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일본 무로마치시대의 혼종어(混種語)를 조사하고 분석하여 당대의 일본어 어휘 속에 어떠한 혼종어가 새로이 형성되었으며, 그것들은 어떠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고찰하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1) 혼종어가 당대의 어휘 속에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 ...
본 논문의 목적은 일본 무로마치시대의 혼종어(混種語)를 조사하고 분석하여 당대의 일본어 어휘 속에 어떠한 혼종어가 새로이 형성되었으며, 그것들은 어떠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고찰하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1) 혼종어가 당대의 어휘 속에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2) 당시 새롭게 등장한 혼종어는 어떠한 것이 있으며, 또 그 중에서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단어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 보고, (3) 혼종어를 구성하는 조어성분은 어떤 성격의 것이며, (4) 어구성(語構成)적 측면에서는 어떤 의미적 관계의 말이 주를 이루고 있는지, 그 실태를 조사・분석하여 고찰해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상대 및 중고, 그리고 중세 전기와 근세 이후의 혼종어를 대조하고 분석하는 연구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무로마치 시대의 혼종어 수집을 위한 자료로는 『日葡辞書』를 사용하고 자 한다. 이것은 중세 말기에 기독교 전교를 목적으로 일본에 건너온 선교사들이 일본인의 조력을 얻어 4년 이상의 작업 끝에 편찬된 일본어-포르투갈어 사전이다. 1603년에 본편이, 1604년에 보유 부분이 나가사키(長崎)에서 간행되었다. 표제어로 수록된 단어는 본편이 25,967개, 보유가 6,831개 있으나 본편과 보유에 중복되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총 32,293개이다. 이 사전은 무로마치(室町) 말기 일본인이 사용하던 일상용어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한문의 소양이 있는 지식인들의 말까지 빠짐없이 수록하고 있다. 『日葡辞書』는 중세 후기 일본어 연구에 가장 중요한 자료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혼종어란 서로 다른 계통의 어종, 즉 일본 고유어와 한자어, 일본 고유어와 외래어, 한자어와 외래어 등이 다양하게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로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언어에서 유래한 요소들로 구성된 것이다.
혼종어가 현대 일본어 어휘 중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다른 어휘에 비해 적지만, 실제 일본인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외래어와 일본 고유어가 조합된 アルバイトする, カラオケ 등, 외래어와 한자어가 조합된 混合ダブルス, リズム感 등, 일본 고유어와 한자어가 조합된 勉強する, 猛烈な 등, 일본 고유어와 한자어 그리고 외래어가 조합된 お子様ランチ的な, テレビ番組 등이 있다. 특히 일본 고유어와 한자어가 결합된 어휘들은 일본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우기 시작하고, 일본어학 개설서 등에서도 빠짐없이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혼종어 분야 연구는 다른 어종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축적되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혼종어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논문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필자는 중세 후기 혼종어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첫째, 혼종어를 통시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다. 우선 중세 무로마치 시대 혼종어의 실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특히 당시 새롭게 생성된 혼종어에는 어떠한 것이 있으며, 또 그 중에서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단어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 보고자 한다.
둘째, 혼종어를 어휘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혼종어를 구성하는 의미적 관계와 그 구성요소에 착목하여 이들이 어떠한 어구성적 특징을 보이며, 주로 어떤 요소들에 의해 혼종어가 형성되었는지 조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