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표는 초기 그리스도교 문헌들을 통해 당대 시각 문화(visual culture)와 시각 문화 담론 속에서 시각적 신심(visual piety)의 의미를 재검토해보는 것이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필요성에서 기획되었다.
첫째, 종교에 대한 감각적 연구의 필요성이다. 종교 ...
이 연구의 목표는 초기 그리스도교 문헌들을 통해 당대 시각 문화(visual culture)와 시각 문화 담론 속에서 시각적 신심(visual piety)의 의미를 재검토해보는 것이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필요성에서 기획되었다.
첫째, 종교에 대한 감각적 연구의 필요성이다. 종교는 관념의 세계만이 아니라 몸과 물질에 토대를 둔 구체성의 세계다. 이 같은 종교의 물질성 혹은 구체성에 대한 관심은 종교학에서 의례, 몸, 인지와 종교 등의 연구 주제로 발전되어왔다. 그러나 ‘감각’ 자체에 주목해서 종교를 재서술해보고자 하는 시도는 상대적으로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감각’은 종교경험의 가장 근저를 이루는 것으로, 인간은 감각을 통해 성스러움을 경험하고 표현한다. 따라서 종교의 관념적 사상적 표현의 한 끝은 언제나 감각을 통해 경험되고 상상된 성스러움에 맞닿아 있다. 이러한 감각적 차원에 주목하여 종교를 재검토하고 재서술하는 작업은, 종교가 초월을 지향하면서도 항상 우리를 둘러싼 구체적인 사물들과 그 속에서 움직이는 우리의 몸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줄 것이다.
둘째, 초기 그리스도교의 시각적 신심(visual piety)을 당대의 시각 문화(visual culture) 속에서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몸’을 둘러싼 담론에 대한 피터 브라운(Peter Brown)의 선구적 연구 이후, 몸과 감각은 그리스도교 제도와 신학 교리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렌즈가 되었다. 이러한 연구 흐름 속에서 초창기에 주목받았던 주제가 금욕주의와 몸, 젠더라면,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주제는 ‘주체’의 형성, 특히 ‘감각’을 통한 ‘주체’의 형성이라는 주제다.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있어서 청각과 후각 등의 감각을 어떻게 사용하였고, 이를 또 어떻게 담론화하였는지 추적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각 역시 새롭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시각을 다른 감각들과 비교해서 가장 우월한 것으로 생각했고, 이러한 생각은 교부들에게로 이어졌다. 따라서 이미지와 형상화에 대한 실질적인 경계 속에서도, 교부 철학 전통은 시각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입장을 보여주었는데, ‘바라보는 것’ 특히 신적인 존재를 ‘바라보는 것’은 종교의 최상의 경지로 여겨졌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그리스도교의 시각적 신심에 대한 연구는 단순히 이미지를 둘러싼 성상파괴/성상옹호 논쟁을 넘어서 그리스도교 주체의 형성 과정에서 시각이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까지 검토해 보아야하는 복잡한 주제다. 데이빗 모건(David Morgan)이 정의하는 시각 문화(visual culture)는 단지 이미지만이 아니라, 보는 행위, 주의 깊은 관찰, 이미지 뒤에 놓인 행위 주체, 실천 행위, 개념, 제도 등을 형성하는 시선(gaze)의 다양한 방식들을 포괄한다 따라서 초기 그리스도교의 시각적 신심은 단순히 이미지에 대한 숭배 여부에서가 아니라 당대의 시각 문화와 시각 문화 담론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 속에서 연구될 필요가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시각과 이미지에 대한 선행 연구로는 마가렛 마일즈 (Margaret R. Miles), 데이빗 치데스터(David Chidester), 조지아 프랑크(Georgia Frank) 등의 연구가 있지만, 이들은 시각적 신심을 시각 문화와 시각 문화 담론이라는 틀 안에서 총체적으로 고찰하지는 못하였다. 본 연구는 첫째, 종교사 특히 그리스도교사를 사상적 교리적 차원이 아닌 '감각적 차원'에서 재서술하려는 종교학적 시도라는 점과, 둘째, 당대의 시각 문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시각과 시선에 대한 관심이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어떻게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는지 밝히고, 그 맥락 하에서 '시각적 신심'을 단순히 이미지에 대한 숭배를 넘어 새롭게 재정의해보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다른 차별성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