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만주족(滿洲族)이 통치하던 청조(淸朝, 1644-1911)가 들어선 전반기, 수도 북경의 변화된 모습을 살펴보고 당시 문인들의 글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老北京’의 풍경을 재현해 봄으로써, 독특한 시대상을 반영하는 역사와 문화예술의 공간으로서 도시의 성격을 살펴보고 ...
본 연구는 만주족(滿洲族)이 통치하던 청조(淸朝, 1644-1911)가 들어선 전반기, 수도 북경의 변화된 모습을 살펴보고 당시 문인들의 글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老北京’의 풍경을 재현해 봄으로써, 독특한 시대상을 반영하는 역사와 문화예술의 공간으로서 도시의 성격을 살펴보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3천 여 년 전에 성(城)이 축조된 이래 북경은 요(遼) 왕조(907-1125) 때부터 따진다면 1100년에 가까운 도성(都城)의 역사를, 금(金) 왕조(1115-1234) 때부터 계산하면 860년 가까운 도성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오랜 역사 속에서 수도 북경은 계성(薊城), 연경(燕京), 중도(中都), 대도(大都), 북경(北平)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며, 왕조의 변천 및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각기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며 발전해 왔다.
1272년 칭기즈칸(成吉思汗, Chinggis Khan,1162-1227)의 손자 쿠빌라이(忽必烈, Khubilai, 1215-1294)는 옛 금(金) 왕조의 수도였던 중도성을 새롭게 중건한 후 대도(大都)라고 개명하였다. 대도란 몽골어로 ‘Khanbaliq(汗八里)’, 즉 ‘위대한 칸의 거주지’라는 뜻이다. 명실상부한 세계 제국이었던 원 왕조의 수도가 되면서 북경은 이전의 중도성에 비해서는 그 규모가 훨씬 방대한 거대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14세기 주원장(朱元璋, 1328-1398)은 강남 지역에서 기병(起兵)한 후 남경(南京)을 수도로 명(明) 왕조(1368-1644)를 건립하였다. 그는 대도성을 완전히 파괴한 후 개평(北平)이라 개명했다. 그 후 반세기가 지난 후 명의 3대 황제였던 영락제(永樂帝, 1402-1424)는 1420년 오늘날의 자금성(紫禁城)을 완성한 후 천도를 하였고, 북경이라는 명칭도 그때 생겨나게 되었다. 이후 북경은 만주족이 통치하던 청 왕조를 거쳐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에 이르기까지 명실상부한 중국 수도로서의 명성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제국의 수도로써 북경의 풍경은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변화를 거쳐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칠게 말하더라도 몽고족이 통치하던 원 왕조 시대와 15세기 초 자금성이 축조된 이후의 북경은 분명 다른 모습을 띠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명 왕조를 뒤이어 제국의 주인이 된 만주족이 북경에 입성한 이후, 1860년 북경 조약 체결과 1900년 의화단사건 이후 체결된 신축조약(辛丑條約)으로 서구 열강의 공관(公館)들이 들어서고 선교사들이 활동하던 시기,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북경은 상당히 다른 양태를 보였을 것이 분명하다. 필자가 여기서 지적하는 것은 단순히 외관적인 도시의 규모나 건축물의 배치도에 있어서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시 북경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추구하던 문화와 예술, 거리의 풍경과 분위기, 정치적인 성격의 도시 정비사업으로 인한 변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도시의 풍경은 단순히 규모나 건축물과 같은 외형적인 모습을 뛰어넘어 역사 ․ 문화 ․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한 시대의 특징을 반영하는 인문학적 코드로 읽을 필요가 있다.
필자는 특히 청조가 들어선 이후의 북경의 변화된 풍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만주족이 한족을 지배하던 청조의 시기, 북경은 분명 이전 한족 중심의 비교적 단일한 왕조였던 명조 때와는 다른 모습을 띠고 있었을 것이다. 만주족이 지배하였던 270년 가까운 청조의 역사 중에서도 필자는 특히 17세기 중후반부터 18세기에 이르는 왕조의 전반기 북경의 풍경이 어떻게 바뀌었고, 그 도시를 배경으로 살아갔던 문인들의 삶과 문화는 어떠했는지 본 연구를 통해 재현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도시가 단순히 거리나 건축물의 배치와 같은 물리적인 형태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독특한 특징을 반영하는 역사이자 문화의 공간으로 읽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도 북경의 다양한 모습과 풍경을 통하여 17-18세기 만주족이 통치하던 청 왕조 시대의 변화상과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