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법정상계권자와 압류채권자의 우열관계에 관하여 종전 판례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판시를 한 바 있음(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로써 위 문제는 실무상 일단락되 ...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법정상계권자와 압류채권자의 우열관계에 관하여 종전 판례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판시를 한 바 있음(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로써 위 문제는 실무상 일단락되었다고 볼 수 있음. 그런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비록 사건의 직접 쟁점은 아니지만, 우리 금융실무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상계예약(기한의 이익상실 약관)의 효력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계기를 제공하고 있음. 최근 우리 문헌 중에는 이러한 관점에서 상계예약의 효력을 제한적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이 발견됨(김상수, “압류와 상계”, 민사법학60, 2012, 273면 이하).
본 연구는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상계계약이라는 문제 일반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천착을 하고자 함. 상계‘계약’의 경우 압류채권자와 같은 제3자와 상계계약 당사자 사이의 우열관계를 어떠한 기준에 따라 판단할 것인지, 상계계약의 유효성을 어떠한 기준에 따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 종래 우리 학설상 그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 왔다고 보기 어려움. 금융실무를 비롯한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의 상계계약이 나타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이 문제는 실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님.
본 연구와 관련된 선행연구로는 독일에서의 합의상계 유형론을 참고하여, 상계계약의 문제를 다룬 문헌들이 존재함(오태헌, “상계계약”, 서울대학교 법학석사학위논문 2007, 1면 이하; 서순택, “합의상계의 유형화를 통한 담보적 기능의 제한”, 성균관법학 22-1, 2010, 67면 이하). 위 연구들은 연구성과를 추상적인 명제형식으로 정리하고 있으나, 그 명제의 실제 적용결과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음. 본 연구는 위 명제들의 구체적 적용결과를 해명함으로써 독일 논의를 토대로 한 선행연구의 의의와 한계를 밝혀보고자 함. 나아가 본 연구는 위 선행연구에서 다루지 않은 ‘상계계약과 관련한 당사자가 3인 이상인 경우’, ‘파산절차와 상계계약’의 문제를 검토하고, ‘상계계약과 관련된 외국의 입법례’도 확인하고자 함.
상계계약의 효력문제는 계약자유원칙의 제한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음. 따라서 상계계약이 당사자들이 합의한 내용대로 효력을 갖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론적 탐구가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 본 연구는 당사자들이 계약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재산권)의 내용을 규율하는데 법이 제한을 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러한 필요성이 있는지라는 일반적인 문제를 함께 검토하고자 함.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법경제학적 논의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참고하려고 함. 우리 문헌 중에는 물권법정주의를 법경제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 있음(김정호, “물권법정주의에 대한 경제학적 해석”, 한국민법의경제분석1, 2003, 13면 이하). 또한 채권양도금지특약의 효력 및 민법 제449조 제2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다양한 문헌들이 존재함(최근 문헌으로는 우선 최수정, “지명채권의 양도금지특약 재고”, 민사법학38, 2007, 137면 이하). 위 문헌들은 본 연구와 직접 관련있는 주제는 아님. 그러나 상계계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것은 계약을 통해 당사자들이 형성할 수 있는 재산권의 내용에 한계를 둔다는 점에서 위 쟁점들과 기능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있음. 본 연구는 이러한 점에 착목하여 상계계약의 효력문제에 대한 이론적 틀을 구축해보고자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