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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 이현익의 사단칠정설
Yi Hyun-Ik’s Theory of Four Beginnings and Seven Feelings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시간강사지원사업
연구과제번호 2014S1A5B5A07038760
선정년도 2014 년
연구기간 1 년 (2014년 09월 01일 ~ 2015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이선열
연구수행기관 한신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본 연구의 목적은 18세기 기호학파에서 낙학계열에 속했던 인물인 정암 이현익(正菴 李顯益)의 철학사상 가운데 사단칠정설을 중점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다. 이현익은 기호학파 내부에서 호학(湖學)과 낙학(洛學)이 분기할 당시 낙학의 종장이었던 농암 김창협(農巖 金昌協)의 직전제자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른바 농암후학 1세대 중에서도 이현익의 경우 남아있는 문집의 양이 방대하고 성리학에 관한 논설 또한 적지 않아 연구해볼 가치가 큰 대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그에 대한 한국 철학계의 연구와 재평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그의 성리학설에 천착한 본격적인 연구성과는 아직 전무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김창협 사후 18세기에 계승된 낙학의 발전과 전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현익의 성리설을 정리하고 온당하게 평가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그러한 사상사적인 연구관점에서 이현익의 사단칠정에 관한 학설을 집중적으로 해명할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7세기 이후 사단칠정론은 퇴계학파와 율곡학파의 분기를 결정짓는 핵심쟁점으로 부각되었는데, 그에 따라 조선의 학자들은 누구나 이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운데 17세기 후반 무렵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일군의 학자들, 이를테면 농암 김창협, 창계 임영(滄溪 林泳), 졸수재 조성기(拙修齋 趙聖期) 등은 다분히 퇴율절충적 성격을 띤 사단칠정설을 제시한 바 있다. 이현익은 농암 후학 가운데 김창협과 가장 가까운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으며 특히 사단칠정 문제와 관련하여 김창협과의 교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끄는 인물이다. 이에 김창협 이후 낙학의 사단칠정설이 후대로 전승되어간 양상을 순차적으로 규명함에 있어 이현익의 학설을 해명하는 작업은 매우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점에 착안하여 본 연구에서는 낙학계 사단칠정론의 특징적인 면모라 할 수 있는 퇴율절충적 사유가 이현익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는지 분석해볼 것이다. 이현익은 기본적으로는 율곡학파의 전통을 계승하는 듯하지만, 율곡과 퇴계 양쪽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독자적인 관점으로 사단칠정과 인심도심의 문제를 재구성한다. 이현익의 사단칠정설은 퇴․율의 절충점을 모색하는 동시에 퇴계와 율곡 양자를 지양하는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면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담론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그 나름의 논리로 사단칠정 문제를 명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현익의 학설은 충분히 분석해볼 가치가 있다. 아울러 그의 견해가 18세기초 낙론계 젊은 학자군의 사칠론에 대한 인식을 일정 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이현익의 사단칠정설은 그 자신의 독자적 사유와 동시대 학자들의 성리학적 인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이현익 개인의 학설에 대한 규명과 더불어 조선 후기 사단칠정설이 확장되고 변용되어 가는 시대적 양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 기대효과
  • 본 연구는 지금껏 한국 철학계에서 한번도 주목받지 않았던 정암 이현익의 성리학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이다. 정암 이현익은 오늘날 학계에 그다지 지명도가 높지 않은 인물에 속한다. 호락논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일군의 연구자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겠지만 아직 이현익은 조선 성리학 연구에서 자주 호명되는 위치를 점하지 못하며, 이처럼 지명도가 낮은 탓에 그에 대한 선행연구는 대단히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농암 김창협 사후 18세기 낙학의 발전과 전개에 관한 학계의 연구가 아직 미진하다는 점, 그러한 연구공백을 메우는 작업에서 농암후학 1세대인 이현익의 사유가 의미있는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 그리고 그가 남긴 성리학적 논설의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현익은 새롭게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현재 한국학계의 성리학 연구가 기존에 축적된 연구성과의 토대 위에 과거 학계에서 소외되어 있던 인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본 연구는 새로운 사상가의 학설을 발굴하여 학계에 소개한다는 학술사적 가치를 지닌다. 