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의료민영화"를 의료정책에 관한 사회과학적 연구결과의 기반 위에서 윤리학적으로 평가하며, 의료민영화와 사회정의의 바람직한 관계를 모색함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보건의료체제를 설계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의료민영화”란 ...
이 연구의 목적은 "의료민영화"를 의료정책에 관한 사회과학적 연구결과의 기반 위에서 윤리학적으로 평가하며, 의료민영화와 사회정의의 바람직한 관계를 모색함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보건의료체제를 설계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의료민영화”란 한 사회에서 현행 보건의료체제에서 공적인 부문이나 기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면서 사적인 요소, 즉 시장적인 요소를 도입하거나 강화하는 시장화를 의미하는데, 의료민영화는 공적인 국민건강체제의 축소 및 폐지, 공공병원의 축소 및 폐쇄, 영리병원의 허용, 사보험의 허용이나 증대, 보건의료서비스 이용 시 개인부담금, 그리고 의료산업화 등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의료민영화는 1980년대 이후 선진국들을 포함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중요한 정책의제로 부상했는데, 그렇게 된 이유들로는 첫째, 보건의료비의 급격 증가로 인해 보건의료체제의 지속성이 의문시되었고, 둘째, 한 사회의 보건의료체계에서 의료서비스의 혜택과 부담을 분배하는데 있어서 공정성이 문제가 되었고, 셋째, 의료제공자나 이용자들이 자율성과 자유가 필요이상으로 제한되는 문제가 되었다. 첫 번째 문제는 효율성과 관련된 문제이고, 둘째, 셋째 문제는 공정성 및 정의와 관련된 문제인데,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의료민영화가 대두되었고, 의료민영화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의료민영화 정책이 보건의료체제의 효율성 뿐만 아니라 공정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의료민영화는 노무현 정부 이후 중요한 정책의제가 되어 왔다. 그러나 비록 대부분의 국민들에 의해 널리 인식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한국의 보건의료체계는 상당한 정도로 민영화되어 있는데, 비급여 항목의 증대 및 환자의 부담금 증가, 민영보험의 증가, 공공병원의 폐쇄, 그리고 법률적으로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영리병원적 행태를 보이는 병원 등이 그런 예들이다. 그런데 이런 민영화 정책들은 국민들의 공적인 동의없이 한국 보건의료체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에 영향을 미쳐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이런 의료민영화 문제가 효율성의 문제이며 동시에 사회정의의 문제라는 것이 공적으로 인정되어서, 의료민영화 정책과 관련해서 사회과학적인 접근과 윤리학적인 접근이 잘 접목되어 이루어지는 데, 사회과학자가 윤리학의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서 의료민영화를 연구하거나, 윤리학자가 사회과학의 연구를 활용하며 의료민영화를 연구하며, 어떤 경우에는 더 나아가 사회과학자들과 윤리학자들이 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사정이 그렇지 않은데, 의료민영화가 단순한 효율성의 문제로만 치부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의료민영화가 효율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형평성의 문제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의료민영화에 대한 연구는 윤리학에 대한 이해를 가진 사회과학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질 뿐 그 반대 방향으로, 즉 윤리학자가 사회과학의 연구성과를 이용해서 연구하는 경우는 없었다. 물론 이들 사회과학자들이 윤리학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서, 이런 학자들의 연구가 의료민영화의 이중적 성격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심화시켜왔다. 그렇지만 현대의 대부분의 학문들처럼 윤리학도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만일 전문적인 윤리학자가 사회과학적 연구성과들을 바탕으로 의료민영화 문제를 연구한다면, 사회과학자들의 연구들이 충분히 조명하지 않은 문제들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며, 사회과학자들의 연구와 더불어서 의료민영화의 이중적 성격을 보다 만족스럽게 인식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며, 사회과학자들과 윤리학자들은 서로의 연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윤리학자가 사회과학적 연구성과를 토대로 해서 의료민영화를 분석하고 평가한 연구가 없는데, 본 연구가 이런 공백을 메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