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조선지지자료』의 부산 지역의 지명 자료를 재구하여 부산 지명 연구 자료의 범위를 넓혀서 역사, 지리, 지방 문화사 등의 다양한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의 재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특히 기존에 『조선지지자료』 연구는 전국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자료의 ...
본 연구는 『조선지지자료』의 부산 지역의 지명 자료를 재구하여 부산 지명 연구 자료의 범위를 넓혀서 역사, 지리, 지방 문화사 등의 다양한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의 재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특히 기존에 『조선지지자료』 연구는 전국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자료의 불균형을 야기하고 전국적인 지명의 비교 연구가 어려웠기 때문에 부산 지역의 자료 분석과 연구는 다른 지역과의 연구에 도움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었다. 특히, 20세기 초의 부산 지명의 모습을 살펴 기존 자료에서 부족했던 지명의 통시적 변화 모습을 밝힐 수 있으며, 일제 강점기의 지명 왜곡을 밝혀낼 수 있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부산 지명 자료는 한글학회의 1980년 자료, 부산시사편찬 위원회의 부산지명총람 등의 1990~2000년 자료가 있었는데, 1910년대의 자료를 정밀하게 재구하면 현존 지명 자료와의 비교 검토할 수 있게 되며, 지명의 연원을 밝혀 정확한 위치를 재구하고 기존의 향토 지리 연구에서 잘못 알려진 지명의 연원을 교정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조선지지자료』 부산편 한글 표기 지명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재구 분석하였다.
먼저, 필사본의 한글 자료를 재구하여 다른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도표로 제시하였다. 필사본의 자료의 정확한 재구를 위해 사용한 방법은 서체 전문가의 도움, 유사 지명의 표기 비교 등이다. 이를 지역별로 모아 자료를 비교 검토할 수 있게 하였다. 다음으로, 한글 지명과 한자 지명을 비교하여 차자표기법의 모습을 음차법, 훈차법, 훈음차법, 음훈병차법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이에 따른 특징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자료에 나타난 한글 표기법을 검토하고 한글 지명에 반영되어 있는 지역어의 모습을 음운체계와 음운 현상, 방언 어휘 등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상이 된 한글 지명은 281개인데, 이중 한자 지명으로 표기된 것이 233개이며, 나머지 48개는 한글 지명으로만 되어 있다. 특히 동하면 지역은 한글 지명이 나타나지 않으며, 좌이면에 47개과 사중면 지역에 46개로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다. 또한, 사중면 지역에서는 한자로 표기되지 않은 한글 지명이 18개가 나타나는데, 이는 나중에 한글 지명을 첨가하였으나 한자로 옮길 시간이 없었거나 대응되는 한자를 찾지 못한 탓인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차자표기법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네 가지 유형이 모두 나타난다. 그러나 음차표기법과 훈음차표기법, 음훈 병기법에는 한글 지명의 고유의 뜻과 관련 없이 음으로만 잘못 옮겨진 지명이 다수 보이며, 이러한 한자 지명은 지명의 본래의 어원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훈차표기 지명에는 한글 표기 지명과 한자 표기 지명이 정확히 대응되지 않는 지명도 확인된다. 특히, 동일한 한글지명을 의미, 크기, 부류에 따라 다르게 한자 지명으로 옮기고 있으며, 자의적 해석에 따라 잘못 표기된 것도 나타난다. 또한, 한자를 잘못 표기한 것도 발견된다.
