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범위는 통합학문적 인간학의 생성시기라고 할 수 있는 인간학적 전환의 시점인 1750년 경의 플라트너부터 고전적인 의미의 인간학의 방법론적 구성의 시기인 1820년경 오켄까지 대략 70여년 간 생리학, 의학, 심리학, 철학, 문학 등의 융합적 학문지형에서 육체 ...
본 연구의 범위는 통합학문적 인간학의 생성시기라고 할 수 있는 인간학적 전환의 시점인 1750년 경의 플라트너부터 고전적인 의미의 인간학의 방법론적 구성의 시기인 1820년경 오켄까지 대략 70여년 간 생리학, 의학, 심리학, 철학, 문학 등의 융합적 학문지형에서 육체와 정신의 통일과 상호유동적 소통의 이념에 근거하여 통합학문적인 인간학 패러다임을 구축하고자 노력한 대표적 사상가들의 핵심적 쟁점들을 이론체계구성적 측면과 방법론구성의 측면에서 재구성하여 현재의 학문적 융합의 가능성 조건을 모색해보는 데에 한정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과학사 중심의 시각과 인문학 중심의 시각의 균형을 위해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통일이 전제되어 있던 시기인 전기 낭만주의와 고전주의 시기의 다양한 사상들의 추동원리들 및 개념들의 기능가치들을 해명하여 이를 연구진행의 기초로 삼는다.
2년으로 기획된 전체 연구는 네 영역으로 나뉘는데, 1차년도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연구영역이 다뤄진다:
I. 이성적 영혼론으로부터 경험적(인간학적) 심리학으로의 전환: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에 대한 주해서인 멜랑크톤의 ‘영혼론’(1540)과 더불어 시작된 근대적 의미의 영혼론은 17세기에 인간의 영혼만이 아니라 신과 천사들을 다루는 Pneumatik으로 발전하였으며,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 크리스티안 볼프에 의해 보조적 학문으로서의 ‘경험적 심리학 Psychologia empirica’과 주된 학문으로서의 ‘이성적 심리학 Psychologia rationalis’으로 구분되었다. 이 같은 이성적 심리학에 반기를 들고 인간학적 심리학이 대두됨으로써 인간학적 패러다임이 성립될 수 있었다. 이러한 전환의 핵심적 견인차역할은 크뤼거의 심리학의 경험적 토대연구, 줄처의 영혼의 실험물리학적 연구, 플라트너의 생리학적이고 철학적인 인간학의 체계와 아벨의 ‘물질적 이념’이론 연구 등에 의해 수행되었으며, 모리츠와 호프만, 괴테 등을 통해 생리학적이고 심리학적이며 의학적인 문학적 형상화가 이루어졌다.
II. 현실구성적인 신경심리 체계의 정립: 통합학문적 지평으로서 경험적 인간학의 정립이 한편으로 이성적 영혼론으로부터 경험적이고 인간학적인 심리학으로의 전환을 통해 가능할 수 있었다면,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전환의 움직임과 거의 동시적으로 개인적 경험체계에 의거한다는 의미에서 ‘사변적인’ 경험적 인간학 지식체계가 성립되었으며, 이제 신경체계는 외부세계의 전달자인 동시에 심리체계와 단지 간접적인 관계만을 갖는 체계가 된다. 그리하여 육체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들인 감각기관, 신경, 뇌 등은 외부세계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매개가 아니라 세계와 현실을 구성하는 능동적인 기제들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할러의 생리학적 미학, 프리드리히 쉴러의 생리학적 철학, 블루멘바흐의 형성충동개념연구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2차년도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영역이 디뤄진다:
III. 통합적 인간학 체계구성을 위한 방법론적 단초: 심리학의 경험화과정과 동시에 이루어진 정신과 영혼의 생리학화과정과 더불어 정신과 육체, 주관주의와 객관주의, 그리고 더 나아가 경험 과학과 사변적 과학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 첫 번째 방법론적 양태는 생리학적이고 생물학적인 동시에 철학적인 양가적 함의를 갖는 ‘발생론적 방법 die genetische Methode’이다. 이러한 방법의 형성에 기여한 핵심적 사상들로는 헤르더의 문화형태론의 발생론적 방법, 괴테의 자연 형태변형론의 발생론적 방법, 피히테의 발생론적 방법이 있다.
IV. 통합적 인간학 체계구성을 위한 방법론: 발생론적 방법이 생리학적이고 생물학적인 동시에 철학적인 양가적 함의를 지닌다면, ‘발생론적이고 계보학적인 방법 die genetisch-genealogische Methode’는 19세기 초 셸링과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오켄에 의해 보편적인 방법적 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괴테의 형태론의 계보를 잇는 19세기 형태론을 지나 현대의 생물학에까지 그 유효성을 발휘하고 있는 다양한 생동적 형태들 간의 구조적 유비와 유비적 관계들의 구성을 전체적으로 수행하는 발생적-계보학적 방법은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공통의 방법론으로서 통합적 인간학의 방법론 구성에 있어 핵심적인 방법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본 연구에서는 그 구체적인 가능성 조건들을 모색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