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감정표현과 관련된 한국어 관용어와 프랑스어 관용어를 연구 대상으로 하며, 그 중에서도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신체 관련 관용어들로 그 대상을 좀 더 한정하고자 한다. 관용어로 표현될 수 있는 감정표현은 다양하게 세분될 수 있으나, 크게 기쁨, 슬픔, 분 ...
본 연구는 감정표현과 관련된 한국어 관용어와 프랑스어 관용어를 연구 대상으로 하며, 그 중에서도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신체 관련 관용어들로 그 대상을 좀 더 한정하고자 한다. 관용어로 표현될 수 있는 감정표현은 다양하게 세분될 수 있으나, 크게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사랑, 미움의 여섯 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하며, 다양한 감정의 표현은 인간의 신체어, 혹은 신체의 표현에 의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본 논문에서는 신체어를 머리, 몸통, 팔다리, 기타의 4 유형으로 하위분류한다.
우선 한국어와 프랑스어 사전들에서 감정표현 신체 관용어들을 조사하고, 각 감정을 나타내는 관용어들의 예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분노’를 표현하는 한국어 관용어로 ‘핏대를 올리다’, ‘이를 갈다’ 등의 예가 있다면, 유사한 프랑스어 관용어를 비교 관찰한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관용어가 인지 체계로서의 은유 개념에 의해 어떻게 분석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신체 관용어의 용법은 ‘관습적 은유’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좀 더 구체적인 개념을 이용하여 더 추상적인 개념을 나타내는 ‘구조적 은유’(예:인생은 전쟁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물질이나 물건의 개념으로 구조화하는 ‘존재론적 은유’(예:사랑은 개체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위-아래, 앞-뒤와 같은 공간 위치에 관련해서 구조화하는 ‘지향적 은유’(예:기쁨은 위이고 슬픔은 아래다)로 세분할 수 있겠다.
관용어는 두 단어의 의미의 합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제 3의 의미로 굳어진 표현, 즉 시간성과 공간성을 확보하여 화석화한 말로서 우리의 사고방식에 바탕을 둔 개념은유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화나다’라는 표현 대신에 ‘열이 뻗치다’, ‘열통이 터지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구성요소 하나하나로서는 ‘분노’의 의미를 끌어내기 어렵다. 다만 ‘분노는 열이다’라는 은유에서 그 의미를 도출해 낼 수 있다. 한국어의 ‘분노’를 나타내는 신체어 관용어는 ‘눈, 얼굴, 핏대, 주먹, 이, 속, 피, 몸, 살, 가슴, 복장, 배알, 부아’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가장 근원이 되는 신체부위는 ‘눈’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핏대, 이, 부아, 배알’등은 다른 감정표현에는 사용되지 않고 ‘분노’표현에만 쓰인다. 프랑스어의 ‘분노’를 나타내는 신체어 관용어는 ‘oeil(눈), visage(얼굴), bouche(입), esprit(정신), dents(이), corps(몸), sang(피), tête(머리)’를 기반으로 한다.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가장 근원이 되는 신체부위는 ‘oeil(눈)’이라고 할 수 있으며, ‘visage(얼굴)’ 또한 다양한 분노 관용어의 기반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어 분노 관용어에서 많이 나타나는 ‘속, 복장, 가슴, 부아, 배알’ 등의 관용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어와 프랑스어 신체 관용어 대조의 한 예로 눈과 oeil를 비교해 볼 수 있다. 한국어에서 ‘눈’은 ‘눈물, 눈알, 눈시울’ 등의 범위까지를 포괄하고 있어 감정표현 역시 다양한 모습을 나타낸다. 특히 ‘분노, 두려움’에 관련된 관용어가 많이 나타나며, 긍정적인 감정으로서의 ‘기쁨’과 함께 부정적인 감정의 ‘슬픔, 미움’의 유형도 함께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랑스어에서도 ‘oeil’는 다양한 감정의 양상을 표현하는 신체부위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강한 감정(기쁨, 분노, 미움)을 나타내는 경우 ‘Ses yeux brillent/étincellent(눈이 빛나다)’의 표현들이 공통적으로 쓰임을 알 수 있다. 눈외에도 ‘sourcil(눈썹)’ 관용어가 ‘두려움, 분노’등의 감정을 나타내고 있어서, 이는 한국어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