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공공성구조의 변화를 ‘공공성의 재구성’과정으로 보고자 한다. 공공성의 재구성은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다차원적 범주를 포괄하는 아래의 세 가지 측면으로 파악될 수 있다.
첫째, 공공성 주체의 측면에서 공적 책임의 구조가 다변 ...
이 연구는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공공성구조의 변화를 ‘공공성의 재구성’과정으로 보고자 한다. 공공성의 재구성은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다차원적 범주를 포괄하는 아래의 세 가지 측면으로 파악될 수 있다.
첫째, 공공성 주체의 측면에서 공적 책임의 구조가 다변화되고 있다. 공공성을 독점하던 국가의 공공부문이 민영화, 민간화, 시장화 함으로써 국가주도의 실행적 공공성이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과 시민사회 또한 동반적 변화를 맞고 있다. 시장은 더 이상 사적 이익 추구를 유일한 정당성의 근거로 내세우지 못하게 되었고 공공성의 요구를 시장 활동에 내재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시민사회 역시 국가에 대한 감시와 공론장 제공이라는 전통적인 기능이외에도 기능적 공공성을 떠안음으로써 스스로 감시의 대상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주체의 다변화에 따른 새로운 공공성의 구조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교호성과 상호의존으로 특징지어지며 이에 따라 주체들 간의 조정과 협치(governance)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둘째, 공공성을 담보하는 구체적인 제도의 측면에서도 공공영역은 유연하게 확대되고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국가주도의 공공성에서 공공부문은 정부부분과 준정부부문으로 상당히 명확한 경계를 가지고 있었고 다루어지는 이슈도 공적서비스와 복지서비스로 제한되어 있었다(안병영·정무권·한상일, 2007). 하지만, 공공성의 기능이 기업과 시민사회로 이전되면서 공공영역의 이슈는 정부부문의 공적서비스 뿐 아니라, 시장부문에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위해 제공하는 윤리경영과 사회공헌활동,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제공하는 복지서비스, 자조집단 등의 다양한 영역으로 유연화되고 확대되었다. 또한 새롭게 포합된 공공영역의 제도형태도 그 법적지위와 작동원칙에서 비공공영역과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특징을 보인다(Kaufmann, 1991).
셋째, 공공성의 성과 측면에서는 새로운 공공성은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한다. 새로운 공공성의 진단과 해결능력은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과 유연하게 확대된 부분영역들의 결합의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다. 관료적 독자성에 근거해 자기재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국가주도의 공공성과는 달리, 새로운 공공성의 유연한 조직관계는 국가의 정치적 의지, 시장주체의 성찰적 자기규제, 시민사회의 조직화정도에 보다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공공성의 정치적, 사회적 취약성으로 공공성의 성과는 보다 불확실하게 예측된다. 공공성의 재구성이 국가, 시장, 시민사회 관계를 중심으로 한 거시적 사회질서의 전환을 초래한다고 할 때, 한국사회의 구조변동과 이에 의해 야기되는 사회통합의 과제는 이 같은 공공성 재구성 양상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공공성의 재구성현상을 분석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데 있다. 구체적으로 공공성의 위기와 재구성을 역사적 변화, 제도의 변화 및 의식의 변화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접근함으로써 사회질서의 구조적 측면과 행위적 측면, 그리고 사회통합의 거시적 측면과 미시적 측면을 포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공공성 개념과 차별화된 설명도구가 ‘사회구성적 공공성(Societal Publicness)’의 개념이다. 공공성에 관한 대부분의 사회과학적 관심은 국가 혹은 정부영역의 공적 성격에 집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강조하는 '사회구성적 공공성'은 국가-시장-시민사회의 상호침투와 경계의 유연성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과 아울러 시민의 자율적 참여를 통해 공공성의 의미가 새롭게 구성되는 현실을 반영함으로써 공공성 개념을 재구축한다. 이는 공공성 연구의 지평을 사회 전체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전략적 개념화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구축된 한국사회의 공공성 재구성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방식은 향후 새로운 사회통합모델과 대안적 민주주의의 모형을 마련하는 데에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