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 혹은 한 언어 집단의 표준어가 형성되고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도적 역할을 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의 영향과 역할이 일반 표준어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수용되는가? 후자는 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전자는 그것에 대하여 어떻게 ...
한 국가, 혹은 한 언어 집단의 표준어가 형성되고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도적 역할을 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의 영향과 역할이 일반 표준어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수용되는가? 후자는 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전자는 그것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하는가? 전자는 표준어의 주도적 주체로, 후자는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으로 명명한다.
이 물음이 본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연구1년차: 본고는 19세기 중·후반 시평에 등장하는 시평적 외래 차용어의 발전 과정을 중심으로 19세기 중·후반 러시아 표준어의 주도적 주체와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의 상관성을 고찰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19세기 중·후반 러시아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은 높은 교육 수준과 지적 능력, 자율성 및 독자성 보장, 생계권 확보, 그리고 민중과 사회에 대한 사명의식을 갖춘 잡지식인들이며, 전체 인구의 1% 미만으로 추정된다. 표준어의 주도적 주체는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 중 소위 대학과 언론 분야에서 형성된 ‘армия работников пера’로, 교수와 시평 작가들을 중심으로 사회문화적, 정치적 현상에 관심을 갖고 글쓰기와 이를 통해 자신의 사상과 이념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자 했던 지도적 지식인들이었다. 표준어의 주도적 주체와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은 ‘새로운 사회 지향’이라는 하나의 목표 하에 집결한, 속성이 같은 집단이었다.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 중 서유럽의 사회정치적 이념과 사상을 좀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전파하며 주도적, 선도적 영향력을 행사한 그룹, 즉 지명도와 활동성과의 위계에서 최상위층에 포진한 자들이 표준어의 주도적 주체이었다.
러시아 표준어사에서 19세기 중·후반 표준어의 주도적 주체가 처음으로 ‘집단’을 형성하였다. 이들은 서유럽의 새로운 이념과 사상을 수용하여 러시아 사회 전반을 개혁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목적 지향적 글쓰기를 하였고,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은 주도적 주체의 언어, 그리고 이 언어를 통해 표현되는 진보적 이념과 사상을 빠르고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표준어의 주도적 주체가 사용한 사회정치적 차용어가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으로 신속하고 널리 확산되는데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한 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① 표준어의 주도적 주체가 명확한 목표 의식 하에 집단을 형성하고 있었다. ② 러시아 표준어사에서 이 시기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이 가장 동질적이고 열정적이었다. ③ 표준어의 주도적 주체와 사회적 기반이 모두 당시 러시아 사회의 최상위 지식인이었다. ④ 사회문화적으로 이 두 그룹의 관계는 상하 관계였다.
그런데 서유럽의 진보적인 이념과 사상을 러시아어로 표현하여 전달하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새로운 기의를 담아낼 적절한 기표가 러시아어 체계에 존재하지 않았고, 기의에 상응하는 새로운 러시아어 기표를 고안하는 것은 주도적 주체들 간의 최소한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었을 뿐만 아니라, 화두의 시급성과 해당 어휘에 대한 수요의 절박성으로 인해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이에 새로운 이념 및 사상과 함께 어휘 그 자체를 그대로 차용하는 방식을 선택하였고, 이 어휘들은 서유럽에서 이미 ‘국제화’가 진행되었으므로 큰 저항 없이 러시아어로 유입되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연구 2년차: 연구 1년차의 후속연구로, 20세기 말 ― 현재의 사회정치적 영역에서 사용되는 차용어를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본고는 표준어 영역 내에서 기능하는 유형 중 현대러시아표준어의 다양성, 혼합성, 비단일성, 비균질성이 가장 잘 반영되어 있는 평균적 표준어 유형을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으로 규정하였고, 이 유형의 학력은 9학년 이상이고, 대중매체어가 이 유형의 대표적 언어이다. 러시아인들의 교육수준과 현대사회에서 대중매체의 영향과 역할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러시아어 모국어 사용자가 현대러시아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에 해당한다.
그러면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 중 주도적 주체는 누구인가? 본고는 20세기 말 – 21세기 초 사회정치적 영역에서 사용되는 차용어를 토대로, 차용어의 유형에 따라 주도적 주체는 매우 차별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ПРЕЗИДЕНТ’ 유형의 경우는 사회적 기반 전체가 주도적 주체인 반면, ‘ГЛОбАЛИЗАЦИЯ’ 유형은 주도적 주체들 내에서만 사용된 직업어 내지는 전문어일 뿐 평균적 표준어 유형으로 확장되지 않았다. 이처럼 현대는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과 주도적 주체 사이의 상호 영향을 논하는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 전 시기까지는 어느 사회 계층이, 그리고 어떤 이념을 지향하는 자들이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고, 그들 중 누가 주도적으로 표준어의 발전을 견인하고 방향을 제시하는가가 러시아 표준어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핵심적인 문제이었다면, 현재는 ‘표준어의 사회적 기반이 사용하는 언어는 어떤 것인가’로 연구의 초점이 이동해야 한다. 언급한 바와 같이, 이것은 대중매체어이다. 현재 러시아 대중매체어에는 러시아어 전체가 모두 표현되어 있어 ‘대중매체어=러시아어’ 공식이 성립할 정도이다. 이 때문에 대중매체어를 여러 언어 유형 중의 하나, 혹은 문체 중의 하나로 파악하는 것, 더 나아가 대중매체어의 차별적 특성을 규정하는 것은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다. 이에 말 문화 수준에 따라, 혹은 소통 목적 및 전략에 따라 대중매체어 내에서 언어의 유형화 내지는 문체적 세분화, 혹은 문체체계의 재구성을 생각해볼 시기이다.