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농경시대 대가족제도 하에서는 친족 사이의 재산은 공동재산이라는 관념에 따라 재산의 형성, 관리, 소비 등이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하여 친족간에 발생하는 재산범죄는 친족 내부에서 논의하여 그들의 처분에 위 ...
과거 농경시대 대가족제도 하에서는 친족 사이의 재산은 공동재산이라는 관념에 따라 재산의 형성, 관리, 소비 등이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하여 친족간에 발생하는 재산범죄는 친족 내부에서 논의하여 그들의 처분에 위임하는 것이 친족공동체사상에 입각한 대가족제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가족적 정의를 존중하는 것이고 가족 내부의 문제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책적 견지에서, 국가권력은 가능한 한 가정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상의 표현의 하나로서 친족상도례 제도가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친족상도례란 친족 사이에서 재산범죄가 발생한 경우, 친족이라는 신분을 고려하여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죄를 논할 수 있게 하는 등 처벌에 있어서 특별취급을 하는 특례를 말한다.
우리 형법은 재산범죄를 범하는 시점에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친족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이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에 대하여 제37장(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 제328조에 ‘친족간의 범행과 고소’라는 규정을 두고 제1항에서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제2항은 “제1항이외의 친족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화 하고 있으며 또한 일정한 신분관계일 것을 요구하는 상대적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 규정은 가까운 친족과 먼 친족을 구분하여 차별적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몇 가지 문제점이 나타난다. 어떠한 문제가 있으며 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할 필요가 있는 시점에 와 있다.
과거 농경시대 가족공동체 의식이 팽배했던 대가족제도 하에서는 가까운 친족과 먼 친족을 구분하는 친족상도례의 실익이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는 도시화·산업화 되면서 가족 형태는 핵가족화 되었고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에서 보듯이 탈가족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 따라 친족개념에 대한 인식과 친족기능이나 가족제도는 과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행의 친족상도례 규정은 몇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다.
첫째, 가까운 친족은 무조건 형을 면제하도록(형법 제328조 제1항)하는 반면에, 먼 친족은 고소를 요건으로 하는 친고죄(형법 제328조 제2항)로 규정함으로써 먼 친족의 경우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가까운 친족을 먼 친족보다 우대하겠다는 입법자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 할 것이다.
하지만 입법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 조항들로 인하여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가 있다. 즉, 친족간의 재산범죄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형법 제328조 제1항에 해당하는 친족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 범죄는 성립하지만 단지, 형의 면제를 하게 된다. 이 때 형면제는 유죄의 실체판결이다(형법 제328조 제1항). 반면에,먼 친족에게는 친고죄(형법 제328조 제2항)로 규정되어 있어서 고소가 없음에도 기소된 경우,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므로, 먼 친족이 가까운 친족보다 더 유리한 대우를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까운 친족과 먼 친족간 차별적 대우의 위헌성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헌법재판소 2012.03.29 선고 2010헌바89 결정)하였다.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고찰해 보고자 한다.
둘째, 우리 형법 제328조 친족상도례 규정은 가까운 친족과 먼 친족을 구분하여 형사처벌에 있어서 이들을 차별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처럼 가까운 친족과 먼 친족을 구분하는 현행 친족상도례 규정의 태도는 과연 당위성이 있는 것인지 또한 살펴보고자 한다. 즉, ‘친족’이라는 신분 때문에 친족상도례가 적용이 되는 것인데, 굳이 이를 다시 가까운 친족과 먼 친족으로 구분하여 제재방안을 다르게 구성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지, 또 그렇게 구분해야할 필요성이나 당위성이 있는 것인 지 살펴보고자 한다.
셋째, 형법 제328조 제1항의 적용을 받아 형의 면제가 되는 친족의 범위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인데, 과연 그 범위 설정은 어떤 기준을 근거로 하여 설정 하였는지 살펴보고, 그 범위 설정의 불합리성은 없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게 되는 문제점은 없는 지 고찰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현행 친족상도례 규정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입법론적 방안을 모색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