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휘트먼(Walt Whitman, 1819-92)은 초월주의 시인이다. 미국의 초월주의는 1830년에 매사추세츠 콩코드에서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을 중심으로 모인 학자들이 신학, 철학, 문학을 연구하여, 문학을 종교철학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문학사상이다. 그 ...
월트 휘트먼(Walt Whitman, 1819-92)은 초월주의 시인이다. 미국의 초월주의는 1830년에 매사추세츠 콩코드에서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을 중심으로 모인 학자들이 신학, 철학, 문학을 연구하여, 문학을 종교철학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문학사상이다. 그들은 18세기 합리주의와 이신론(deism)의 기계론적 우주론을 부정하고 유기론적 우주관을 발전시켰다. 그들에게 우주는 거대한 기계가 아닌 신이 현현하고 살아있는 유기체였다. 특히 초월주의에서 사실주의 시인 휘트먼은 당시 과학자들처럼 우주가 물질만으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청교도와 에머슨의 주장처럼 우주를 신의 정신의 상징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는 우주와 자연을 원리, 정신과 물질, 육체와 영혼이 완벽히 조화를 이룬 유기체로 구상하였고, 이에 관한 시를 쓰고자 했다.
휘트먼의 『풀잎』(Leaves of Grass)은 초월주의적 우주론이 반영된 시집이다. 『풀잎』은 1855년 7월 4일에 12편의 시와 서문으로 시작하였지만, 1892년 9번째 400여개의 시로 구성되어 최종 임종판까지 동일한 시집명으로 수정 출판되었다. 휘트먼은 원래 시인이 아니었고 뉴욕과 브루클린에 있는 주간 신문사나 인쇄소를 여기저기 떠돌던 인쇄공, 기자, 편집자였다. 그런 그가 1855년에 『풀잎』의 초판을 출판해서 시인으로 거듭나도록 그에게 영향을 준 요인은 19세기 미국의 정치와 종교적 상황이었다. 저널리스트이자 편집인으로서, 그는 “완전한 민주주의 사회와 윤리적인 이상 사회의 실현”을 꿈꾸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미국 사회 전반에 걸친 정치, 경제, 문화, 인종, 성에서 심각한 차별과 불합리성을 발견하고, 정치와 정치꾼들, 또는 당시의 청교도와 그들의 목사들로는 자신이 꿈꾸던 “신세계에서의 이상사회의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그는 36살의 늦은 나이에 “시인의 길을 선택”하고, 『풀잎』을 세상에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살던 19세기나 현대의 우리가 사는 21세기 사회는 변함없이 정치와 종교적 혼란이 끊이지 않고,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더욱이 냉전시대가 종식된 이후, 정치와 종교는 복합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9.11테러 이후 기독교 ․ 유대교사회와 이슬람교사회가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었다. 본 연구는 휘트먼이 『풀잎』에 제시한 우주를 과학적 종교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유기론적 우주관의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과 우주를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한국적 우주론을 대표하는 율곡 이이의 이기론을 가지고 휘트먼의 초월주의적 우주관을 비교하여, 서양과 동양의 우주론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종교철학적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휘트먼은 『풀잎』에 종교적 깨달음을 얻은 인간의 경험과 상상력을 통하여 우주적 원리와 구성의 근거들을 깊게 설정하였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독자들과 비평가들의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휘트먼 연구의 독창성을 세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휘트먼의 우주론이 과학적 원리와 현상을 풍성히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밝힐 것이다. 둘째, 휘트먼의 우주론이 현대인들에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과학과 종교의 대척점을 융합하는 새로운 종교철학의 과제를 던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셋째, 휘트먼의 우주론을 한국적 성리학의 대가인 이이의 우주론인 이기론과 유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 볼 것이다. 물론 초월주의의 특성상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영미국가와 국내에서 부분적으로 연구되었지만, 세 번째 연구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연구분야이고, 한국의 우수한 성리학과 종교사상을 세계에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휘트먼의 『풀잎』에 관한 과학적 종교적 비평은 그동안 과학적인 사실을 연구하거나 기독교와 범신론적 신비주의에 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외국 연구로는 데이비드 S. 레이놀즈(David S. Reynolds)가 『월트 휘트먼의 미국』(Walt Whitman's America)의 「땅, 몸, 종교: 과학과 종교」(“Earth, Body, Seoul: Science and Religion”)에서 에로틱 신비주의(Erotic Mysticism)를 “동물적인 전기력과 자력”(animal electric and magnetic)등으로 과학과 종교에 관련지어서 “물질적이고 영적 우주”(physical and spiritual universe)인 휘트먼의 우주를 설명한다. Whitehead)의 현대종교철학과 휘트먼의 과학관을 접목시킨 연구가 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휘트먼의 우주관을 원리적으로 접근하고 또한 한국의 우주론에 접목시킨 연구는 아직 미진하다. 따라서 휘트먼의 우주론을 한국의 이기론에 적용시켜 연구하는 일은 선행연구를 아우르는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