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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에 대한 의무론적 해석
A Deontological Interpretation of Utilitari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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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명 시간강사지원사업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5S1A5B5A07042631
선정년도 2015 년
연구기간 1 년 (2015년 09월 01일 ~ 2016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강병호
연구수행기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의무론과 공리주의는 규범윤리학 분야를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가장 유력하면서도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이론 유형이다. 이 두 이론 전통은 보통 서로를 부정하는 것으로, 그러니까 서로 양립불가능한 이론적 관점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전통 간의 짧지 않은 논쟁사를 어느 정도 공정한 마음으로 따라가 본 사람은 아마 모두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 두 이론 유형 모두 각각 고유한 설명력과 강점을 가지고 있고, 또 동시에 각기 고유의 약점과 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두 전통 모두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동시에 또 광범위하게 옹호되고 있다. 이렇게 지속되고 있는 이론적 상황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 의무론과 공리주의가 상호배타적이고 양립불가능한 관점이라는, 어떤 면에서 지나치게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던 판단을 재고해보자 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것일 수 있다. 서로를 부정하는 듯 보이는 두 이론 전통이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상대의 방식으로는 포착해 낼 수 없는 선명함과 동시에 그에 따르는 제한성을 가지고, 복잡한 도덕 현실의 핵심을 드러내 보이는 데 일정 정도 성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우리의 도덕 경험은 매우 복잡한 현상이어서 위의 두 이론 유형 중 어느 하나도 바람직한 일관성을 가지고 그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다. 이것이 계속해서 두 이론이 마주치게 되는 의구심과 반대의 원천이다. 그럼에도 도덕 현상과 이론적 상황에 대한 관찰은 두 이론 유형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의미에서 우리의 도덕적 직관의 핵심을 포착하고 있다는 판단을 허락한다. 다르게 말하면 도덕 현상은 의무론과 공리주의의 대립과 공존을 모두 포괄할 정도로 복잡하며, 이 두 이론은 부족하게나마 일정 정도 그 현상의 본질에 닿아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의무론과 공리주의의 관계를 대립과 갈등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동시에 공존과 상호보완의 측면에서도 파악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도덕현상의 보다 포괄적인 해명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 연구계획의 문제의식의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그런 공존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혹은 띠어야 할까?
    나의 직관은 의무론과 공리주의의 타당한 통찰들을 통합하는 윤리학은 궁극적으로는 의무론적 전제 위에서 행위결과에 대한 고려를 적극적으로 통합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리라는 것이다. 이때 내가 생각하는 의무론적 전제란 칸트 도덕이론의 통찰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할, 결코 특정 목적을 위한 한낱 수단으로 여겨져서는 안 되는 존재가 있으며, 그 존재가 바로 인간 혹은 이성적 존재자라는 것이다. 나의 직관을 좀 과감하게 표현하자면 이렇다. 모든 도덕이론은 그것이 (단지 서술적이지 않고) 규범적 도덕이론이고자 한다면, 위의 칸트적 전제 위에 서야 하고, 실제로 스스로 의식하고 있든 못하든 그 위에 서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공리주의 밑에 암묵적으로 깔려있는 의무론적 전제를 발굴하고 그 위상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이때 시험케이스가 되는 것은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 특별히 그가 받아들이고 있는, 공리 계산에서 모든 사람은 각자 한 명으로 쳐져야 한다는 벤담의 원칙(dictum)이다. 먼저 이 원칙이 밀을 포함한 공리주의 전통 일반에서 차지하는 이론적 위상이 탐구된다. 이 연구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평등주의는 공리주의의 한 부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공리주의가 윤리적 이기주의로 나아가는 것을 막아주고 비로소 공리주의가 되게 해주는, 그러니까 공리주의를 받아들일 만한 규범이론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로 밝혀질 것이다. 이 연구의 최종 목표는 이렇게 자신의 위상이 밝혀진 공리주의의 평등주의에 대해, 밀 자신의 해석보다 더 설득력 있는 의무론적으로 해석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연구가 논증전개상 밀의 공리주의를 그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벤담의 원칙으로 표현되는 평등주의가 공리주의의 전통의 핵심 요소라면, 밀의 공리주의가 의무론적 전제 위에 서 있다는 논증은 공리주의 일반에도 유효할 것이다.