셋째, 한글 지명을 분석한 결과, 전부 요소로는 ‘간(澗), 계(溪), 천(川), 강(江), 곡(谷), 산(山), 령치현(嶺峙峴), 치(峙), 야(野), 야평(野坪), 평(坪), 진(津), 포구(浦口), 제언(堤堰), 보(洑), 못[池], 주막(酒幕), 성(城) 등 18개의 대부류가 나타난다. 간(澗)은 ‘거렁, 내, 건ᄂᆡ’, 계(溪)는 ‘걸, ᄂᆡ, 거렁’, 천(川)은 ‘ᄂᆡ, 골, 거렁/그렁, 걸’, 강(江)은 ‘강’ 등의 후부요소가 쓰이고 있으며, ‘곡(谷)’은 ‘들, 구지, 곡, 바탄, 부덩, 실, 골ᄉᆡ, 골작, 골’ 등의 후부요소가 쓰이고 있다. 산(山)은 ‘산, 등, 듬, 등이, 득이, 덤이, 박이, 봉, 골, 미, 묘, 골, ᄌᆡ, 끗, ᄆᆡ’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령치현(嶺峙峴)에는 ‘ᄌᆡ, 고ᄀᆡ, 몰이, 곡, 박이’, 치(峙)에는 ‘고개’만이 후부요소로 나타난다. 야(野)에는 ‘들, 터’, 야평(野坪)에는 ‘들, 바위, 터, 걸, 등, 성’ 등이 나타나며, 평(坪)은 ‘들’로만 나타난다. 진(津)에는 ‘날우, 나리’로 나타나며, 포구(포구)에는 ‘ᄀᆡ, ᄀᆡ안, 불, 고ᄀᆡ’ 등이 나타나 있다. 제언(堤堰)은 ‘둘, 못, 방언’, 보(洑)는 ‘보’, 못[池]은 ‘못’으로만 나타난다. 주막(酒幕)은 ‘쥬막’, 성(城)은 ‘셩’으로만 나타난다.
넷째, 한글 지명의 표기법에 1910년도의 표기법과 부산 방언의 요소를 반영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징적인 표기법으로는 ·의 사용, ㅅ계 합용병서의 사용, 7종성 표기, 사이시옷의 표기 등이었다.
먼저, ·는 고유어 ᄀᆡ[浦], ᄆᆡ[山], ᄂᆡ[川], 고ᄀᆡ[嶺峙峴], ᄌᆡ[嶺] ᄉᆡ[新, 鳥, 間], ᄉᆡ미[泉], ᄉᆡ양[書堂], 아ᄅᆡ[下], 모ᄅᆡ[沙], 가운ᄃᆡ[中], ᄃᆡ[竹], ᄇᆡ[梨], ᄒᆡᆼ주와 한자어 사ᄐᆡ(沙汰) 등 후대에 단모음이 되는 ‘ㆎ’에 주로 표기하고 ‘ᄌᆞ’나 ‘ᄒᆞᆫ’ 등의 ‘ㅏ’의 표기될 것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ㆎ’와 결합하는 자음 중에서 ‘ㅊ, ㅋ, ㅍ’와 결합하는 표기는 나타나지 않으며, ㅺ이외의 경음과 결합한 표기도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가 ‘ᄒᆞᆫ, 한’ 등으로 혼란한 표기가 나타난다. 다음으로 합용 병서로 표기된 지명은 281개의 지명 중에서 9개 지명에 불과하며, ㅺ계와 ㅼ계만 나타나며 ㅽ계 합용병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또, 종성의 표기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부산 지역에서도 7종성법을 적용하여 [t]가 ‘ㅅ’으로 표기되었다. 마지막으로 사이시옷은 6개 지명에만 나타나며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후부요소가 된소리로 실현되는 지명에 표기되어야 하지만 표기가 되어 있지 않고 동일한 조건인데도 사이시옷이 표기되지 않은 것도 있다. 특히, 사이시옷 대신 ‘-의’로 표기된 것도 나타난다.
다섯째, 한글 지명에는 부산 방언에서 나타나는 모음의 ‘ㅡ’와 ‘ㅓ’의 비변별 현상, ‘ㅔ’와 ‘ㅐ’의 합류, 자음 뒤 이중모음의 제약, 구개모음 앞에 있는 ‘ㄱ’, ‘ㅎ’의 구개음화 현상 등이 반영된 것으로 확인 되었다. 특히, ‘ㅅ, ㅈ, ㅊ’과 결합한 이중모음이 다른 지역보다 제한적이었다. 이것은 치찰음이 이미 경구개음으로 변화하는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진행됨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러한 이유는 자음 뒤의 이중모음 제약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해석하였다.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지명은 단 하나의 형태에서 나타나며, 18세기에 완성된 것으로 알려진 ‘ㄷ’구개음화가 적용되지 않은 지명도 나타났다. 또, 경남 방언에서 활발하게 일어나는 ‘ㄱ’구개음화와 ‘ㅎ’구개음화가 불규칙하게 적용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탈락현상은 ‘ㄴ’, ‘ㄹ’탈락만 나타나며, 자음위치 동화 현상이 반영된 지명은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