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복지국가에서 ‘일’, ‘고용’, ‘노동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부각되는 가운데, 최근 사회정책 연구들은 일자리의 질이나 노동시장 불평등 등의 노동시장과 일자리의 구조를 분석하는데 집중했던 것에서 최근에는 일에 대한 인식과 선호(preference)에 대한 학문 ...
최근 많은 복지국가에서 ‘일’, ‘고용’, ‘노동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부각되는 가운데, 최근 사회정책 연구들은 일자리의 질이나 노동시장 불평등 등의 노동시장과 일자리의 구조를 분석하는데 집중했던 것에서 최근에는 일에 대한 인식과 선호(preference)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일에 대한 인식 중에서도 특히 ‘근로시간’을 중심으로 일에 대한 선택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시간제 일자리 비율은 상당히 낮은 편으로서 일반화되어 있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욕구도 노동공급 측면에서나 노동수요 측면에서 가시화되어 표출된 적이 거의 없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임시 일용직, 파견 등 간접고용 등의 다른 방식의 비정형고용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시간제 근로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노동공급측 입장에서도 시간제 근로는 다른 비정규직과 마찬가지의 “나쁜” 일자리의 한 형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고, 전일제에 비해 낮은 소득 등이 더 큰 한계로 비춰진 것이다. 최근 고용율 증진의 일환으로 시간제 일자리 확충이 정책방향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이에 대해 “시간제 일자리 = 나쁜 일자리”라는 비판이 거세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시간제 일자리가 더 일반화되어 있는 많은 서구 복지국가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고용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시간제 고용이 전일제 고용에 비하여 저숙련 일자리에 더 만연하다는 점, 근로시간과 소득간의 상충관계로 인한 저소득 문제, 제반 고용연계 사회적 보호체제에의 제한된 접근성, 승진 등 경력에서의 불이익 등의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갖는 한계는 상당 부분 유사하다고 보여진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 시간제 근로가 여성을 노동시장에 통합하는데 분명한 기여를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교적 광범위한 합의가 이루어져있고(Halldén, Gallie, Zhou, 2012), 일부 국가 사례비교연구들은 시간제 일자리가 지니는 고용의 질과 제약이 국가에 따라 상이하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또한 최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 일생활양립에의 욕구 증대, 생애과정의 탈표준화 등의 현상이 근로시간 자율성(autonomy)의 중요성과 시간제 근로에 대한 개인의 선호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즉 시간제 근로의 선택이 단순히 제도적 제약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일과 여가(혹은 생활)간의 조합에 대한 개인의 자발적 선호에 의해서도 결정된다는 것이다(Crompton & Harris, 1998).
여기에서 두 가지 논쟁점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근로시간에 대한 개인의 선택이 사실상 얼마나 자발적인가라는 점이다. 둘째, 계급론적 시각에서는 근로시간과 일에 대한 인식은 계급에 의해 규정된다고 본다. 반면 개인의 선호와 선택을 강조하는 관점에서는 생활양식에 대한 선호가 모든 교육수준과 사회적 계층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계급의 중요성은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누가 더 적게/오래 일하기를 원하는가? 근로시간에 대한 선호는 국가차원의 거시적 요인에 의해 체계적으로 제약되는가? 노동시장 규제 및 보호,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복지국가의 처우, 한 국가의 일자리 상황과 노동시장 유연성 정도 등이 개인의 근로시간에 대한 선택과 선호를 설명해주는가? 미시적으로는 성, 연령, 계급에 따라 개인의 근로시간에 대한 선호가 달라지는가? 계급과 개인의 가치 중에서 개인의 근로시간 선택과 일에 대한 태도를 더 많이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존에는 미시적 접근이 주로 이루어졌다면, 본 연구는 비교사회정책학적 접근을 통해 각 국가의 복지제도나 시간제 일자리의 질과 규제정도 등에 따라 개인의 근로 결정과 선호가 달라지는지, 더 나아가 거시적·구조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를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시 차원과 국가 수준의 변수를 결합시켜 근로시간을 중심으로 한 일에 대한 선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다층분석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