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고독과의 공공연한 전투장이 되어 버린 듯하다. MP3, 핸드폰, 스마트 폰, DMB 등, 고독에 대항하는 무기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권태와 쓸쓸함을 몰아내주는 이 동반자 없이 혈혈단신 차를 타는 사람,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그 ...
세상은 고독과의 공공연한 전투장이 되어 버린 듯하다. MP3, 핸드폰, 스마트 폰, DMB 등, 고독에 대항하는 무기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권태와 쓸쓸함을 몰아내주는 이 동반자 없이 혈혈단신 차를 타는 사람,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 모두는 그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서 홀로가 아니라는 것을 시시각각 간절히도 확인하고 싶기에 이리도 절실히 소음을 요구하는 것이다. 친숙했던 세계를 낯설고 쓸쓸한 무엇으로 느닷없이 드러내는 그 고요가 무서워 우리 모두는 있는 힘껏 도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고독은 과연 흑사병만큼 끔찍한 것이고 그래서 꼭 박멸해야 할 무엇일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독이란 인간 삶의 한 조건인 만큼 이를 없애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뿐만 아니다. 고독은 이처럼 피하기도 어렵지만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위험하다는데, 고독이 야기하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고독에서 도피하는데서 인간의 모든 불행이 생겨난다고 분명히 말한 이는 파스칼만 아니다. 고독 문제와 진지하게 씨름해 본 현자들의 혜안에 따르면, 고독이란 그저 피하기만 하면 급기야는 ‘살만한 가치가 없고’, 무의미한 삶으로 치닫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고독을 정성을 다해 맞이하면 고독은 평화와 사랑으로 충만한 지복의 신세계로 안내하는 신뢰할만한 안내자가 될 수도 있다 한다.
그러나 고독을 지복(至福)이라는 소중한 열매로 익어가게 할 그 길은 지극히 위험하고 험난하다. 고독의 도상에서 끝없는 어둠, 채울 길 없는 헛된 동경, 공허함, 비애,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마침내는 자살만을 끔찍한 삶에서의 탈로로 찾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고독의 정체는 무엇인가? 고독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삶을 황폐하게 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삶, 새로운 빛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는 것인가? 이토록 다른 세계로 이끄는 고독은 각각 다른 것인가? 곧, 고독은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야누스적 얼굴을 지닌 것인가? 그렇다. 고독의 깊은 심연을 아는 현인이라면 고독의 이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야누스적 얼굴 곧 비옥성과 파괴성이라는 양면성을 잘 알고 있다. 요컨대 고독은 이 양면성에 따라 파괴적 고독(거짓고독)과 생산적 고독(참된)으로 명명, 구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고독을 지혜롭게 환대하면 파괴적 고독에서 생산적 고독으로 비약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독을 지혜롭게 받아 들여, 이를 행복한 삶의 원천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겠다.
이처럼 참된 고독이 행복하고 풍요롭고 사랑하며 사는 삶의 근간을 이룬다면 가히 고독을 유린한다할 만큼 고독을 홀대하는 사회를 사는 우리들은 - 개인적 차원에서든, 사회적 차원에서든 - 고독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할 수밖에 없다. 토마스 머튼의 표현을 빌면, 내적 고독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사랑이 아니라 폭력과 부패한 권위가 넘쳐날 뿐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토마스 머튼과 에리히 프롬의 고독에 대한 통찰을 연구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인간다운 삶의 필수 요건 중 하나가 참된 고독안에 거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소음, 폭력, 시기심, 분노, 복수심으로 들끓는 듯한 우리 사회를 평화로운 사회로 순화시키는 하나의 중요한 방편으로 (참된) 고독에 대한 존중을 내세우고자 한다. 참된 고독이란 가능한 피해야 할 惡이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빛을 품고 있는 참으로 보배로운 씨앗이라는 것을 보여 주면서 날이 갈수록 더 심화되는 오늘 날의 “고독 홀대 현상”을 진지하게 반성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우울한 어둠, 세상에 대한 적의감 속으로 스스로를 끝없이 유폐시키는 “거짓 고독”에서 “참된 고독”에로 도약하는 길을 제시하면서 현대인을 삼켜버릴 듯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고독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 곧 삶의 근본 조건인 고독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를 찾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