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경제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행위자이며 노동력을 공급하는 기본단위이다. 따라서 경제학에서는 가정의 구성과 해체, 그리고 가정 내에서의 자원배분, 분업, 의사결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고 이러한 연구들은 가족경제학(family economics)이라는 고유 ...
가족은 경제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행위자이며 노동력을 공급하는 기본단위이다. 따라서 경제학에서는 가정의 구성과 해체, 그리고 가정 내에서의 자원배분, 분업, 의사결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고 이러한 연구들은 가족경제학(family economics)이라는 고유한 분야를 형성해왔다. 결혼과 이혼에 대해서도 많은 선행연구들이 있었다(Becker 1981, Chiappori, P. 1992, Manser and Brown 1980, McElroy and Horney 1981) or non-cooperative, Lundberg and Pollak 1993 등). 그 중에서 결혼과 이혼관련 제도가 혼인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뿐만 아니라 가정 내의 남녀 간 교섭력(bargaining power), 그리고 나아가 가족 내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문헌들 중 이혼제도 자체의 결정 메커니즘을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법학, 소비자학, 사회학 등 분야에서 이혼을 주제로 한 연구들이 다수 있었으나, 기존 연구는 대부분 설문 결과나 판결문에 대한 ‘기술적(descriptive)’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즉, 1차 자료에 대한 기술적 통계(descriptive statistics)를 중심으로 양육비, 위자료, 재산 분할 비율의 산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금액을 제시하는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양육비, 위자료, 재산 분할 비율의 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guide line)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양육비, 위자료,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어떤 요인들이 주로 고려되며, 고려되는 요인 중에서 무엇이 상대적으로 중요한가? 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존 연구는 대부분 ‘규범적(normative)’ 연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본 연구는 지난 3년간 5개 지역 가정법원에서 이루어진 1심 판결문에 대한 회귀분석이라는 점에서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와 재산 분할에 관한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실증적(positive)’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주된 목적은 우리나라의 이혼 재판에 있어서 위자료와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위자료와 재산 분할 비율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 크기가 독립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즉, 위자료는 이혼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의 성격이 강한 반면, 재산 분할은 기본적으로 공동 재산의 배분이기 때문에 위자료의 크기가 재산 분할 비율의 결정에 영향을 주거나, 역으로 재산 분할 비율이 위자료에 영향을 미칠 논리적 근거는 매우 약하다.
다만, 현실에서 법원이 위자료와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할 때 판사의 재량권이 있으며 판사는 결혼 생활, 이혼의 원인과 책임, 이혼 후 배우자의 경제적 여건, 양육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따라서 실제 판결문을 분석해서 위자료와 재산 분할 비율의 결정에 있어서 어떤 요인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배우자의 경제적 능력이 위자료 금액에 영향을 미치는지, 배우자의 유책 행위가 재산 분할에 영향을 주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의를 가진다고 하겠다.
결혼은 생물학적 또는 심리학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기본적으로 계약이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인한 계약 파기(the breach of contract) 즉, 이혼의 위험이 존재한다. 법 정책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은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계약당사자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에만 계약 파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효율적일(efficient) 경우에만 계약이 파기되어야 한다. 결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혼인 관계를 깨는 것이 당사들에게 이득이 될 경우에만 이혼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른 바 ‘효율적인’ 이혼을 유도하는 것이 혼인 정책과 관련된 법 정책 혹은 사법제도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재판상 이혼에 있어서 효율적인 이혼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위자료, 양육비, 재산 분할 등을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합리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위자료, 양육비, 재산 분할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이혼을 하지 않고 결혼 생활을 유지할 경우 예상되는 이득”을 충분히 반영해야 함을 의미한다. 만약, 위자료, 양육비, 분할된 재산 금액의 합이 결혼 생활 유지 시 예상되는 이득보다 적으면 이혼이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효율적인’ 혼인 관계가 지속되므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로 위자료, 양육비, 분할된 재산 금액의 합이 결혼 생활의 예상 이득보다 크면 이혼이 증가하며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혼인 관계가 깨지게 된다. 이 역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혼과 관련된 실제 판결문을 사용해서 위자료와 재산 분할 비율의 결정 요인을 분석한 본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