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지오 폰티(Gio Ponti)는 “종교건축은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독교계에서 이러한 종교건축에 대한 신학적 · 인문학적 성찰이 거의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더욱 크게, 더욱 빨리, 더욱 높게 지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
건축가 지오 폰티(Gio Ponti)는 “종교건축은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독교계에서 이러한 종교건축에 대한 신학적 · 인문학적 성찰이 거의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더욱 크게, 더욱 빨리, 더욱 높게 지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물신숭배만이 종교건축의 표어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교회는 기피되어져야 할 혐오시설의 하나로 여겨지기에 이른 것이다. 바로 여기에 “신학이 부재한 교회건축”에서 “신학이 있는 교회건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본 연구의 목표는 교회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신학적 토대 이론(foundational theories)을 제시하고, 실제 사용 가능한 공공성 측정지표(publicity index)를 개발하는데 있다. 현재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과 교회부흥에만 초점을 둔 대형교회 건축에 매진하고 있으며, 교회 바깥의 일반 시민과 지역 사회를 위한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고려는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서 회중 1만 명의 대형교회 하나보다 회중 100명의 소형교회 100개가 미치는 영향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연구를 고려할 때, 교회규모의 적정성과 공공성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가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본 연구의 세부적인 목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미래 교회건축의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한 ‘교회건축의 십계명’을 제시하고자 한다. 성서학, 교회사, 교리학, 여성신학, 생태신학, 심리학, 교육학, 윤리학, 건축학, 환경공학의 토대적 연구들에 기초하여, 기존 교회공간을 공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신축하는 교회공간의 공적 기능을 확장하는데 기여하도록 한다. 이러한 성과를 연구서로 출판하고, 교회건축에 대한 신학교육 교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교회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토대적 연구의 결과를 ISO 26000의 사회적 책임에 준하는 실제 사용가능한 공공성 지표로 발전시켜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자는 공공성 지표로 이론적 권위를 지닌 하버마스의 다섯 가지 공공성 척도를 구분하는 범주로 사용할 것이다. 전제의 진리성과 인지적 도구를 사용하는 이론(theoretical) 척도, 행위 규범의 정당성과 도덕적 실천을 사용하는 실천(practical) 척도, 가치 기준의 적절성으로 평가되는 심미적(aesthetic) 척도, 표현의 진실성 혹은 충실성으로 평가되는 심리적(therapeutic) 척도, 상징적 구성 요소의 이해가능성으로 평가되는 설명(explicative) 척도가 바로 그것이다. 기독교인이 교회 건축의 공공성 지표에 관심한다는 것은 종교를 지닌 시민과 그렇지 않은 시민 사이의 상호 보완적이며 호혜적인 공존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교회 건축의 공공성은 종교를 지닌 시민의 입장에서 비용 혹은 부담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러한 비용과 부담이 종교를 가지지 않은 시민에게 종교적 발언에 대한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셋째, 매년 대표적인 한국 교회건축물 10여개를 선정하여 건축 규모의 적정성과 공공성을 지표에 따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연구소 홈페이지와 언론에 공시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경제 성장과 교인 수 급성장에 힘입어서 교회 건축 규모의 극대화를 추진해왔으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어 왔다. 현재 다수의 교회 건축물이 경매에 나오고 있는 것은 한 교회 공동체가 유지 가능한 규모의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은 교회 구성원들이 그 건물을 유지할 여력은 되지만, 주변과 완전히 동떨어진 사유화의 공간으로 인식하여 지역공동체에 아무런 공적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할 때, 교회 규모의 적정성과 공공성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는 꼭 필요하며, 매년 공공성 지표에 근거한 평가 결과의 발표는 향후 교회 건축의 바람직한 미래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