과거의 사상적 유산에 대한 현대의 연구가 크게 ‘이미 익숙한 것에 대한 재조명’ 또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의 발굴’이라는 두 측면에서 이루어진다면, 본 연구가 수행하려는 작업은 후자의 성격에 가까울 것이다. 아울러 본 연구에서 다루는 사단칠정론은 조선 성리학 연구분야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동시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주제이다. 그러나 사단칠정론과 관련된 기존의 연구는 양적인 면에서 적지 않으나 여전히 특정 시기와 인물 중심으로 편향된 감이 없지 않다. 그러한 편중현상을 벗어나 조선 유학의 다양한 면모를 보다 광범하게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던 조선 후기 사칠논변의 전개와 심화과정을 미시적으로 해명하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현익의 사단칠정설을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함으로써 거시적으로는 조선 후기 사상사 연구의 지평을 확대하는 기초 작업을 수행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연구가 저조한 조선후기 성리학의 전개과정을 살피는 작업의 일환으로서 이현익의 사칠론 연구는 한국철학 연구의 지평을 조금이나마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맥락에서 본 연구는 이현익의 학설을 규명하여 조선 후기 기호학파의 발전과 전개라는 사상사적 밑그림을 그리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본연구에서 다루게 될 사단칠정론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는 학계 안에서의 논의를 넘어 교육현장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감정의 측면에서 도덕의 문제를 성찰하는 사단칠정론은 전통사상을 현대윤리학의 문제와 접목시킬 때 매우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 사단칠정론은 단순히 한국철학사 강의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윤리적 문제를 검토하는 교양수업에서도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익한 주제라 할 수 있다. 본 연구과제를 통해 다루게 될 사단칠정론의 제문제에 관한 심도 깊은 연구는 차후 강의 및 교육현장에서도 직간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연구요약
  • 본 연구는 크게 두 측면에서 이현익의 사단칠정설에 접근한다. 첫 번째는 기존 학자들에 대한 이현익의 논평과 비판을 검토함으로써 그의 사유에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현익이 자신의 사단칠정에 관한 견해를 표명한 논고를 분석함으로써 그의 학설을 직접적으로 해명하는 것이다. 물론 이 두 접근법의 경계가 이현익의 텍스트 속에서 선명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이현익은 다른 학자들의 사칠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그 자신의 견해를 언급하기도 하고, 또 자신의 학설을 직접 표명한 논고에서도 다른 학자들에 대한 비판을 빈번히 언급하고 있다. 두 가지 접근법을 취하는 것은 이현익의 학설을 요연하게 재구성하기 위한 연구전략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이현익의 비평대상이 되고 있는 학자는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졸수재 조성기(拙修齋 趙聖期), 숙함 김재해(叔涵 金載海) 등이다. 이현익은 「논퇴계선생사칠설(論退溪先生四七說)」이라는 논고를 통해 퇴계와 고봉의 사칠논변을 상세히 검토하고 그 자신의 논점으로 분석하는데, 여기서 그는 퇴계의 주장 가운데 가장 문제시되는 두 쟁점인 리발기발설(理氣氣發說)과 내출외감설(內出外感說)을 최대한 존중하는 입장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현익은 「논율곡선생사칠설(論栗谷先生四七說)」을 통해 율곡 이이의 사단칠정설, 인심도심설을 심도깊게 논의한다. 이 글은 「논퇴계선생사칠설」과 짝을 이루어 퇴계․율곡을 바라보는 이현익의 기본논점을 드러내는 자료라 할 수 있다. 그는 율곡의 발언 가운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보다 명료화함으로써 율곡을 옹호하는 한편, 율곡의 견해 가운데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면서 문제를 제기한다. 기본적으로 이현익은 퇴계와 율곡의 학설을 대할 때 양자의 견해 가운데 취할 것과 버릴 것을 함께 언급하는 비판적 수용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퇴계와 율곡에 대한 검토와 아울러, 이현익은 동시대의 학자들이라 할 수 있는 숙함 김재해와 졸수재 조성기의 사단칠정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퇴계와 율곡에 대한 논평이 선배학자들에 대한 이현익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숙함과 졸수재에 대한 비판은 당대 학자들과의 동시대적인 교류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 사람에 대한 이현익의 견해는 「변김숙함사칠설(辨金叔涵四七說)」, 「변졸수재사칠설(辨拙修齋四七說)」이라는 두 편의 논설을 통해 전해진다. 「변김숙함사칠설」은 당시 소론계와 노론계의 젊은 학자들 간의 견해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끄는 텍스트이고, 「변졸수재사칠설」은 조성기․김창협을 거쳐 이현익에게 이어진 17~18세기 낙학계 사칠론의 흐름을 연속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해볼 만한 텍스트다. 그 밖에도 이현익 자신의 견해가 보다 직접적으로 명시된 논고로 「인심도심사단칠정설(人心道心四端七情說)」과 「사칠정론(四七定論)」이 있다. 