  • 기대효과
  • 1. 연구자의 지적 지평 확대
    연구지원 신청자는 칸트 윤리학을, 순전히 칸트 텍스트 내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지양하고, 항상 메타ㆍ규범윤리학 일반의 논의를 염두에 두고 연구해 왔다. 그럼에도 지적 배경 상 칸트 도덕이론이 연구지원 신청자의 지적 자산의 중심을 이룬다. 이번 밀의 공리주의에 대한 의무론적으로 해석을 시도하는 이번 연구는 연구자의 지적 지평이 공리주의를 비롯한 윤리학 일반으로 확장되고, 연구자의 연구능력을 질적으로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철학 전통들 간의 소통 및 이해 촉진
    영미 철학 전통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어 온 공리주의를 대륙 철학의 정체성의 한 부분을 이루는 칸트 윤리학의 관점에서 연구해 보려는 이 연구계획으로부터 기대되는 다른 효과는 현재의 논의지형을 그려봄으로서 역으로 추론해 낼 수 있다. 현재 (외국에서도 국내에는 더욱 심하게) 칸트 윤리학에 대한 연구는 거의 <윤리학> 연구라기보다는 <칸트> 연구로서 칸트 학회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칸트 윤리학 연구는 현대 윤리학적 논의와의 연결점을 많이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윤리학계의 논의지형을 봐도 알 수 있다. 일단 윤리학계 안에서도 공리주의 전통과 의무론 전통 사이에 진지하고 생산적인 논의는 없지는 않지만 부족하다. 더구나 이 때 의무론을 대표하는 것은 칸트가 아니라 롤즈의 이론이다. 윤리학계의 논의에서 칸트 전공자의 역할은 미미하다. 나아가 국내 공리주의 연구에서는 주로 영미의 논의들이 참조되고 있다. 연구계획 신청자는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공리주의 연구에서도 주요한 영미학자들과 더불어 독일의 권위 있는 윤리학 연구자, 공리주의자들의 논의를 활용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이 연구와 그것의 결과물은 거의 절연되어 있다시피 한 칸트 윤리학 연구 전통과 (현대) 윤리학 연구를 매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윤리학계 안에서 영미권의 논의와 독일어권의 논의가 만나고 대화는 계기 또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일상의 도덕직관에 대한 반성에 기여
    인간의 삶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 특별히 개인 각자와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규범적 의식에 의해 크게 영향 받는다. 의무론과 공리주의는 규범이론으로서 우리의 이런 규범적 의식의 핵심을 포착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그것을 반영만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그것의 반성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물론 이 연구는 일단은 전문 학자집단을 대상으로 하지만, 논문으로 발표된 연구결과는 전파과정을 거쳐, 우선은 대학교육을 통해 대학생들, 나아가 인문교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규범의식과 도덕적 직관을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에서 반성해 보는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4. 밀의 [공리주의] 번역
    밀의 [공리주의]가 공리주의의 이해, 나아가 윤리학에서 갖는 중요성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학 강의에서도 분명 가장 자주 언급되는 저작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저작을 우리가 아직 제대로 된 한국어 번역으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기존 번역은 틀린 곳도 적지 않고 부주의하게 번역된 곳도 많아 원본과의 대조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상태이다.) 사실 밀의 영어는, 그가 어릴 때 영어보다 먼저 라틴어와 희랍어를 배우고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영어이다. 그런 만큼 내용을 온전히 이해한 상태에서 뜻을 살리며 옮겨져야 할 필요성이 다른 저작들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이런 저작에서는 특히 다른 언어로 된 번역을 참조할 수 있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특히 독일어 번역은 훌륭하다.) 연구지원신청자는 평균 이상의 영어실력을 갖고 있으며, 밀에게 관심이 많으면서도 칸트 윤리학을 공부했고 독일어에도 능하다. 또 정확성과 가독성에서 칭찬을 많이 받은 번역서를 낸 적도 있다. 이번 연구를 기회로 삼아 밀에게 더 천작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밀의 [공리주의]를 영어 원문에서 정확하고 이해 가능한 한국어로 옮겨보자 한다.

    5. 대학교육에서의 활용
    칸트와 밀은 대학교육에서 가장 자주 다뤄지는 사상가에 속한다. 의무론과 공리주의는 윤리학과 관련된 수업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다뤄지는 주제이다. 대학에는 철학전공과목 이외에도 “현대사회와 윤리”, “생명윤리”, “성의 윤리”, “윤리학 개론” 등 윤리학과 관련된 과목이 많이 있다. 본 연구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그 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된다면, 칸트 윤리학, 의무론과 공리주의에 대한 이해에 기여할 것이고, 그런 경로로 대학교육에서 윤리학 관련 강의에 기여할 것이다. 또 밀의 [공리주의]가 계획대로 잘 번역된다면 대학교육 현장에서 많은 강의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하나 줄어들 것이다.
