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담연의 무정불성론에서의 불성의 의미를 밝히고, 이를 통해 중국불교사상사에 나타나는 불성의 다양한 의미를 탐색하고자 한다. 담연의 무정불성론에서 무정은 담, 벽, 기와, 조약돌과 같은 무생물을 가리키고, 불성은 『열반경』의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 ...
본 연구는 담연의 무정불성론에서의 불성의 의미를 밝히고, 이를 통해 중국불교사상사에 나타나는 불성의 다양한 의미를 탐색하고자 한다. 담연의 무정불성론에서 무정은 담, 벽, 기와, 조약돌과 같은 무생물을 가리키고, 불성은 『열반경』의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에 근거한다. 주지하다시피 『열반경』의 '일체중생실유불성'은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가지고 있어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무정불성론의 무정과 불성은 양립이 불가능한 모순적 개념처럼 보인다. 불성(Buddha-dhātu)은 부처의 본성(Buddha-Nature)으로서 깨달음 자체를 의미한다. 그리하여 ‘일체중생실유불성’은 모든 중생이 부처의 깨달음[불성]을 자신의 본성으로 갖기 때문에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의 깨달음은 진리를 통찰함으로써 가능하다. 진리를 통찰하기 위해서는 진리를 통찰할 수 있는 인식작용이 중생에게 있어야 한다. 무정불성론에서 무정은 기와나 돌과 같은 것으로, 진리를 통찰하는 인식 작용은 물론이고 생명활동도 없다. 불성이 중생의 인식 작용과 관계한다면, 무정과 불성은 양립 불가능한 모순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담연의 무정불성론은 어떤 의미인가?
그에 따르면, 불성은 진리인 제법실상이다. 제법실상은 모든 존재의 참된 모습으로 유정, 무정에 차별 없이 편재한다. 따라서 무정에도 불성은 있다. 담연의 무정불성론은 이렇게 성립한다. 담연의 무정불성론은 불성을 중생의 인식작용이 아니라 인식 대상인 진리와 관련해서 이해한다. 그에 따르면, 중생은 진리가 모든 존재에 항상 편재하기 때문에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열반경』의 불성론은 중생의 깨달음의 가능 근거에 대한 논의이다. 다시 말해 불성론은 중생이 지금 무명으로 인해 번뇌에 싸여 있지만, 중생은 불성을 가지고 있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깨달음은 진리의 통찰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불성론은 무명에 싸인 중생이 진리를 통찰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이론이어야 한다. 또 진리의 통찰은 수행을 통해서 가능하다. 불성론이 깨달음의 가능 근거를 주장하는 이론이라면, 불성론은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수행의 당위성 또한 설명해야 한다.
담연의 무정불성론은 진리의 편재함에서 중생의 깨달음의 가능성을 주장한다. 진리의 편재함이 어떻게 중생이 진리를 통찰할 수 있는 근거 및 수행의 당위성을 의미하는 불성론이 될 수 있는가? 본 연구는 삼인불성(三因佛性)의 의미 및 관계에 대한 담연의 설명을 통해 무정불성론이 어떻게 불성론으로 성립하는지 살펴보겠다. 삼인불성은 진리의 편재함뿐만 아니라 진리 통찰의 근거로서의 지혜, 수행의 당위성에 대한 주제와 관계하기 때문이다. 즉 삼인불성은 정인불성(正因佛性), 요인불성(了因佛性), 연인불성(緣因佛性)의 세 가지로, 정인불성은 진리 자체인 진여를 가리킨다. 요인불성은 진리를 비추어 통찰하는 지혜를, 연인불성은 요인불성을 도와 정인을 개발하게 하는 모든 수행의 공덕(功德)을 가리킨다. 담연은 하나의 정인불성이 세 개의 정인불성, 요인불성, 연인불성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함으로써 진리의 통찰 가능성과 수행의 당위성을 확보한다.
담연의 무정불성론은 그의 주요 저서인 『금강비』(T.46.781.a-786.b)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독해와 철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금강비』에서 담연은 삼인불성, 방편과 진실, 심구설(心具說), 법성과 불성, 수덕(修德)과 성덕(性德), 십승관법(十乘觀法), 본각(本覺), 불각(不覺), 각(覺) 등과 같이 천태사상의 중요한 개념들을 사용하여 무정불성론을 정당화한다. 무정불성론은 천태지의의 사상은 물론이고, 담연 자신이 천태종의 정통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지의와 다른 독특한 해석을 덧붙인 개념들로서 구성된다. 본 연구는 지의의 천태사상과 더불어 담연 자신의 천태불교사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개념의 의미를 분명히 하겠다. 나아가 천태불교의 불성론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천태종과 대립했던 화엄종의 불성론, 선불교의 불성론에 대한 연구서도 함께 읽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