이 두 편의 글은 이현익의 학설이 완정한 형태로 정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텍스트다. 「인심도심사단칠정설」은 퇴계와 율곡의 입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하려는 이현익의 노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글이다. 이 논고에서 이현익은 퇴계의 ‘리발기발’과 율곡의 ‘기발리승일도’가 각각 강조하는 바가 다를 뿐 서로 모순되는 논리가 아님을 논증한다. 또 다른 논고 「사칠정론」에서는 사단칠정의 문제를 종전의 이기론적 관점 대신 심(心)과 성(性)의 관계로 보면 더욱 명료하다고 주장하면서 심성의 구조적 측면에 집중하는 논의를 펼친다. 이 글에서 그는 사단과 칠정의 관계를 논하면서 사단을 경(經)으로, 칠정을 위(緯)로 보는 경위설(經緯說)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면모를 보인다. 사칠경위설에 대한 그의 언급은 이 글에서 가장 명료하게 제시되고 있는 만큼, 「사칠정론」은 가장 핵심적인 자료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언급된 여러 텍스트를 상호비교하면서 분석한다면 이현익 사단칠정설의 전모가 충분히 드러날 것이며, 이를 통해 조선 후기 낙학파의 사유에서 그의 사유가 지니는 사상사적 의미와 가치가 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본 연구는 18세기 조선의 기호학파에서 낙학계열에 속했던 인물인 정암 이현익의 철학사상 가운데 사단칠정설을 중점적으로 조명한 것이다. 사단칠정에 관한 이현익의 기본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사단과 칠정의 관계에 관한 이론은 철저하게 율곡의 학설이 옳다. 둘째, 그렇지만 퇴계의 학설 역시 그 의도를 살핀다면 율곡설과 어긋나지 않는다. 이처럼 율곡학파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퇴계설을 최대한 율곡설과 모순되지 않도록 해석하는 것이 절충주의자로서 이현익이 취한 기본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이현익은 퇴계와 율곡 양자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그는 퇴계와 율곡의 관점을 취할 경우에 자칫 빠질 수 있는 편향을 지적하면서 사단칠정에 관한 종합적인 인식을 꾀하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이현익의 사단칠정론은 퇴계와 율곡의 절충점을 모색하는 동시에 양자를 지양하는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그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기존의 담론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그 나름의 논리로 사단칠정 문제를 명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현익의 학설은 일정한 사상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 영문
  • This research focuses on the theory of Four Beginnings and Seven Feelings performed by Yi Hyun-Ik. Yi belonged to Rakhak(洛學) in Yulgok school in the Joseon Dynasty in the 18th century. Yi's view on this issue can be recapitulated as two claims: (i) Yulgok was entirely right as regards to the relations between Four Beginnings and Seven Fellings, and (ii) nevertheless, Toegye's view on this issue, if examined closely to understand what it was originally meant, is not incompatible with Yulgok's theory. This reveals the basic attitudes of Yi's philosophy, which compromises the two great philosophers' views. At the same time, Yi provides criticisms on their views. He attempted to reach comprehensive understanding of the Theory of Four Beginnings and Seven Feelings, while pointing out the problems one may face taking Toegye or Yulgok's view tendentiously. In sum, Yi's view on Four Beginnings and Seven Feelings is the result of accommodating both Toegye's and Yulgok's philosophies, and, at the same time, of critically examining their views. The historical significance of Yi's view lies in the fact that it clarifies the complex issues raised by the theory of Four Beginnings and Seven Feelings within his own line of thinking, as opposed to merely following previous discourses.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사단칠정에 관한 이현익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인심과 도심, 사단과 칠정의 관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율곡설이 옳다. 둘째, 퇴계의 학설 역시 그 의도를 살핀다면 율곡설과 어긋나지 않는다. 이처럼 율곡학파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퇴계설을 최대한 율곡설과 모순되지 않도록 해석한 것이 절충주의자로서 이현익이 취한 기본태도라 할 수 있다.
