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민주로 상징되는 5·4신문화운동 속의 ‘文化’는 일종의 새로운 생활태도, 새로운 인생관,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도덕을 의미한다. 신문화운동은 이러한 ‘새로움(新)’에 기초하여 ‘중국의 진로’를 개척하며 새로운 ‘文化’를 건설하려는 文化的, 思想的, 實踐的 運動이라고 할 ...
과학과 민주로 상징되는 5·4신문화운동 속의 ‘文化’는 일종의 새로운 생활태도, 새로운 인생관,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도덕을 의미한다. 신문화운동은 이러한 ‘새로움(新)’에 기초하여 ‘중국의 진로’를 개척하며 새로운 ‘文化’를 건설하려는 文化的, 思想的, 實踐的 運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약 100 년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문화의 위기”라는 賀麟의 말처럼, ‘문화’를 통해 당시의 시대적 모순을 해결하고자 했던 문화결정론적 사고는 당시 지식인들 모두의 공통된 의식이었다. 나아가 이러한 사유방식은 제2차 신문화운동이라고도 일컬어지는 1980년대 文化熱 속에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그러므로 ‘문화’는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哲學史를 중심으로 東西 文化問題의 해결을 위해 평생을 매진해 왔다”는 풍우란의 말처럼, 동양과 서양의 문화문제를 둘러싼 ‘古今中西之爭’은 중국 현대철학사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 100 여 년 간 중국의 역사 속에서 ‘전통문화와 사상’은 주로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청산의 대상으로 인식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부흥시켜야할 遺産으로 탈바꿈하였다. 청산에서 부흥의 대상으로 변화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중국문화를 계승·발전시킬 것을 주장해온 일군의 학자들 즉 ‘문화보수주의자’(文化保守主義者)들이 자리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화보수주의자들은 신문화운동 시기에는 國粹派나 復古主義派, 자유주의, 사회주의자들과, 문화열 당시에는 철저 재건론, 유학 부흥론(현대신유가), 서체중용론자들과 대립했다. 이러한 문화보수주의의 공통점으로, 첫째, 자유주의자나 급진주의자들이 지닌 反傳統的 입장이나 과거와 決裂·斷絶하려는 태도와 달리, 문화보수주의는 전통문화가 지닌 가치를 긍정하고 그것을 보호·유지하려는 이른바 ‘反-反傳統文化的 立場’을 견지한다. 둘째, 문화보수주의는 정치·경제영역 보다는 문화와 가치를 중시하며, 민족적 주체성을 지닌 새로운 문화체계를 건설하려는 민족주의적 성격을 지닌다. 셋째, 문화보수주의는 전통사상에 대한 반성을 통해 그 精髓를 발굴하고, 서양사상에 대한 반성을 통해 그 장점을 흡수하여 전통사상을 보완하고자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국의 문화보수주의자들은 5·4 신문화운동 시기를 전후하여 東西 文化의 相異함을 강조하며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문화가 부흥할 것”(梁漱溟)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중일전쟁시기에는 “민족문화의 부흥이란 바로 儒家문화와 사상의 부흥”(賀麟)이라고 역설하였다. 최근에는 『原道』의 편집인인 陳明이 儒學을 문화로 간주하며 유학만이 중국민족의 부흥을 담당할 수 있다는 신념을 피력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문화보수주의자들은 변화하는 시대상황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전통문화와 사상의 가치를 긍정하고 그 부흥을 도모해 왔다.
본 연구에서는 중국 현대 문화보수주의의 발전단계를 5·4 신문화운동시기(두아천·양계초·양수명·웅십력·장군매), 중일전쟁과 신중국 건립시기(마일부 ·중국본위문화파·풍우란·하린), 문화열·국학열 시기(장대년·중국관방의 문화관 ·진래·진명)로 구분하고, 각 시기를 대표하는 문화보수주의자들의 문화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연구 대상 가운데는 중국문화본위파처럼 우파에 치우친 경우도 있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좌파에 속하는 인물도 있으며, 陳明처럼 마르크스레린주의에 반대하는 학자도 있다. 그리고 아직 국내 학계에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학자도 포함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문화보수주의 내부의 문화관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규명하고, 이를 통해 문화를 통한 현대 중국의 이해를 도모하며, 韓流의 지속과 다문화시대에 적합한 문화관을 검토하는 기초를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