  • 연구요약

  • (고전적) 공리주의는 다음의 네 가지 요소를 근간으로 갖는다. 첫째는 결과주의, 둘째는 쾌락 혹은 행복주의, 셋째는 극대화(maximizing), 마지막으로 평등주의이다. 결과주의는 행위의 옳고 그름이 그 행위가 산출하는 결과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규범이론이고, 공리주의는 이런 결과주의의 한 하위 유형이다. 둘째 요소는 바람직한 결과로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해준다. (공리주의가 꼭 쾌락ㆍ행복주의의 형태를 띨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어떤 형태를 갖는지는 현재 우리의 논의에서는 부차적이다.) 공리주의의 세 번째 기둥 원리는 극대화인데, 이것은 상술하자면 ‘중립적으로 합산된 공리의 극대화’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은 것은 특별히 이 극대화의 중립성이다. 이 중립성 요구를 규범적으로 근거지워주는 것이 네 번째 신조인 평등 고려이다. 어쩌면 공리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중립적 극대화일 것이고, 이것을 규범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평등주의인데, 공리주의에 관한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이 평등주의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지, 그것의 중요성이 충분히 파악되지 못해왔다. 이것은 공리 계산에서 모든 사람은 각자 한 명으로 쳐져야지, 어느 누구도 한 명 이상으로 쳐져서는 안 된다는 유명한 벤담의 원칙(dictum)에서 표현되어 있다. 이 원칙은 단지 벤담의 견해라기보다, 나의 해석에 따르면 공리주의를 비로소 공리주의로 만들어 주는, 공리주의의 필수적 요소이다. 이 원칙이 이렇게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비로소 공리주의가 윤리적 이기주의와 구별되기 때문이다. 결과주의와 행복주의 두 요소만을 갖는 이론은 윤리적 이기주의로 귀결될 것이다. 그 이론을 이기주의가 아니라 공리주의 쪽으로 방향을 틀게 만들어 주는 것은, 벤담의 원칙에서 표현된 평등, 공정함의 이념이다.
    나는 벤담의 원칙으로 표현된 평등주의가 공리주의가 규범적 도덕이론으로서 기대고 있는 의무론적 전제라고 보는데, 일단 이런 이름붙이기를 떠나서, 공리주의자들은 평등 나아가 공정이란 이념이 자신들의 이론에 전제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그들이 일관된 공리주의자인 한에서 그들은 그런 규범적 전제를 부정해야할 것이다. 공리주의자라고 꼭 공정함이나 평등의 가치를 부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어쩌면 공리주의가 그것을 더 잘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평등이 <규범적 원칙>으로서 이미 공리주의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밀도 [공리주의]에서 그런 논증을 펼치고 있다. 굳이 평등이니 불편부당함이니 그런 것들을 전제할 필요 없이, 그것이 누구의 행복이든 상관없이 그냥 행복의 양만 측정하고 계산하면 된다는 것이다. 밀에 따르면 벤담의 원칙에서 표현된 평등주의는 공리원칙에 선행하는 규범적 전제나 원칙이 아니라 단순히 공리원칙의 일부분이고 그것의 의미를 대한 주석이다.
    그런데 밀의 이런 반박은 문제를 한 번 더 미루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행복의 양만 중요하지 누구의 행복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공리주의의 전제이다. 현실의 보통 행위자에게는 행복의 양만이 아니라 누구의 행복인지도 중요하다. 아니 그것이 더 중요하다. 행복의 양만이 중요하게 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으면서 자비로운 관객처럼 엄격하게 불평부당”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미 뼛속까지 관철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공정함과 평등함에 대한 굉장히 센 규범적 요청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자기 자신의 행복과 똑같이 중요하게 여기라는 평등주의 요구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이것은 결과주의로부터도 행복주의로부터도 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모든 사람은 존엄하며 목적 그 자체라는 칸트적 통찰로부터 가장 직접 도출되는 규범적 요구이다. 이번 연구과제를 통해 정교화하고 싶은 이러한 해석이 맞다면, 자신을 규범이론으로 이해할 때 공리주의는 이미 의무론적 전제 위에 서 있고 그래야 한다. 공리주의적 행위자는 이기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일단 다른 사람의 안녕에 관심이 있고, 다른 사람을 물건처럼 한낱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공리주의자는 공리주의자가 되기 위해서 일단은 근본적 차원에서 의무론자여야 한다. 공리주의가 의무론으로부터 갈라서는 지점은 인간존엄의 의무론적 통찰이 현실 사회에서 최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의견에서다. 여기서 공리주의는 결과주의와 극대화의 길을 가는 것이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규범윤리학의 대표적인 두 이론은 의무론과 공리주의이다. 이 둘은 보통 첨예한 대립관계에 서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연구는 이와 달리 이 두 이론유형을 공존과 상호보완의 관계 속에서 파악해 보고자 했다. 그러나 단순한 병렬이나 절충이 아니라 규범윤리학으로서 공리주의가 의무론적 전제 위에 서 있고, 또 서 있을 수밖에 없음을 밝히면서, 근본적 수준에서 의무론적 기반 위에서 결과주의적 통찰이 통합되어야 함을 제시하고자 했다.