    이현익은 퇴계의 주장 가운데 가장 문제시되는 두 쟁점, 이른바 리발기발설(理氣氣發說)과 내출외감설(內出外感說)에 대하여 퇴계의 의도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이현익은 ‘리발(理發)’과 ‘기발(氣發)’이라는 표현을 인정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퇴계가 ‘리발’과 ‘기발’을 구분한 것이야말로 주자의 본지를 얻은 것이라고까지 평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리발’과 ‘기발’이라는 표현을 받아들이되 사단과 칠정에 각기 두 가지 근본이 있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하며, 퇴계 또한 그 점을 모르지 않았다고 본다. 이현익에 따르면 이른바 ‘소종래(所從來)가 다르다’는 것은 사단과 칠정을 가리켜 말함에 있어 리의 측면과 기의 측면 가운데 어느 쪽에 강조점을 두어 말하느냐의 차이를 지시하는 발언에 불과하다.
    이른바 내출외감설에 대해서도 이현익은 퇴계를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에 대해 이현익은 사단 역시 외물과의 감촉에서 발생하지만 맹자가 사단을 언급한 취지는 인의예지의 단서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있었기 때문에, ‘내출’의 측면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굳이 사단에서 ‘외감’의 측면을 언급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이해한다. 마찬가지로 칠정 역시 본성과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도덕과 무관한 정서 일반’을 지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의 측면을 위주로 하여 말한 것이라고 본다. 즉 ‘내출외감’은 표현상 다소 어폐가 있지만 사리에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현익은 칠정 역시 인의예지에서 발원한 것이라고 하여 사단칠정의 발생경로를 일원화하는 율곡학파 고유의 입장을 견지한다. 또 선악(善惡)의 문제로 말하자면 '사단'과 '중절한 칠정' 모두 선한 정(情)으로서 가치론적으로도 동일하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중절한 칠정은 기를 위주로 말한 것이고 사단은 오로지 리의 측면을 말한 것이라 하여 양자를 액면그대로 동일시하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사단과 중절한 칠정은 존재론적으로 어느 쪽이 더 리에 가깝다거나 기에 가깝다는 식으로 차별화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취지에 따라 말하자면 사단은 리의 순선한 측면만을 단적으로 지시한 것이기에 기의 측면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며, 중절한 칠정은 기가 리를 순조롭게 따른 경우를 지칭하기 때문에 리와 기를 겸하여 말한 것이다. 이처럼 가치론적, 존재론적으로 동일한 것이라도 그 발언의 의도와 강조하는 취지가 다르다는 주장은 이현익의 논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논법이다. 그는 ‘같은 곳에 나아가 다른 것을 본다(就同而見異)’는 것이 퇴계가 제시한 사유의 핵심을 담고 있다고 파악한다
    율곡의 사칠론을 다루면서 이현익은 사단칠정과 인심도심의 관계 문제로 관심을 확장해간다. 그는 율곡과 우계 모두 퇴계가 말했던 ‘리발’과 ‘기발’을 도심의 ‘혹원(或源)’과 인심의 ‘혹생(或生)’과 연계시키는 우를 범했다고 본다. 즉 도심과 인심은 각기 ‘혹원어성명’, ‘혹생어형기’라는 발생연원의 차이를 가지는데 반해, 퇴계가 사단칠정에 대해 말하였던 ‘리발’과 ‘기발’은 그 같은 발생연원의 차이를 가리키는 언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현익은 퇴계의 ‘리발기발(理發氣發)’과 율곡의 ‘기발리승일도(氣發理乘一途)’가 강조하는 바가 다를 뿐 서로 모순되는 논리가 아님을 논증하기 위해 애쓴다.
