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격적으로 연구되지 않았던 주제인, 1960-70년대 한국의 대중사회의 형성과정, 대중사회 논쟁과 담론의 이데올로기적 기능, 대중들의 정동affect과 생활세계를 연구하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1960-70년대는 대중사회적 양상과 그 ...
본 연구의 목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격적으로 연구되지 않았던 주제인, 1960-70년대 한국의 대중사회의 형성과정, 대중사회 논쟁과 담론의 이데올로기적 기능, 대중들의 정동affect과 생활세계를 연구하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1960-70년대는 대중사회적 양상과 그와 관련된 담론이 본격화되는 시기이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 초반부터 국가가 경제발전 논리를 선전하고 대중을 관리하기 위한 일환으로, 신문, 잡지, 라디오, TV 등 대중매체를 제도적으로 정비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중사회는 사회성격을 설명하는 용어이자 경제발전을 향한 전망으로까지 부각되었는데, 그 출발점은 우선적으로 국가발전과 경제개발의 장밋빛 전망을 대중관리와 통제의 일환으로 유포시키고자 했던 국가권력이었다. 또한 그러한 전망은 지식인의 사회성찰 및 담론적 논쟁과 겹쳐 있는 것이기도 했으며 나아가 대중의 실감과 정동의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즉, 1960-70년대 한국에서 ‘대중사회’는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수반한 이념형으로 기능했으며 주체의 감수성의 기저 즉, 정동이 발생하는 장소이면서 때로는 사회 구성원들의 욕망의 지향점이기도 했다. 바로 이 점에 주목하며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계획되었다. ① 1960-1970년대 대중사회를 성립시킨 물적 토대를 배경으로 검토하면서, ② 이 시기에 국가와 지식인 모두에게 사회전망의 화두였던 대중사회 논쟁과 담론들이 대중관리의 수단으로 작동하면서 발휘한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분석하고, ③ 대중사회 관련 논의와 전망을 욕망충족의 수단이나 자기정체성 규정의 준거로 이용한 대중들의 실감과 정동의 세계, ④ 한국 대중사회의 변별성을 보여주는 일본의 대중사회 논쟁과 대중의 생활세계를 연구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특히 본 연구는 네 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50년대부터 이미 대중사회화 과정과 대중사회 논쟁들을 경험하고 있던 일본을 연구의 참조틀로 적극 도입하고자 한다. 한국과 일본은 냉전체제 아래서 미국 주도의 반공주의적 전략을 공유하는 관계이자, 미국의 대중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미국화Americanization’의 길을 걸었다는 공통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유사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조건의 특수성, 사회구성원들의 담론실천 전략, 미국에 대한 태도 등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면서, 서로 다른 ‘전후’ 사회의 길과 주체형성의 길을 걸었다. 따라서 일본을 하나의 참조틀로 한국과 교차시켜 연구하는 것은, 결국 한국 대중사회의 역사적 변별성과 특수성을 밝히는 중요한 방법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의 필요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광범위하게 통용되면서도 본격적으로 학문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중사회’ 담론과 현상에 주목함으로써, 1960-70년대 한국사회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 둘째, 한국사회를 대중사회로, 사회구성원을 대중으로 명명하는 1960-70년대 호명의 정치를 연구함으로써, 현재 한국의 사회정체성 및 주체형성 연구에 역사적 관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 셋째, 한국의 대중사회화와 관련 담론의 특수한 역사적 조건과 변별성을 밝히기 위해, 일본의 경우를 교차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본 연구는 상기한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계획한 연구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분과학문적 연구(문학, 역사학, 사회학)와 지역적 연구(한국, 일본)의 개별적 성과들을 바탕으로 분과/권역을 통합하는 연구 결과물을 산출하는 연구이다. 또한, 본 연구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대중사회의 토대, 담론, 정동의 양상이 어떤 유사성과 변별성을 지니며 전개되었는지를 상관적으로 교차연구함으로써, 통시적 관점과 공시적 관점의 병행을 도모한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분과통합적 접근과 “트랜스내셔널 연구(transregional studies)”를 병행하여 한국 대중사회 담론과 주체구성의 변별성과 특수성을 다각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