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唐詩畵譜》는 회화, 서예, 문학 세 요소의 조합이 잘 이루어져 畵譜集으로 상당히 성공한 서적으로 평가된다. 그 이유에는 독자층의 취향과 심미관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편찬한 黃鳳池의 기획능력, 더 나아가 다른 다양한 畵譜集과 함께 시리즈물로 엮어서 간행하는 판매 전략, 고상한 ...
《唐詩畵譜》는 회화, 서예, 문학 세 요소의 조합이 잘 이루어져 畵譜集으로 상당히 성공한 서적으로 평가된다. 그 이유에는 독자층의 취향과 심미관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편찬한 黃鳳池의 기획능력, 더 나아가 다른 다양한 畵譜集과 함께 시리즈물로 엮어서 간행하는 판매 전략, 고상한 문인화를 모방하되 통속성까지 겸비한 회화, 당시 名士들이 직접 써준 서예, 明代 문학에서 가장 중시되었고, 사회 전반에서 유행하였던 唐詩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절묘하게 맞물려 《唐詩畵譜》는 가장 주목받는 畵譜集이 되었다.
《唐詩畵譜》는 단순히 畵譜集으로서가 아니라 출판문화, 소비심리, 독자층의 심미관 및 문학관, 문인 문화의 통속화, 唐詩의 대중화 등과 관련하여 明末 사회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전통 사회의 가치관이 변화하는 과정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黃鳳池는 唐詩를 선별할 때, 기존의 문학관과는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하였다. 우선적으로 詩境과 畵境이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고심하였고, 작품은 盛唐에만 국한되지 않고, 初唐, 中唐, 晩唐에서 두루 선별하였다. 黃鳳池의 이러한 시도는 독자층의 수요와 취향을 정확하게 이해한 데서 시작되었다.
《唐詩畵譜》의 전략은 회화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대부의 생활을 담은 山水人物畵, 漁夫圖가 절대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唐詩畵譜》는 그 자체로 우아하고 품격 있는 畵譜集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唐詩畵譜》는 통속성과 오락성을 놓치지 않았다. 외형은 문인화를 지향하지만 화면의 구성, 표현 등은 독자층에게 이미 익숙한 통속문학의 삽화로부터 가져왔다. 고급스러움과 통속성을 동시에 갈망하는 모순된 심리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던 것이다. 결국 시도는 성공적이었고, 《唐詩畵譜》는 덕분에 누구나 소유하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黃鳳池는 문인 문화를 갈망하는 사회적 심리를 읽고, 明初부터 사회 전반에서 주목받았던 唐詩를 선택하였다. 그 과정에서 기존 문단에서의 평가는 거의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고, 黃鳳池는 철저하게 기획자, 판매자 등의 입장에서 唐詩를 선별하였다. 또한 오류가 많은 판본을 운용했음에도 이를 교정하지 않았던 것은 唐詩 選集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요인이 되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독자층이 익숙함을 느끼는 원인이 되었다.
이는 출판시장의 논리가 거대담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지점에서야 가능한 일이고, 이른바 문인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문학, 그 중에서도 소설이나 희곡 등의 통속문학이 아니라 唐詩가 대중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하였음을 보여주는 징후이다. 비록 《唐詩畵譜》는 기존의 문학사, 비평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明代 문학 및 문화 연구에서 간과되어온 단면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문학과 미술사학의 학제간 연구를 통해 《唐詩畵譜》에 대해 더욱 입체적이고 정확하게 접근해야만, 과거의 문학과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의 기대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1) 최근 중국문학 연구에서 삽화, 출판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畵譜集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 畵譜集이 문자보다는 회화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인식 때문인지 畵譜集 연구는 주로 미술사학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이에 본 연구는 중국문학 연구의 입장에서 畵譜集을 분석하는 것으로 이는 畵譜集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줄 뿐 아니라 문학과 미술사학의 학제간 연구는 중국문학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또한 《唐詩畵譜》가 조선, 일본 등 동아시아 문화권에 전파되면서 회화, 서예 등 예술 창작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는데, 《唐詩畵譜》 연구는 바로 비교문화, 비교문학 등의 연구에도 학술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2) 인문학 연구의 결과는 학계 내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통로를 통해 학계 외적으로도 연계하여 구체적인 성과로 드러날 때 더욱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우선 문학과 미술사학의 학제간 연구는 중국문학과 미술사학 연구에서 새로운 연구의 틀을 마련해줄 수 있는 바, 이러한 연구 성과가 축적된다면 학부생에게는 전공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킬 수 있고, 대학원의 경우, 다양한 전공자들이 중국문학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로부터 중국문학 연구에 종사하는 인재 풀(pool)이 확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