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과학적 담론(우생학 또는 과학적 인종주의)이 파이오니어 재단(the Pioneer Fund at New York)이라는 민간단체의 후원과 연동되어 이민제한 활동으로 발현되는 역사적 상황을 추적함으로써 ‘과학 - 후원 - 이민 제한 활동’의 상보적 동맹 체제를 밝혀보 ...

이 연구의 목적은 과학적 담론(우생학 또는 과학적 인종주의)이 파이오니어 재단(the Pioneer Fund at New York)이라는 민간단체의 후원과 연동되어 이민제한 활동으로 발현되는 역사적 상황을 추적함으로써 ‘과학 - 후원 - 이민 제한 활동’의 상보적 동맹 체제를 밝혀보려는 것이다. 이는 이민문제가 단순히 정치사나 사회경제사, 정책사 및 법제사의 영역에서만 다루어질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줄 것이다. 즉 이민 관련 문제는 “과학 – 민간단체의 후원 - 인종 - 이민 - 국가 이주자 정책” 등이 착종된 사안으로서 좀 더 포괄적인 학제적 연구가 필요할 사안이라는 점을 이 연구는 보여줄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의 국가적 효율(national efficiency) 달성 및 국가 정체성 확보 추구에 있어 우생학(eugenics), 과학적 인종주의(scientific racism), 민간의 후원 그리고 이민 제한 활동의 상호 중첩적 연관성을 이해하는 가운데, 국가 정책에 과학이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그러한 과학의 탄생과 발전에 후원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과학과 연계된 국가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이는 과학 활동의 독특한 메커니즘과 과학의 사회적 역할 그리고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계기를 부여함으로써 현대사회에서의 과학의 역할을 올곧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연구는 최근 첨예화되고 있는 미국 사회의 이민 논쟁이나 우리 사회의 이주자 정책에 대해 과학기술사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도전적인 시도가 될 것이다.

첫째, 과학적 담론과 사회적 실천의 연결이 민간단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양상을 분석해봄으로써 과학과 후원 그리고 국가정책 사이의 동맹 체제를 이해하고, 이로써 현대 과학기술 사회의 복합적인 착종성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할 것이다.
둘째, 과학과 후원의 ...

첫째, 과학적 담론과 사회적 실천의 연결이 민간단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양상을 분석해봄으로써 과학과 후원 그리고 국가정책 사이의 동맹 체제를 이해하고, 이로써 현대 과학기술 사회의 복합적인 착종성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할 것이다.
둘째, 과학과 후원의 상관관계가 과학 자체의 인식론적 권력과 연동될 수 있음을 보임으로써 현대사회에서의 과학과 후원의 관계 설정에 대한 올곧은 이해를 도모하는 기초 사례를 제공해줄 것이다.
셋째, 이민 문제가 단순한 정치사, 사회경제사, 법제사 및 정책사의 영역에서만 다루어질 사안이 아니라 다원적인 접근을 요하는 성격의 학제적 연구 분야로서 새로운 후속담론들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최근 미국에서 첨예화되고 있는 이민 제한 운동이나 입법에 내재된 인종담론의 영향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현재 우리 사회의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된 다문화 정책의 형성과 실행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 역사적 통찰을 제공해줄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과학적 언어는 그 자체로 객관성의 언어로 인식되고, 그 과학적 언어는 곧 실재로서 수용된다. 하지만 과학은 객관적이고 확실하며 가치중립적일 것이라는 상식적인 생각과는 달리, 사회문화적 가치나 이념이 과학 이론에 투영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과학적 언어는 그 자체로 객관성의 언어로 인식되고, 그 과학적 언어는 곧 실재로서 수용된다. 하지만 과학은 객관적이고 확실하며 가치중립적일 것이라는 상식적인 생각과는 달리, 사회문화적 가치나 이념이 과학 이론에 투영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만일 특정한 과학 이론에 특정한 사회적 이념이나 가치가 내재되어 있고, 그 이념적 내재화가 사회적 실천과 결합되어 발현된다면, 이는 과학 이론 자체의 지적 정당성의 문제를 넘어 정치적․사회적․문화적․도덕적 차원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과학적 담론과 사회적 실천의 문제는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분석할 것이 아니라 긴밀한 상호 관련성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우생학은 잘못된 사실과 그릇된 이념에 기초하여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 특히 열등한 인종으로 낙인찍힌 이주자에 대한 입국 제한의 정당화 수단으로 활용된 바 있다. 이는 과학적 담론과 사회적 실천이 분리될 수 없는 성격의 문제임을 명백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이민 문제가 단순히 정치사나 사회경제사, 법제사 및 정책사의 측면에서만 연구될 사항이 아님을 시사한다.
한편 기존의 많은 우생학적 이민제한 관련 연구에서는 1920년대 일련의 우생학적 이민제한 입법이 일시적인 우생학의 승리였다고 판단하거나 1930년대 나치(Nazi)의 등장에 의해 우생학이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최근 미국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민 제한 정서의 심화 현상과 이민 관련 정책이나 법 규정을 들여다보면, 과연 우생학이 완전히 패퇴당하였는가라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이는 우생학이라는 용어와 그 용어가 갖는 위력이 20세기 전반에 비추어 약화되거나 사라진 것처럼 보일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생학적 사고와 그 가치가 이민을 둘러싼 문제에 내재해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에서 20세기 전반 우생학자들이 주장했던 인종 개량이라는 목표가 21세기 현재 미국의 각종 이민 정책이나 법 규정에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그 이면에는 국가적 효율 달성과 국가 정체성의 보존을 위한 이른바 “미국 인종(the American race)"의 보존 및 열등한 이주 인종의 입국 제한이라는 사고가 깊이 침윤되어 있음을 쉽사리 인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20세기 전반 사회통제의 도구로 활용되어 이민의 선봉에 섰던 우생학이 그 영향의 측면에선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었는지 모르지만, 당시 이민 제한의 근거로 활용되었던 우생학적 사고와 그에 기초한 인종담론은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미국의 이민 제한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국가적 원형질의 보존 달성을 위한 이민제한 활동과 우생학 연구 지원을 1937년부터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파이오니어 재단(the Pioneer Fund at New York)의 존재와 그 활동은 과학과 민간단체의 후원 그리고 이민 제한 활동의 삼각동맹이 세기를 넘어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로서, 우생학이 지나간 과거의 텍스트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현실일 수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요컨대 이 연구에서는 파이오니어 재단의 활동을 중심으로 “과학 – 민간단체의 후원 - 인종 - 이민 - 국가 이주자 정책”이 맺는 상호 연결 고리를 파악함으로써 과학기술 활동의 독특한 메커니즘 및 과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이 연구는 이민 관련 연구에 새로운 시선을 던지고, 최근 이민을 둘러싼 문제가 첨예화되고 있는 미국적 현실은 물론이고, 최근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의 모습을 새로운 각도에서 성찰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