    이현익은 퇴계와 율곡 양자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퇴계의 경우 ‘리발’과 ‘기발’이라는 명제는 인정할 수 있지만 그 뒤에 덧붙인 ‘기수지(氣隨之)’와 ‘리승지(理乘之)’라는 불필요한 첨언으로 인해 이원화의 혐의를 떠안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율곡의 경우 인심도심종시설이 지닌 문제점에 대해 언급한다. 이와 관련해 이현익은 ‘도심’과 ‘인심 가운데 선한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인심이 도심이 되거나 도심이 인심이 된다는 발상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그는 퇴계와 율곡의 관점을 취할 때 자칫 빠질 수 있는 편향을 지적하면서 사단칠정에 관한 종합적인 인식을 꾀하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이현익의 사칠론은 퇴계와 율곡의 절충점을 모색하는 동시에 퇴계와 양자를 지양하는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그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기존의 담론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그 나름의 논리로 사단칠정 문제를 명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현익의 학설은 일정한 사상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이현익은 오늘날 한국철학계에서 그다지 지명도가 높지 않은 인물에 속한다. 호락논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일군의 연구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익숙한 이름이겠지만 아직 이현익은 조선 성리학 연구에서 자주 호명되는 위치를 점하지 못하며, 이처럼 지명도가 낮은 탓에 그에 대한 선행연구는 대단히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김창협 사후 18세기 낙학의 발전과 전개에 관한 연구가 아직 학계의 미답지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공백을 메우는 작업의 일환으로 이현익의 사유는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이에 본 연구를 통해 농암후학 1세대인 이현익의 사상이 낙학적 사유의 전개에서 나름 의미있는 위치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일정 부분 밝혀졌다고 본다. 이번 연구는 사단칠정설이라는 한정된 주제에 국한된 것이었지만 차후 이현익의 성리학설을 보다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아울러 현재 한국 성리학 연구가 기존에 축적된 연구성과의 토대 위에서 과거 학계에서 소외되어 있던 인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이현익에 대한 연구는 새로운 사상가의 학설을 발굴하여 학계에 소개한다는 학술사적 가치를 지닌다.
    과거의 사상적 유산에 대한 현대의 연구가 크게 ‘이미 익숙한 것에 대한 재조명’ 또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의 발굴’이라는 두 측면에서 이루어진다면, 본 연구가 수행한 작업은 후자의 성격에 가깝다. 사단칠정론은 조선 성리학 연구분야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동시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주제이다. 그러나 사단칠정론과 관련된 기존의 연구는 양적인 면에서 적지 않으나 특정 시기와 인물 중심으로 편향된 감이 없지 않다. 그러한 편중현상을 벗어나 조선 유학의 다양한 면모를 보다 광범하게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던 조선 후기 사칠논변의 전개와 심화과정을 미시적으로 해명하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 연구는 이현익의 사단칠정설을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함으로써 거시적으로는 조선 후기 사상사 연구의 지평을 확대하는 작은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저조한 조선후기 성리학의 전개과정을 살피는 작업의 일환으로서 이현익의 사칠론 연구는 한국철학사 연구의 지평을 조금이나마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본 연구는 조선 후기 기호학파의 발전과 전개라는 사상사적 밑그림을 그리는 데도 일조할 것이다. 사단칠정론은 단순히 한국철학사 강의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윤리적 문제를 검토하는 교양수업에서도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익한 주제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다루어진 사단칠정론의 제문제에 관한 심도 깊은 연구는 차후 강의 및 교육현장에서도 직간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색인어
  • 이현익, 사단, 칠정, 도심, 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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