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는 플라톤에서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는 고대 철학, 중세의 교부철학과 스콜라철학은 항상 그 누구를 신의 존재자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의 본질을 구명하려 하였다고 본다. 그들은 인간을, 사물을 눈앞에 있는 대상으로 보았으며, 존재로서 관심을 기울이 ...
하이데거는 플라톤에서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는 고대 철학, 중세의 교부철학과 스콜라철학은 항상 그 누구를 신의 존재자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의 본질을 구명하려 하였다고 본다. 그들은 인간을, 사물을 눈앞에 있는 대상으로 보았으며, 존재로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초월적인 영원한 진리는 절대 주체를 주장하는 관념론으로, 기독교 신학의 잔재에 속한 것으로 본다(『존재와 시간』 309). 플라톤 이래 기독교적 해석은 지상의 세계는 무상한 세계로서 피안에 있는 영원한 행복의 산과는 구별되는 슬픔의 골짜기인 것으로 폄하해 왔다는 것이다(『숲길』 321-322). 그러한 고대 그리스 형이상학의 전통과 중세 신학은 근대 자연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데카르트에서 칸트, 그리고 헤겔에 이르는 주체 중심의 철학으로 변이된다. 인간은 만물에 대한 인식의 주체로서 중심에 서게 된다. 그들은 인간을 인식의 주체로 보면서 사물을 인간 중심으로 대상화한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일종의 봄으로, 눈앞에 있음으로 보는 데카르트와 칸트의 관념론에 대해서도 정면 도전한다. 그리고 그러한 형이상학의 문제점에 대한 전복적 통찰을 제기한다.
하이데거는 데카르트의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185)는 명제를 문제 삼는다. 데카르트를 비롯한 자아를 중심으로 한 주체 철학은 현사실적 삶의 현장과 역사적 현장을 도외시함으로써,나는 존재한다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칸트는 데카르트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나는 경험하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데카르트는 현사실적 삶의 현상을 외면했으나, 칸트는 감각의 현상의 세계를 그의 순수이성철학의 바탕으로 삼는다. 그는 플라톤 이후 기존 형이상학의 기반인 영혼, 자기원인의 자유, 그리고 신의 세계와는 경계를 긋고, 순수이성비판에 근거한 초월적 관념론을 주창한다. 그러나 그의 인식론과 존재론에서는 오로지 인간의 주체, 자아가 신의 자리를 대신한다. 헤겔은 신성한 것, 영원한 것 등과 같은 본질적인 실체에 치우쳐 현세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의 의의를 신의 구원의 빛에서 찾으려는 기존 형이상학을 반박한다(『정신현상학』 I, 65-66). 그는 저 높은 곳의 피안에 대한 동경은 현존하는 자기의 모습과 다양한 양태를 지닌 현실 세계를 외면한다고 말한다(66-67). 그러나 헤겔은 이 세계의 모든 모순을 통합하는 절대정신이라는 또다른 관념론으로 귀착하고 만다.
하이데거는 이들의 형이상학적 접근은 존재망각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하이데거의 존재론적인 관심은 존재자, 즉 그 누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이다/있다에 있다. 즉 존재에 있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형이상학은 이러한 존재망각의 전통을 거부하고, 존재를 제자리에 복원시키고자 한다. 하이데거는 존재에 대한 물음을 현존재의 존재 구성틀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세계-내-존재로서의 현존재의 해석을 철저히 역사적 현장인 세계에 근거하며, 세계에 대한 어떤 의미도 기존 형이상학의 존재론적, 인식론적 토대로부터 끌어들이기를 거부한다.
이러한 하이데거적 관점에서,『햄릿』극은 이 망각된 존재의 복원을 요구하는 중요한 작품이다.『햄릿』극은게 누구냐(Who's there)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개막장면 초두를 여는 이 물음은 이 극의 실존론적 존재론 고찰의 단초이다. 이 물음을 평서문으로 고쳐 쓰면거기에 누가 있다이다. 그리고 하이데거가 논의로 삼은 파르메니데스(Parmenedes)의 한 시구를 인용하면 거기에존재자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로 다시 고쳐 쓸 수 있다.
그러한 전통에 입각한 존재적 문학 비평은게 누구냐라는 물음에서 그 누구라는 존재자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한다. 즉, 한 존재자에 실재하는 그 무엇임인 형태, 근원, 본성 등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므로 3막 1장에서의존재하느냐, 존재치 않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라고 하는 햄릿의 치열한 물음 역시 존재자에 대한 물음으로 귀착된다.
하이데거의 실존론적 존재론의 철학이『햄릿』을 비롯한 셰익스피어 극에 어떻게 접목되어 새로운 해석을 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셰익스피어의 극 해석에 있어서 기존의 형이상학적 해석에서 해체주의로 넘어가는 연결고리가 빠져있는 셈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존의 형이상학적 전통에 기반을 둔『햄릿』극의 고찰에서 벗어나, 1980년대 이후 해체주의 해석의 기반이 되었던 하이데거의 실존론적 존재론의 철학이 어떻게 셰익스피어의『햄릿』극에 적용 가능한지를 보여주고자 하는데, 연구의 목적을 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