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우리말의 활음에 대한 음향음성학적 연구이다. 우리말에서 음소의 지위를 지닌 두 활음 /w/, /j/와 여러 모음이 연쇄를 이룰 때, 각각의 형성음이 전이되는 양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확인하고, 그 관찰 결과가 어떠한 음운론적인 의의를 지닐 수 있는지를 ...
본 연구는 우리말의 활음에 대한 음향음성학적 연구이다. 우리말에서 음소의 지위를 지닌 두 활음 /w/, /j/와 여러 모음이 연쇄를 이룰 때, 각각의 형성음이 전이되는 양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확인하고, 그 관찰 결과가 어떠한 음운론적인 의의를 지닐 수 있는지를 고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후술할 바와 같이 이제까지 활음에 대한 음성학적인 연구에서는 후행 모음과의 관련성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w/, /j/가 각각 /u/, /i/와 거의 같은 조음 위치에서 시작된다고 하는데, 이는 이들 활음이 후행 모음과 무관하게 일정한 시작점을 지님을 뜻한다. 후행 모음의 형성음이 서로 다르다고 해도 전이의 시작점은 동일한 전이 양상을 임의로 ‘점 전이 양상’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한편 본 연구의 결과를 예측해 보기 위한 파일럿 연구에 따르면 활형성음들이 모두 위와 같은 전이 양상을 보이는 것만 아니었다. 전이의 시작점이 후행 모음의 형성음에 따라 달리 나타나고 전이의 방향이 같을 뿐인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전이 양상을 ‘방향 전이 양상’이라고 부른다.
결국 본 연구에서는 두 활음 /w/, /j/와 여러 모음들의 연쇄에서 F1, F2, F3 세 형성음들의 전이가 ‘점 전이’와 ‘방향 전이’ 중 어떤 양상을 띠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며, ‘방향 전이’ 양상을 띨수록 활음이 후행 모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여기고자 한다.
국어 활음에 대한 본격적인 음향음성학적 연구는 김무식(1990)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모두 10명의 경북 화자에게 활음이 포함된 문장을 읽게 하여, 활음의 시작점을 측정한 것으로 보인다. 후행 모음에 대해서는 엄밀하게 고려되지 않았던 탓에 조사된 단어들 속에는 특정한 모음에 앞서는 활음이 유난히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였으며, 물론 후행 모음에 따라 활음의 음향적 속성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양병곤(1993)은 ‘ㅎ__다’의 틀에 이중 모음을 넣어 녹음하였다. 이중 모음의 맨 처음에서 맨 끝 사이를 사등분한 시점에서 형성음을 구하였다. /wV/는 F1과 F2 모두 상승하는 반면 /jV/는 F1은 상승하는 반면 F2는 하강한다는 점을 확인하였지만, 관심이 후행 모음과의 관련성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또한 w계 이중 모음에 /wi/가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양병곤(1996)은 이중 모음의 형성음들에 변형을 가한 음성에 대한 지각 판단 실험인데, 비록 수치는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후행 모음에 따른 활음의 차이가 드러나 있다. /wa, we, wi, wə/의 형성음 전이를 보인 그림(840쪽)과 /ja, jə, jo, ju, je/의 형성음 전이를 보인 그림(841쪽)을 보면, /w/의 F1, /j/의 F1, F2는 후행 모음과 무관하게 모두 한 점에서 전이가 시작되는 ‘점 전이’의 양상을 보이는 데 반해, /w/의 F2는 /a, ə/ 앞에서와 /e, i/ 앞에서 서로 다른 점에서 전이가 시작되는 ‘방향 전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통계적 방법을 이용하여 이러한 전이 양상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Yun(2005)에서는 /wi, we/와 /hwi, hwe/에서의 활음을 비교한 것이 흥미롭다. 초성이 없는 경우 활음 시작 부분의 F2값은 평균 839Hz와 799Hz인 반면 ‘ㅎ’을 초성으로 지닌 경우는 F2가 1377Hz와 1380Hz라고 하면서 전자는 [w]이고 후자는 [ɥ]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림으로 제시된 측정 시점을 보면(Yun 2005:411, 413), /wi, we/의 활음 시작 부분을 지나치게 앞쪽으로 잡은 경향이 보인다. F2가 F3과 함께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을 활음의 시작 시점이라고 본다면 /wi, we/나 /hwi, hwe/나 F2값에 큰 차이는 없어 보이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활음의 음향적 속성을 후행 모음과의 관련 하에서 탐구한 선행 연구는 의외로 찾기 어렵다. 각 형성음들의 전이 양상이 동일하지 않음에도 이에 연구는 아직 미비하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