌 체제와 성별구조의 맥락에서 이주를 선택한 이주여성의 직업 선택이 특정 직업군에 국한되는 점, 그리고 이러한 선택이 그들의 취약한 지위에 직접적으로 관련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성별분업의 글로벌 체제를 강조하는 이러한 관점은 여성의 이주를 돈 혹은 사랑으로 인한 ‘자발적’인 이주(Constable 2003)로 보는 관점이나 전지구적 자본주의화로 인한 여성의 상품화 혹은 글로벌 인신매매로 인한 ‘비자발적’인 이주로 보는 관점과 다른 시각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여성이주는 ‘자발’ 대 ‘비자발’의 이분법으로는 적절히 설명될 수 없으며, 송출국과 유입국의 성별화된 사회구조와 국가 간의 성별화된 글로벌 구조가 이주여성의 집단적인 선택을 낳고, 결과 이주여성의 취약한 지위를 체계적으로 생산, 재생산하는 전반적인 시스템과 과정에 관심을 가진다.
셋째, 본 연구는 성별화된 이주의 이론화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경험하는 이주여성의 삶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관련되어서 한국 사례에 주목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 가정부, 이주 간병인, 결혼이주자, 성산업에 유입된 이주여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고자 한다. 최근의 많은 연구가 특정 직업군에 종사하는 이주여성의 실태 및 지위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개개의 직업군을 중심으로 연구되었기 때문에 이주여성의 선택과 지위를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할 수 있는 거시적이고 포괄적인 시각이 부재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앞서 언급한 이론적인 틀에 근거해서 이주여성의 사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각각의 사례를 유형화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성격을 특징지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규범적인 시각에서 분석된 이주여성의 사례는 이들이 겪는 불평등과 부정의를 규명함으로써 이러한 불평등과 부정의를 교정하고자 하는 정책 제안에 의미 있는 공헌을 할 수 있다.
결국 본 연구는 이주와 관련하여 최근의 현상으로 주목 받는 성별화된 이주를 규범적인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이론적으로 기여함과 동시에 실제 이주여성의 선택과 지위를 통하여 이들이 겪는 불이익과 불평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성별분업의 글로벌 체제의 동학을 밝히고 이론화함으로써 이주여성과 관련되어 어떠한 정책적 접근이 요구되는지에 대한 함의를 모색하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