  • 영문

  • Deontology and utilitarianism, the two representatives of normative ethics, are often regarded in the relationship of confrontation. This article aims at conciliating deontology and utilitarianism. However, a simple juxtaposition or a one-sided compromise does not mean the conciliation. In this article, it will be demonstrated that as normative ethics, utilitarianism is based on deontological premise, which is necessary. The conciliation will be reached when consequentialistic insight is integrated with deontological premise.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의무론과 공리주의는 규범윤리학 분야를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가장 유력하면서도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이론 유형이다. 이 두 이론 전통은 보통 서로를 부정하는 것으로, 그러니까 서로 양립불가능한 이론적 관점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전통 간의 짧지 않은 논쟁사를 어느 정도 공정한 마음으로 따라가 본 사람은 아마 모두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 두 이론 유형 모두 각각 고유한 설명력과 강점을 가지고 있고, 또 동시에 각기 고유의 약점과 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두 전통 모두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동시에 또 광범위하게 옹호되고 있다. 이렇게 지속되고 있는 이론적 상황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 의무론과 공리주의가 상호배타적이고 양립불가능한 관점이라는, 어떤 면에서 지나치게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던 판단을 재고해보자 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것일 수 있다. 서로를 부정하는 듯 보이는 두 이론 전통이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상대의 방식으로는 포착해 낼 수 없는 선명함과 동시에 그에 따르는 제한성을 가지고, 복잡한 도덕 현실의 핵심을 드러내 보이는 데 일정 정도 성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우리의 도덕 경험은 매우 복잡한 현상이어서 위의 두 이론 유형 중 어느 하나도 바람직한 일관성을 가지고 그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다. 이것이 계속해서 두 이론이 마주치게 되는 의구심과 반대의 원천이다. 그럼에도 도덕 현상과 이론적 상황에 대한 관찰은 두 이론 유형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의미에서 우리의 도덕적 직관의 핵심을 포착하고 있다는 판단을 허락한다. 다르게 말하면 도덕 현상은 의무론과 공리주의의 대립과 공존을 모두 포괄할 정도로 복잡하며, 이 두 이론은 부족하게나마 일정 정도 그 현상의 본질에 닿아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의무론과 공리주의의 관계를 대립과 갈등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동시에 공존과 상호보완의 측면에서도 파악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도덕현상의 보다 포괄적인 해명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 연구의 문제의식의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그런 공존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혹은 띠어야 할까?
    나의 직관은 의무론과 공리주의의 타당한 통찰들을 통합하는 윤리학은 궁극적으로는 의무론적 전제 위에서 행위결과에 대한 고려를 적극적으로 통합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리라는 것이었다. 이때 내가 생각하는 의무론적 전제란 칸트 도덕이론의 통찰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할, 결코 특정 목적을 위한 한낱 수단으로 여겨져서는 안 되는 존재가 있으며, 그 존재가 바로 인간 혹은 이성적 존재자라는 것이다. 나의 직관을 좀 과감하게 표현하자면 이렇다. 모든 도덕이론은 그것이 (단지 서술적이지 않고) 규범적 도덕이론이고자 한다면, 위의 칸트적 전제 위에 서야 하고, 실제로 스스로 의식하고 있든 못하든 그 위에 서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공리주의 밑에 암묵적으로 깔려있는 의무론적 전제를 발굴하고 그 위상을 규명해 보고자 했다. 이때 시험케이스가 되는 것은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 특별히 그가 받아들이고 있는, 공리 계산에서 모든 사람은 각자 한 명으로 쳐져야 한다는 벤담의 원칙(dictum)였다. 먼저 이 원칙이 밀을 포함한 공리주의 전통 일반에서 차지하는 이론적 위상이 탐구된다. 이 연구는 평등주의는 공리주의의 한 부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공리주의가 윤리적 이기주의로 나아가는 것을 막아주고 비로소 공리주의가 되게 해주는, 그러니까 공리주의를 받아들일 만한 규범이론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로 밝힌다. 이 연구의 최종 목표는 이렇게 자신의 위상이 밝혀진 공리주의의 평등주의에 대해, 밀 자신의 해석보다 더 설득력 있는 의무론적으로 해석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연구가 논증전개상 밀의 공리주의를 그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벤담의 원칙으로 표현되는 평등주의가 공리주의의 전통의 핵심 요소라면, 밀의 공리주의가 의무론적 전제 위에 서 있다는 논증은 공리주의 일반에도 유효할 것이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연구결과
