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상황에 맞는 이론적 모델을 구축하려면, 다문화사회를 조명하는 대표 이론인 다문화주의와 상호문화주의, 다문화주의철학과 상호문화주의철학이 어떤 논쟁점을 지니고,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를 살펴보면서, 양자를 중층적으로 대결시키는 연구가 필요하다. 다문 ...
한국적 상황에 맞는 이론적 모델을 구축하려면, 다문화사회를 조명하는 대표 이론인 다문화주의와 상호문화주의, 다문화주의철학과 상호문화주의철학이 어떤 논쟁점을 지니고,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를 살펴보면서, 양자를 중층적으로 대결시키는 연구가 필요하다. 다문화주의는 소수집단의 자유로운 선택을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듯하지만, 주류 집단이 항상 주체 집단이 되고 주류 집단의 공적 활동에서 소수 집단이 배제되는 결과를 낳는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상호문화주의적 비판을 굳이 들여오지 않더라도, 가령 골드버그는 다문화주의가 개인의 문화선택권을 허용하기 때문에 다른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소수 집단이 다수 집단의 공적 활동에 진입할 수 없도록 고립화시킨다고 비판한다. 이런 이유에서 다수 집단과 소수 집단의 구분, 주체 집단이라는 개념을 거부하고, 동등한 자격으로 원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상호문화주의는 주체 집단과 객체 집단이라는 이분법을 깨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상호문화주의도 내부 문제를 안고 있다. 다수 집단과 소수 집단의 경계를 해체하면, 너무나 많은 문화권 내지 언어권의 요구가 동시에 충돌하며, 국가 경계를 해체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계’를 필요로 하며 ‘경계 내 정체성과 동일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방법론에 대한 천착이 필요해진다. 상호문화철학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면, 상호문화주의가 차용하는 방법론 중의 하나가 해석학적 방법론이다. 여기에서 ‘해석학 내지 기존 철학사의 시도’와 ‘상호문화주의’ 간의 변별력을 반영해야 한다. 해석학적 방법론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방법론이 무엇인지를 고려해야 하고, 다양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리 추구를 본업으로 삼는 철학자들의 근본적 문제의식도 다시 고려해야 한다. 다자간 대화 가운데서 보편 철학을 형성할 수 있는지, 이를 위한 방법론은 무엇인지를 연구해야 한다. 그래서 양자택일보다는 차이와 동일성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와 같은 형이상학적 논의로 전환이 필요하다. 차이와 동일성의 근간으로 동일성과 비동일성의 동일성이라든지, 문화 특수성과 문화 보편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총체적 논리도 비판적으로 조명하면서 상호문화주의와 대결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석학적 방법론을 해체주의와 비교하는 것과 더불어, 변증법적 방법론과 대결시키면서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은 ‘특정 공동체’, ‘특정 국가’는 결국 공동체 내지 국가라는 점에서 정체성 내지 동일성과 문화 지속성을 견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문화사회로 정착하기 위해 차이, 특수성, 다양성과 다원성을 동일성과 매개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인 대 이민자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하는 태도, 그런 태도와 연관된 다문화 관련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한국 상황에 적실한 새로운 모델을 시도해 본다. 상호문화주의 방법론을 해석학, 다자간 대화로 접근할 때,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한 국가의 정체성을 도외시하는 점을 넘어서려면 상호 인정 개념과의 비교 연구를 필요로 한다. 상호 인정을 거론하면 곧바로 공동체주의라고 비판받는 헤겔을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서 헤겔에 대한 상호문화주의의 비판을 빗겨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역으로 상호문화주의와 상호 인정, 해석학과 변증법의 대결이 한국 사회에 새로운 유형을 창출하는데 유용하다고 기대하면서 한국적 모델을 위한 중층적 연구를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