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운동은 좌파의 이념적 지향을 갖는데, 그것은 저항, 평등, 정의 등과 같은 가치를 주장하는 동시에, 실업자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들을 담는다. 프랑스의 실업자운동의 경우, 모두 좌파운동으로서 실업자운동에 참여하는 공통점을 가지는 것 외에는 서로 무척 다른 ...
실업자운동은 좌파의 이념적 지향을 갖는데, 그것은 저항, 평등, 정의 등과 같은 가치를 주장하는 동시에, 실업자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들을 담는다. 프랑스의 실업자운동의 경우, 모두 좌파운동으로서 실업자운동에 참여하는 공통점을 가지는 것 외에는 서로 무척 다른 주장을 펴기도 한다. 노동총연맹의 실업자위원회는 완전고용을 주장하는 반면, 실업대응공동행동하기는 사회 혁명을 부르짖는다. 이 두 실업자조직은 강한 이념적 지향을 바탕으로 실업자운동의 주요 주장들을 형성하는데, 그 대표적인 세 가지가 일자리 요구, 수입 요구, 그리고 정치적 요구이다. 이 세 주장은 다시 다양한 세부 주장으로 나뉘기도 하고 같은 주장도 다른 표현으로 이루어지므로 조직마다 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완전 고용이나 수입 보장의 주장이 네 가지 조직에게 같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데, 그것은 최저임금의 금액, 크리스마스 수당의 금액을 각 조직마다 조금씩 다르게 책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오늘날 프랑스 실업자운동에서 일자리 주장이 주춤하는 대신 수입 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대세이다. 대부분의 실업자조직이 수입을 보장하는 실업수당, 각종 보조금, 최저 생계비 등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한편 실업대응공동행동하기를 비롯한 고용정보연대협회와 전국실업자비정규직운동 등은 유럽실업자운동, 사회적 기업, 불법체류자 문제, 세입자보호운동 등 직간접적으로 실업문제와 연계된 여러 정치적 현안에 참여함으로써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다.
한국의 실업자운동은 노동운동의 기반을 강하게 보인다. 서울, 인천, 하남, 용인, 성남, 여수, 부산, 익산을 비롯한 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실업단체들이 조직되어 있으며 이들은 전국실업단체연대(이하 전실련)라는 이름으로 연합체를 이루고 노동조직과 긴밀한 연계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노동운동과 밀접한 전실련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이어서, 실제 우렁각시사업과 같이 실업자와 일자리를 연계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역시 2011년 노조의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본격적인 노동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단지, 청년유니온은 청년을 상대로 불안정고용문제, 노동조건, 임금체납, 노동분쟁과 같이 구체적인 문제들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정책적 대안으로 개선하기 위해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계와 협력하고 있다.
실업자조직마다 그 이념적 지향과 성격이 다를 뿐 아니라, 그 구성원들이 가지는 정체성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실업자운동의 경우, 실업자운동은 실업자뿐 아니라 노동운동가, 정치운동가, 사회운동가들이 참여하는 곳이어서, 실업자들의 정체성과 운동가의 정체성이 공존한다. 문제는 실업자로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운동가 의식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적극적이지 않게 여겨진다거나 사용자의 위치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데, 이에 맞서서 실업자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그들의 생활 방식을 주장하는 측이 실업자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실업자의 정체성이 지배적인 조직은 실업대응공동행동하기로서, 전문운동가와 지식인이 실업자보다 더 우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운동이다. 한편, 공산주의로 단일화된 고용정보연대협회나 노동조합으로 통합된 실업자위원회의 경우 실업자의 정체성보다 운동가로서의 의식과 사명이 강조되곤 한다. 더구나 이들 운동가들 중에는 실업자운동의 상시근무자로 봉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봉급자들의 역할이 가장 강조되는 조직은 전국실업자비정규직운동으로서, 여기서 봉급자들은 실업자들과 그 역할이 다소 분명하게 구분되어 전자는 조직가, 후자는 사용자로 여겨질 정도이다.
한국의 실업자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정체성도 조직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전국실업단체들이 사업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구성원의 조합원 지위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일자리 사업을 조직하는 운동가들과 일을 구하는 실업자의 구분이 분명히 이루어지는 형태를 띈다면, 청년유니온의 경우 노조원 가입이 의무화되어 그 권리와 의무가 명확하므로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의식이 더 강조된다. 더구나, 노동법과 노동권, 임금협상 등 노동운동의 중요한 내용을 강조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원으로서의 의식이 강조된다. 또한 청년유니온은 학생, 아르바이트생, 취업준비생등 청년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모임과 문화공연, 토론회를 자주 열고, 인터넷 사이트뿐 아니라 트위터와 페이스북와 같은 사회연결망 매체와 오프라인 모임을 이용하여 반값등록금운동, 최저임금운동, 한미FTA반대운동 같은 다른 정치, 노동운동과 연대하는 사회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