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읽기의 윤리: 기능성 뇌 영상 기술과 프라이버시 존중 및 기술의 부정확성 문제
뇌 영상 기술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양전자단층촬영(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위색영상(false-color images),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 ...
마음 읽기의 윤리: 기능성 뇌 영상 기술과 프라이버시 존중 및 기술의 부정확성 문제
뇌 영상 기술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양전자단층촬영(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위색영상(false-color images),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사건관련 전위(ERP, event-related potentials), 뇌자도(MEG, magnetoencephalography), 근적외선 분광법(NIRS, near-infrared spectroscopy)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 방법들은 본래 다른 목적으로 고안된 시험도구였다. 따라서 그 용도는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원리적으로 인간의 심리상태와 사회적 행동 성향을 추론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 이 방법들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비침습적(non-invasive) 방법으로 뇌와 인지활동의 관계를 연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방법들 중에서도 특히 fMRI와 ERP는 각기 ‘뇌 영상화’(brain imaging)와 ‘뇌 지문’(brain fingerprinting) 구축을 위해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비침습적인 fMRI와 ERP의 활용은 오늘날 이른바 심리학의 ‘바이오 혁명’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fMRI는 정신질환자의 뇌 연구뿐만 아니라 분노, 동감, 사랑, 성적 흥분 등과 같은 감정을 느낄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에 활용된다. 그밖에 자선행위나 정치적 성향, 상품의 선호도 같은 특정한 사회적 행위를 할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에도 fMRI는 널리 활용된다. 이와 같이 fMRI가 인간의 감정, 행동, 상호관계 등 사회적 행동을 뇌 메커니즘을 통해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신경정치학, 신경법, 신경마케팅과 같은 ‘사회신경과학’(social neuroscience)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만들어졌다.
다음으로 ERP는 뇌에 근거한 거짓말 탐지기의 고안에 거의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뇌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피험자가 정보의 관련성을 인식하는지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사건관련전위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이 사실에 근거하여 범죄와 관련 있는 물건을 (범죄 용의자에게) 보여주고, 이에 대한 일반적 반응과 범죄자만이 아는 물건에 대한 반응을 구별함으로써 범죄자의 유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거짓말 탐지기의 기본 개념도다. 이를 개발자가 ‘뇌 지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물론 아직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 방법은 이미 법정 소송에서 증거로 수용된 바 있고, 특히 오늘날 날로 교묘해져가는 테러리스트를 가려내는 하나의 방법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이 뇌 영상 기술은 개인의 행동성향, 폭력적 범죄에 대한 인식도, 정신건강의 취약성, 나아가 뇌형이나 유전형을 밝히는데 사용된다. 심지어 성적 끌림과 이러한 끌림을 억제하는 무의식적 태도까지도 뇌 활성화로 드러난다고 한다. 이로부터 우리는 심리적 특성이 뇌 영상 기술로 측정할 수 있는 ‘물리적 상관자’를 지닌다는 사실을 추론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뇌 영상적 상관자를 이용하여 피험자의 외향적 태도, 신경증, 비관, 고집, 공감, 무의식 등 성격의 신경적 상관자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뇌 영상 기술은 이른바 우리의 ‘마음 읽기’와 ‘마인드 컨트롤’을 가능하게 해 준다. 오늘날 고도 자본주의사회에서 이러한 뇌 영상 기술의 발달로 얻을 수 있는 개인의 정보는 각 개인의 무의식적 구매동기를 높여 기업이익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은 특정 성격의 신경적 상관자를 지닌 사람의 취업을 제한할 수도, 보험가입을 제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말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어야만 하는 대목 아닌가?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식은 신경윤리학의 고유한 문제라기보다 이미 유전자윤리학에 의해 제기되었다. 유전자윤리학에서 적절하게 지적되었듯이, 개인적으로 알고 싶지 않은 ‘무지의 자유’야말로 프라이버시 문제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프라이버시 문제와 관련하여 신경윤리학은 유전자윤리학과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지만, 유전자윤리학과는 달리 신경윤리학에서는 뇌 영상기술의 부정확성이 문제된다. 그리하여 신경윤리학은 뇌 영상 기술 자체에 대한 기술철학적 반성을 요구한다. 그것은 기계론적 메커니즘에 대한 맹신을 반성하는 것인데, 우리는 이 반성이 마음읽기와 관련하여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