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화두 중 하나인 인문학의 위기는, 최근 대중적 인문학의 파급 등으로 인해 인문학의 현대적 위상을 되새기는 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인문학의 가장 특권적 수혜자이며 인문학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남다른 혜안을 길러나가야 할 대학생들의 인문학적 ...
현대 사회의 화두 중 하나인 인문학의 위기는, 최근 대중적 인문학의 파급 등으로 인해 인문학의 현대적 위상을 되새기는 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인문학의 가장 특권적 수혜자이며 인문학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남다른 혜안을 길러나가야 할 대학생들의 인문학적 기본 소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대학 현장에서 갈수록 절감하는 바이다. 비본질적이라는 인문학에 대한 오해, 인문학에 대한 효과적 접근 방법에 대한 무지는 대학의 다양화된 수업들에도 불구하고 인문학 보편화에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현장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본 연구는 ① 인문학의 주요 부분인 서양 사상의 전체적 맥락 속에서 개별적, 특수한 경우들의 의미 해석에 도움이 되는 문학 이해를 보다 덜 난해한 사례로써 제공할 수 있다. 파편적·실용적 기술정보 시대에 순간적 응용과 상식의 기능에 만족하는 인문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계기, 지적인 추구의 촉진제로 기능하고, 학제간 열린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
② 올바른 인문학적 소양, 이를 바탕으로 현재에 대한 통찰력, 미래에의 전망은 자본주의와 세계화, 특정 기능으로 환원된 인간의 의미, 인간성 상실, 생명 경시 등으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정도(正道)와 불변적 혹은 가변적인 인간적 진리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잃지 않도록 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
③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교육 방안의 관점에서,
i) (불)문학의 주요 테마 연구 자료로 활용가능하고, 까뮈의 '반항révolte' 개념, 실존주의 문학에 나타난 그리스 사상과 기독교의 대립 등의 주제로 파급 가능하다.
ii) 기독교는 이전 다신교 문화와의 충돌, 통합, 변형의 추이를 함께 고려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독교의 이해를 위한 선행 학습으로 활용 가능하다. 진리 추구의 과정인 철학사 역시, 이러한 기원에서 출발해야 함은 주지의 명제이다.
iii) 어문학 전공 과정을 보다 포괄적인 문화 연구 속에 통합하는 최근 대학의 경향 속에서, 본 연구는 이러한 강의들과 직접적 연계가 가능하다. 넓은 의미의 문화는 시대의 패러다임 그 자체이고, 서구의 지난 2000년 간의 시대별 패러다임은 곧 그리스 사상과 기독교 어느 한 쪽의 우세 혹은 열세, 양극의 조화 추구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예술과 거의 동일시되는 좁은 의미의 문화는 최근 인문학 재조명의 분위기 속에서 학교 뿐 아니라, 여러 매체를 통한 대중 강연을 통해 현대인의 친근한 ‘교양’으로 등장했다. 대학에서도 ‘문화’ ‘예술’ 관련 강의들이 증가하면서 학생들의 예술 감상이나 분석 욕구는 많이 충족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강의도 각 예술 사조의 흐름과 개별적 특징에 머물러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가령 유럽 박물관과 미술관을 차지하고 있는 고대의 조각상과 대성당의 위엄, 르네상스의 천재들의 산물, 이후 고전주의, 신고전주의 등은 그리스와 이후의 기독교가 동전의 양면으로 혹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공존해온 과정을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한 산물이다. 하지만 각종 “문화” “예술” 교육이 각각의 특수성과 독창성에 주목하다보면 작품이나 예술가와 관련된 특수한 시대 상황과 독특한 에피소드 속에 매몰되어 개별 작품이 서구 예술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본 연구는 예술 작품, 특히 건축, 회화, 연극, 영화, 특히 최근 급속히 부상하는 지역 축제 등 다양한 장르의 미시적 분석을 통해 문화의 코드를 읽어내는 것 뿐 아니라, 그 본원적 뿌리에 대한 성찰을 함께 습득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곧 대학의 문화예술 교육이 관광 가이드의 수준을 벗어나서, 인간 정신의 산물로서 문화가 가지는 본원적 가치를 일깨우는 기본 방향성을 되찾는다는 의의가 있다. 찰나적이고 파편적인 이미지로서의 문화, 뿌리 없이 무수한 이파리들만이 떠다니는 예술, 참신성과 새로움의 강박관념에 병들고 상업성과 홍보의 수단으로만 축소된 일부 문화에게 원래의 사상(思想)적 뿌리를 되찾아주고자 하는 본 연구는 대학생들에게 자기 성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