    (고전적) 공리주의는 다음의 네 가지 요소를 근간으로 갖는다. 첫째는 결과주의, 둘째는 쾌락 혹은 행복주의, 셋째는 극대화(maximizing), 마지막으로 평등주의이다. 결과주의는 행위의 옳고 그름이 그 행위가 산출하는 결과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규범이론이고, 공리주의는 이런 결과주의의 한 하위 유형이다. 둘째 요소는 바람직한 결과로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해준다. (공리주의가 꼭 쾌락ㆍ행복주의의 형태를 띨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어떤 형태를 갖는지는 현재 우리의 논의에서는 부차적이다.) 공리주의의 세 번째 기둥 원리는 극대화인데, 이것은 상술하자면 ‘중립적으로 합산된 공리의 극대화’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은 것은 특별히 이 극대화의 중립성이다. 이 중립성 요구를 규범적으로 근거지워주는 것이 네 번째 신조인 평등 고려이다. 어쩌면 공리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중립적 극대화일 것이고, 이것을 규범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평등주의인데, 공리주의에 관한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이 평등주의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지, 그것의 중요성이 충분히 파악되지 못해왔다. 이것은 공리 계산에서 모든 사람은 각자 한 명으로 쳐져야지, 어느 누구도 한 명 이상으로 쳐져서는 안 된다는 유명한 벤담의 원칙(dictum)에서 표현되어 있다. 이 원칙은 단지 벤담의 견해라기보다, 나의 해석에 따르면 공리주의를 비로소 공리주의로 만들어 주는, 공리주의의 필수적 요소이다. 이 원칙이 이렇게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비로소 공리주의가 윤리적 이기주의와 구별되기 때문이다. 결과주의와 행복주의 두 요소만을 갖는 이론은 윤리적 이기주의로 귀결될 것이다. 그 이론을 이기주의가 아니라 공리주의 쪽으로 방향을 틀게 만들어 주는 것은, 벤담의 원칙에서 표현된 평등, 공정함의 이념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행복을 자기 자신의 행복과 똑같이 중요하게 여기라는 평등주의 요구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이것은 결과주의로부터도 행복주의로부터도 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모든 사람은 존엄하며 목적 그 자체라는 칸트적 통찰로부터 가장 직접 도출되는 규범적 요구이다. 이번 연구의 결과가 맞다면, 자신을 규범이론으로 이해할 때 공리주의는 이미 의무론적 전제 위에 서 있고 그래야 한다. 공리주의적 행위자는 이기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일단 다른 사람의 안녕에 관심이 있고, 다른 사람을 물건처럼 한낱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공리주의자는 공리주의자가 되기 위해서 일단은 근본적 차원에서 의무론자여야 한다. 공리주의가 의무론으로부터 갈라서는 지점은 인간존엄의 의무론적 통찰이 현실 사회에서 최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의견에서다. 여기서 공리주의는 결과주의와 극대화의 길을 가는 것이다.

    -활용방안
    1. 도덕직관에 대한 반성에 기여
    의무론과 공리주의는 규범이론으로서 우리의 삶에서 큰 역할을 하는 우리의 도덕직관의 핵심을 포착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그것을 반영만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그것의 반성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물론 이 연구는 일단은 전문 학자집단을 대상으로 하지만, 곧 논문으로 발표될 연구결과는 전파과정을 거쳐 간접적으로나마 인문교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도덕적 직관들을 반성해 보는 자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2. 대학교육에서의 활용
    밀은 칸트와 더불어 대학교육에서 가장 자주 다뤄지는 사상가에 속한다. 의무론과 공리주의는 윤리학과 관련된 수업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다뤄지는 주제이다. 대학에는 철학전공과목 이외에도 “현대사회와 윤리”, “생명윤리”등 윤리학과 관련된 과목이 많이 있다. 본 연구의 결과가 곧 논문으로 발표되면, 칸트 윤리학, 의무론과 공리주의에 대한 이해에 기여할 것이고, 그런 경로로 대학교육에서 윤리학 관련 강의에 기여할 것이다.
  • 색인어
  • 규범윤리학, 의무론, 공리주의, 칸트, 밀
  • 연구성과물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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